태고시대문명과 여신문화 (2)
여신과 함께 나타나는 뱀의 본래적 의미 (1)
글 박준수
우리는 지금 전세계적으로 퍼져있는 남신 문화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서양에서 시작된 이 남신 문화는 유일신 문화였습니다. 그 남신 문화의 배경에는 아담과 이브 그리고 그들을 타락시키는 뱀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지요? 사람에게 말을 걸어오는 뱀의 등장 자체가 낮설기 때문일 겁니다. 뱀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목젖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말을 하고 유혹도 하는 뱀을 유일신 문화에서는 사탄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그리스도교 문화속에서 가능한 일입니다.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의 장식용 이미지, 지혜의 나무에 감긴 뱀이 지켜보고 있다.
(Pixabay의 Reissaamme 이미지)
그러나 눈을 조금 더 넓게 바라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유대인의 조상인 아브라함은 수메르문화권 우르에서 태어났습니다. 이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가 여신을 섬기는 수메르문화권 사람이였습니다. 그리고 수메르 여신들 중에는 뱀으로 묘사되는 티아마트라는 여신도 존재했습니다.
바로 여기서부터 “뱀과 여신의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구약성경 창세기 1장에 나오는 ‘심연의 물’(테홈)은 수메르 문명권에 있었던 ‘옛 바빌로니아 여신 티아마트(테홈)’에서 가져간 것이라고 저번 시간에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유대인들이 기원전 6세기 고대 수메르 땅이 존재했던 바빌론에 끌려갔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서 유대인들은 야훼라는 남자 유일신 중심의 중앙집권화를 성공시키기 위해 기존에 존재했던 아세라 여신의 흔적을 지우면서 구약을 집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위와 같이 창세기에 묻어나오는 수메르 여신문화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였던 것이죠.

구약을 보면 이 티아마트와 비슷한 바다뱀 여신이 다른 버전으로 또 다시 등장합니다. 이는 야훼신 이전에 여신문화가 존재했었다는 더욱 강력한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그에 대한 근거로 시편 74장과 89장을 들 수 있습니다. 레너드 쉴레인은 이 구절들이 구약에서 가장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이 구절들은 창세기 이전에 일어난 이야기를 하는데, 여기에 나오는 야훼는 레비아단(또는 라합)이라 소개되는 바다뱀 여신을 죽이고 우주에 대한 지배권을 획득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이 레비아단은 바빌론 여신 티아마트의 다른 버전인데요. 그렇다면 실제로 우주를 창조한 것은 야훼가 아닌 레비아단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남신에 의해 먼저 선행했던 여신을 죽이는 문화는 또 있습니다. 베다에 나오는 인드라Indra신이 우주의 물을 다스리는 최초의 어머니 물뱀 브리트라Vritra를 죽인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렇듯 남신 이전에 여신이 물뱀 혹은 바다뱀으로 묘사되는 문화는 최초로 기원전 1700년 경 만들어진 옛 바빌로니아 창조신화 돌판에 새겨 있었습니다.
이 곳에 나타난 티아마트가 바로 위에서 말씀드린 구약 창세기에 등장하는 바다뱀 모습의 여신입니다. 그리고 이 바빌로니아의 티아마트 여신의 최초 원형에 해당하는 여신이 최초의 수메르 창조신화에 나타난 여신 남무Nammu입니다. 놀랍게도 이 남무 여신 또한 물을 상징하는 위대한 여신이였습니다.

