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수 위치는 고대사 핵… 압록강·청천강·대동강설은 어불성설
2015.05.28 12:10 |
조회 14272
패수 위치는 고대사 핵… 압록강·청천강·대동강설은 어불성설 (성헌식 사단법인 고구려역사문화보전회 학술위원장 2015-05-24 세계일보)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5/05/24/20150524001506.html?OutUrl=naver
아아! 후세 선비들이 이러한 경계를 밝히지 않고 함부로 한사군을 죄다 압록강 안쪽으로 몰아넣어 억지로 역사적 사실로 만들다보니, 패수를 그 속에서 찾되 혹은 압록강을 패수라 하고 혹은 청천강을 패수라 하며 혹은 대동강을 패수라 한다. 이리하여 조선의 강토는 싸우지도 않고 저절로 줄어들었다.” 연암 박지원의 한탄이다. ‘열하일기’ 1권 도강록에 나오는 내용이다. 우리 역사의 강역이 잘못된 역사인식으로 인해 어처구니없이 축소되었음을 안타까워한 것이다. 박지원의 한탄은 지금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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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수 위치는 고대사 핵… 압록강·청천강·대동강설은 어불성설
[광복 70년, 바꿔야 할 한국사] <10> 패수 비정은 반도사관 분쇄 첫 걸음
관련이슈 : 광복70년, 바꿔야 할 한국사
“아아! 후세 선비들이 이러한 경계를 밝히지 않고 함부로 한사군을 죄다 압록강 안쪽으로 몰아넣어 억지로 역사적 사실로 만들다보니, 패수를 그 속에서 찾되 혹은 압록강을 패수라 하고 혹은 청천강을 패수라 하며 혹은 대동강을 패수라 한다. 이리하여 조선의 강토는 싸우지도 않고 저절로 줄어들었다.” 연암 박지원의 한탄이다. ‘열하일기’ 1권 도강록에 나오는 내용이다. 우리 역사의 강역이 잘못된 역사인식으로 인해 어처구니없이 축소되었음을 안타까워한 것이다. 박지원의 한탄은 지금도 유효하다. 조선왕조의 사대주의가 반영된 기록과 이를 일제가 악용해 강조한 반도사관은 대륙을 호령한 야생의 호랑이와 같았던 우리 역사의 활동무대를 한반도 내로 축소시켰다. 그 짙은 그림자는 지금껏 이어져 중국의 동북공정을 뒷받침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반도사관의 핵심은 박지원이 지적했듯 중국 대륙에 있던 패수와 한사군을 한반도에 가져다 놓은 것이다. 고려 김부식 때부터 시작되어 명나라의 속국이 된 조선왕조의 중화사대사관으로 이어졌고, 조선총독부가 잘못된 이런 기록들을 악용해 ‘조선사’를 만들었다. 반도사관의 분쇄는 이런 주장의 오류를 명확하게 밝히는 데서 시작된다.
◆패수는 우리 고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지명
패수는 우리 고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지명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서’ 지리지에는 패수현이 한사군의 핵심인 유주(幽州)의 낙랑군에 속했다고 기록돼 있다.
둘째, ‘수경’에는 위만이 망명하면서 건넌 강으로 당시 조선과 한나라와의 경계로 전한다.
셋째, ‘신당서’에서는 고구려의 남쪽경계이다.
넷째, ‘삼국사’를 보면 고구려와 백제가 여러 번 전투를 한 곳이다.
패수는 한나라와 고대조선의 경계였다가, 나중에는 고구려의 남쪽 경계가 되는 강이다. 패수를 어디로 보느냐에 따라 한사군의 위치와 고대조선, 고구려와 백제의 강역이 달라지는 것이다. 패수의 위치를 비정하려면 위 4종의 사서를 비롯한 여러 기록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혹자는 패수가 시대에 따라 달라져 여러 개의 패수가 있는 것처럼 말하기도 하지만, 하나의 패수를 두고 학자들마다 위치를 달리 파악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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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지린성의 환도산성. 현재의 중국 지역에 축조된 고구려 산성에서는 대륙을 호령했던 고구려의 웅대한 기상을 느낄 수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신당서’에는 “고(구)려는 본부여의 별종이다. 동으로 해(海)를 건너면 신라가 있고 남으로 해(海)를 건너면 백제가 있다. (중략) 남쪽 끝이 패수다(南涯浿水)”라는 기록이 있다.
