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산책] 공존하는 두 개의 세상
2020.04.01 20:56 |
조회 9527
[마음 산책] 공존하는 두 개의 세상
중앙일보 2020-04-01
잠시 휴대폰 두고 밖으로 나오라
삶은 잠시 동안 주어진 선물임을
우주의 생명을 발견하게 되리니
어쩌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마음이 불안해질 수도 있고, 나 자신이 사라진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혹자는 옷을 입지 않고 돌아다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용기를 내서 하지 않으면 공존하는 두 개의 세상 가운데 하나의 세상을 영원히 잃어버릴 수도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대로 계속
살아간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세상을 어떻게 가는지 입구조차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전설로만 남을 수도 있다.
우선 그 세상을 두 개의 단어로 묘사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먼저 ‘선명하고’와 ‘생기가 넘치는’이라는 언어를 사용하겠다. 왜냐하면 일단 그 세상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색깔이다. 그것도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살아있는 색깔들이다. 특히 지금처럼 꽃 피는 시절에는 아무런 노력 없이도 눈앞에 펼쳐진 살아있는 색깔들에 경탄하기에 바쁘다. 물론 그 세상으로 들어온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기쁨이다. 예를 들어 오늘처럼 햇살이 따뜻한 날에는 노란색 개나리, 시냇물 속 회색 돌멩이, 연두색 이끼, 황토색 길과 파란색 하늘, 너무도 찬란해서 가슴이 뛴다. 맞다, 선명하다는 말보다 ‘찬란하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도 같다.
그다음으로 그 세상에 대해 설명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무관심해서 편하다”라고 이야기하겠다. 그 세상으로 들어와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누구나 깨닫게 될 것이다. 시냇물 소리는 내가 누군지, 나를 힘들게 하는 고민이 무엇인지, 어떤 뉴스가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지, 지금 현 정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무런 관심이 없다. 시냇물 소리가 주변에 없으면 새소리나 나뭇가지를 스치고 가는 바람 소리에 물어봐도 좋다. “너는 내 생각에 관심이 있니?” 하고 말이다. 그러면 복잡한 생각 감옥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시원한 대답이 시냇물 소리나 새소리, 바람 소리로 돌아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 세상에 대해 하나만 더 이야기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존재만으로 이미 충분하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 세상 안으로 들어가 편안한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얼굴이나 손에 닿는 햇볕을 가만히 느끼고 있으면 존재 자체가 축복받는 것 같이 감사하다. 왜냐면 이곳은 ‘미래를 향한 개발’이라든가 ‘일의 능률’이라든가 ‘경제적 가치’라는 언어가 없는 곳이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직선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이 아니고, 시간의 흐름을 잘 느낄 수 없는 영원한 순환 속에 있다.
더불어 그 세상은 인간이 다른 생명이 있는 존재들보다 우선이 된다거나, 인간 마음대로 착취해서 쓰라고 다른 생명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존재는 길가에 아름답게 핀 벚꽃이나 맑은 시냇물만큼 평등하게 소중하다.
그렇다면 그 세상으로 어떻게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왜 들어갈 때 마음이 불안해질 수도 있다고 하는 것일까? 이유는, 그 세상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휴대폰 없이 집 밖으로 나와 홀로 걷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라는 세상과 연결되지 않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마주해야 만날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문명 이전부터 존재해 온 우주를 내 몸의 감각을 통해 직접 보고, 만지고, 듣고, 느끼게 되면 처음에는 좀 이상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존재 자체가 주는 단순한 행복과 만나게 된다.
어떤 이는 끝없이 옳고 그른 것을 시비하는 인터넷 세상에서 잠시라도 탈출할 수 있어서 좋다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는 내 몸이 뭐라고 하는지 몸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고 할 것이다. 지금 너무도 크게 느껴지는 자기중심적 고민이라든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걱정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도 자연을 보면서 걷다 보면 그 크기가 많이 줄어든다. 또한, 내 머리를 가득 채운 생각들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자연에 치유를 받을 것이다. 굳이 큰 성과를 내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내 존재를 받아주는 자연에 감사함도 느낄 것이다.