왜 이렇게 여신에게 뱀 뿐만 아니라 물도 항상 같이 등장하는 것일까요? (이 이야기는 다음시간에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한 가지 덪붙이자면 여신은 물 뿐만 아니라 불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예전에 알아본 1만 년 전 터키의 카라한 테페에서 발견된 태양의 광명 빛을 받아내리는 여신이 그것입니다.
태양은 핵융합으로 인해 불과 함께 빛이 발생하는 영원한 생명의 근원입니다. 동양에서는 태양과 달을 음과 양의 상징으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몸에도 해와 달에 해당하는 심장과 신장의 음양기운이 순환함으로써 정신을 창조한다고 보았습니다.
천지의 정신을 창조하는 것이 일월이요, 마찬가지로 사람의 일월에 해당하는 심장과 신장 기운이 순환하면서 정신이 창조되는 것입니다. 결국 물과 불은 천지와 사람의 정신을 창조하고 낳아주는 절대 요소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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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메르 여신문화에 영향을 받은 것은 유대인만이 아니였습니다. 수메르 문명과 그것을 계승한 오리엔트 문명은 이집트와 크레타를 거쳐 그리스까지 전파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여신문화 또한 똑같이 전파되었습니다.
크레타섬의 미노아 여신은 두 마리의 뱀을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메르에 영향을 받은 그리스의 아테네 여신은 옆에 뱀을 데리고 있으며, 이집트의 넵-트 안키우(Neb-t ānkhiu)는 “두 마리의 뱀을 지닌 여신”을 뜻합니다. 그 이외에도 뱀과 새가 합쳐진 모습을 가진 장신구가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날개 달린 뱀의 여신”으로 이집트에서는 “마술에 능한 여신”으로 불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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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타 섬의 미노아 여신 | 투탕카멘왕의 '불멸의 집'에서 출토됨. | 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 전시 / 왼쪽에 뱀이 서 있다. |
이렇듯 남신 시대에 죽어야 마땅할 뱀은 그 이전시대에는 다르게 나타납니다. 모두 “신성한 물의 속성을 가진 여신”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뱀”으로 나타났던 것입니다. 더 나아가 신석기 이전 시대의 뱀은 늘 지혜를 주는 뱀이였습니다. 뱀은 이렇듯 두 가지 키워드인 “지혜와 타락”이라는 너무도 극명한 반대적 상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인류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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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 유수 시절 성서 학자들에 의해서 “뱀 여신”의 흔적이 지워지기 전에는 뱀은 신성한 여신과 함께 했습니다. 그 힌트는 모세의 놋뱀에 있습니다. 모세가 모세로써 인정을 받은 때는 바로 뱀이 달린 지팡이를 들어 올린 순간이였습니다.

그리고 말하길 누구든 이 구리로 만든 뱀을 쳐다봐야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이 사건 이후에 유대인들의 놋뱀을 숭배하는 문화가 더욱 강렬해졌습니다.
급기야 기원전 8세기 히스기야 왕에 이르러서는 뱀과 여신문화가 살아있던 이집트와 동맹을 맺을 때에는 자신의 공식 인장에 마저 날개 달린 뱀을 넣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후에 아시리아와 동맹을 맺을 때에는 이와는 반대로 놋뱀을 파괴시켰다고 조지타운대학의 리처드 레더만 박사는 밝혔습니다. 1)
1) https://www.thetorah.com/article/nehushtan-the-copper-serpent-its-origins-and-fate

날개 달린 우라에우스(뱀)가 그려진 기원전 8세기 후반 유다의 것으로 추정되는 두 개의 공문서용 왕실 인장, 왼쪽 인장의 내용 : צעננם למלך("왕에게 속한 챠아나님"), 오른쪽 인장의 내용 : פקה למלך("[아]페카, 왕에게 속한") 여기에 언급된 두 도시 모두 성경에 언급되어 있다. (출처: Robert Deutsch)
그렇다면 신성한 여신을 대표하는 뱀이 진정으로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조셉 캠벨의 『신화의 힘』에 그에 대한 힌트가 담겨 있습니다.
“뱀은 땅에 사는 동물이고 독수리는 영적인 비상을 상징하는 동물입니다. 이 두 동물이 하나가 되면 놀라운 용의 이미지가 됩니다. 즉 날개 달린 뱀이 되구요, 이 이미지는 전세계 어느 신화이든 똑같이 등장합니다. 폴리네시아 신화든 인디언 신화든 이집트 신화든 동일합니다.”
『신화의 힘』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중요한 메시지는 “뱀과 새가 합쳐지는 이미지가 전세계 어디에든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 위에 앞서 말씀드린 유다국의 인장속 “날개 달린 우라에우스”가 그러하며 투탕카멘에서 발견된 “마술의 여신” 또한 그렇습니다. 이 뱀과 새가 의미하는 바는 용과 봉입니다.
그렇게 생각되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그 부분에 대해선 다음 시간 '1만 년 전 태고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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