이를 두고 정약용과 일제 관학자 쓰다 소우키치(津田左右吉)는 ‘압록강 패수설’을 주장했다. 반면 ‘삼국사’에서는 “평양성의 남쪽은 패수와 닿아 있다”, “패강의 어귀를 지나면 바로 신라의 서북이 된다” 등의 중국 기록을 근거로 대동강을 패수로 파악했으며, ‘세종실록지리지’와 조선사편수회 간사였던 이나바 이와기치(稻葉岩吉)는 ‘삼국사’를 인용해 같은 주장을 한다. 하지만 이들 주장은 중국 기록의 ‘평양’을 한반도의 평양으로 잘못 인식한 데서 나온 견해다.
이병도는 청천강을 패수라 보고, 패수현을 청천강 상류에 있는 영변으로 비정했다. 노태돈과 송호정 등 지금의 주류사학자들에게 계승되고 있는 이론이다. 송호정 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학과 교수팀이 2004년에 출판한 책에서도 패수를 청천강으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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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랴오닝성의 백암산성. |
패수의 흐름을 전하는 기록을 봐도 압록강, 대동강, 청천강설은 설 자리가 없다. 전한의 상흠이 썼다는 ‘수경’에는 “패수는 낙랑군 루방현에서 나와 동남쪽으로 임패현을 지나 동쪽 바다로 들어간다”고 적혀 있다. 허신의 ‘설문해자’도 같은 내용을 전한다. 패수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가는 강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압록강, 청천강, 대동강은 모두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러가는 강이다. 패수를 서쪽으로 흐르는 강이라고 본 견해는 ‘수경’에 주(注)를 단 역도원이 “번국의 사신이 말하길 성(평양성)은 패수의 북쪽에 있고, 그 물은 서류한다”고 한 기록을 근거로 하고 있는데, 이는 역도원이 아니라 명나라 때 역사왜곡을 위해 고의적으로 고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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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헌식 사단법인 고구려역사문화보전회 학술위원장 |
패수의 위치를 파악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패수는 항상 갈석산과 같이 따라다니는 지명이라는 사실이다. 갈석산에 대해 ‘한서 무제기’ 주(注)에는 “갈석은 요서군 루현에 있다”고 했고, ‘수서’ 지리지에는 “북평군 노룡현에 갈석산이 있다”고 했으며, ‘사기 색은’에는 “갈석산은 한나라의 낙랑군 수성현에 있으며 장성이 이 산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이를 종합하면 갈석산은 요서군과 낙랑군과 북평군의 3개 군에 걸쳐 있는 큰 산이다.
이병도는 갈석산이 있다는 수성(遂城)현을 황해도 북단에 있는 수안(遂安)으로 파악했다. ‘비정하고 싶다’ ‘자세하지 아니하나’ 등의 학자답지 않은 수식어를 동원해 서술한 뒤 내린 결론이다. 수성현과 수안군이 같은 ‘遂’ 자를 쓰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수안은 고구려와 신라 때는 장색현, 서암군의 속현 등으로 불리다가, 고려에 와서야 ‘遂’가 들어간 수산(遂山)으로 불리게 된 곳이니 전혀 맞지 않는 논리이다.
갈석산에 수나라 양제, 당나라 태종 등 9명의 중국 황제가 올랐다는 기록과 연결시켜 봐도 갈석산이 있는 수성은 황해도일 수가 없다. 수양제는 고구려를 침략했다가 평양성의 북쪽에 있는 살수(청천강)에서 거의 전멸당했고, 당태종은 압록강보다 훨씬 더 북쪽에 있는 안시성에서 후퇴했는데, 이들이 평양성 남쪽에 있는 황해도 수안 갈석산에 오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갈석은 요서군 루현에 있다”는 ‘한서 무제기’의 기록을 좀 더 따져보자. 주류사학계는 ‘요서’를 서만주에 있는 요하 서쪽으로 본다. 만약 갈석산이 황해도 수안에 있었다는 주장과 이 기록이 부합하기 위해서는 갈석산은 황해도에서 만주 서쪽까지 이르는, 한반도보다 훨씬 큰 산이 되어야 한다. 한 마디로 어불성설인 것이다.

이병도가 주장한 ‘청천강 패수설’과 낙랑군 수성현의 황해도 수안 비정은 결국 한사군의 핵심인 낙랑군의 위치를 지금의 대동강 평양 일대로 조작한 조선총독부의 사관을 입증해주기 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그의 학설이 중국의 동북공정에도 그대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애초 중국은 허베이성의 산해관 장성을 만리장성의 기점이라고 했다가, 동북공정을 진행하면서 황해도까지 그렸다.(지도 ①) 게다가 최근 중국학자들 사이에서는 조선시대 정조가 쌓은 수원 화성도 진장성의 일부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학의 대가인 이병도와 그 제자들의 역사이론이 그렇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청천강 패수설 등의 주장이 이런 사태로까지 번진 것이다. 과거 일왕에게 충성을 다했던 이병도는 이제는 중국에게도 큰 공헌을 하고 있는 셈이다.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보낸 반박자료를 근거로 2012년 말에 작성된 미국의회보고서(CRS)의 ‘서기전 196년 고조선과 중국의 충돌’이라는 지도에는 한나라와 조선의 경계선인 패수를 압록강으로 표기하고, 한사군의 위치도 조선총독부와 같이 평양 중심으로 그렸다. 동북아역사재단이 조선총독부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세계에 알린 것이다. 동북공정의 최종 목적이 북한 정권이 무너질 경우 무력으로 개입해서라도 북한 땅을 중국 땅으로 만들기 위한 것인데, 중국의 서한시대 역사지도에는 이미 북한 땅을 중국 영토로 그려놓았다.(지도 ②) 중국이 근거로 드는 것이 바로 조선총독부와 이병도 및 현 제도권의 학설이다.
◆패수의 올바른 위치 비정은 우리 고대사 복원의 핵심
일제가 만든 반도사관의 그림자는 하루빨리 걷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절실한 것이 패수의 올바른 위치 비정이다. 필자는 추가적인 사서기록을 근거로 패수의 위치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패수의 위치를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사서로는 ‘금사(金史)’가 있다. 그 지리지에는 회주(懷州)라는 곳을 설명하며 “4개현과 6개의 진이 있다. 패수(浿水)가 있고, 수무(修武)현에 탁록성이 있다. 무척(武陟)현에 태행산이 있고 천문산(天門山), 황하(黃河), 심수(沁水), 송곽진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나오는 태행산, 심수, 수무, 휘주, 무척, 천문산 등은 청나라 때 만든 ‘대청광여도’를 보면 모두 황하 북부 허난성에 있는 지명들이다. 패수도 당연히 그곳 어딘가에 있어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삼국지’와 ‘대원대일통지’와 ‘명일통지’와 ‘중국고대지명대사전’ 등의 기록이 있고, 조조가 지은 ‘관창해’라는 시에 대한 기록과 유적으로는 백이숙제의 묘가 있다.
고구려의 남쪽 경계였다는 패수의 위치에 대한 필자의 연구가 맞다면 고구려는 황하북부의 허난성까지 이르는 실로 엄청난 영토를 지배하며 대륙을 호령했던 것이다. 이런 역사를 무시한 반도사관은 우리 역사의 무대를 한반도 안으로 좁혀 놓고 있다. 하루빨리 우리 역사가 제대로 복원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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