가끔씩 용기를 내서 휴대폰을 두고 밖으로 나와 동네 공원이나 산으로 가보자. 끝없이 울리는 문자 수신 소리나 읽고 나면 마음을 복잡하게 만드는 뉴스에서도 잠시 거리를 둬보자. 인터넷에서 멀어질수록 당신은 잊고 있었던 자신과 우주의 생명을 다시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의 삶이 잠시 동안 선물처럼 주어진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혜민스님 마음치유학교 교장
전체 5,456건 (217/364페이지)
2216
닳고 닳아 텅빈 당신의 가슴, 사색으로 채우세요
2018.02.05,
조회 8998
[시사정보]
환단스토리
닳고 닳아 텅빈 당신의 가슴, 사색으로 채우세요['소진시대의 철학' 쓴 김정현 교수] "지금은 '피로사회' 넘어 '消盡시대'니체 행복론에 해법이 있어…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삶' 복원을""힘들어 죽겠다"는 말이...
2215
연해주 항일독립운동 유적지
2018.01.30,
조회 11795
[자유게시글]
신상구
&n...
2214
함석헌 선생의 생애와 업적
2018.01.07,
조회 12886
[자유게시글]
신상구
&n...
2213
울산 울주군 천부경연구원 천부보전 소개
2018.01.03,
조회 10399
[좋은글]
신상구
&n...
2212
전북 익산에서 제5회 세계천부경의 날 기념 천부문화 페스티벌 개최
2017.12.31,
조회 13483
[자유게시글]
신상구
전북 익산에서 제5회...
2211
춘천 봉의초등학교 단군상 고물상 폐기처분 항의규탄대회 및 국민청원 운동 전개
2017.12.31,
조회 13607
[자유게시글]
신상구
춘천 봉의초등학교 단군상 고물상 폐기처분 항의규탄...
2210
[책으로 읽는 정치 | 생각의 기원] 생각의 진화, 개인→공동→집단으로
2017.12.24,
조회 11232
[추천도서]
인중천지일
[책으로 읽는 정치 | 생각의 기원] 생각의 진화, 개인→공동→집단으로2017-12-22 10:18:42 게재마이클 토마셀로 지음이정원 옮김 / 이데아 / 1만7000원과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주의 기원' '생명의...
2209
일제의 ‘대한’ 국호 말살작전…“한국 대신 조선으로 불러라”
2017.12.24,
조회 12168
[역사공부방]
인중천지일
[대한제국 120주년] 다시 쓰는 근대사 <15> 3·1운동-윤봉길 의거-카이로선언상해 홍구공원 작탄(炸彈) 의거(1932.4.29)를 사흘 앞두고 윤봉길 의사가 거류민단 사무실 대형 태극기 앞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 김...
2208
우리가 내리는 결정의 99.99%, 타인의 영향 받는다
2017.12.24,
조회 10929
[자유게시글]
인중천지일
[김환영의 지식 톡톡톡] ‘입소문과 영향력 전문가’ 조나 버거 교수조나 버거 교수에 따르면 입소문은 전통적인 광고보다 10배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입소문의 93%는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대면...
2207
음의 계절, 에너지 소모 피하고 몸 따뜻하게 신장 튼튼하게 해야
2017.12.24,
조회 13237
[역사공부방]
인중천지일
[新동의보감] 겨울철 건강 관리추운 겨울이다. 한사(寒邪)가 침입해 몸이 차가워지면 감기, 관절통, 사지 냉증을 조심해야 한다. [중앙포토]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계절이다. 연말·연초에는 크리스마스, 송년회, 신년...
2206
김덕수 “광대만큼 진보적인 사람도 없어…시대를 직접 얘기하잖아”
2017.12.24,
조회 13241
[자유게시글]
인중천지일
[토요판] 커버스토리광대 60년, 김덕수농악 4개 악기로 사물놀이 첫선“국악계의 지진 같은 사건” 평가시각적 놀이가 실내음악으로명맥 잃던 전통 연희에 새 숨결사물놀이 세계화에 앞장서와관현악단 협연 등 융...
2205
음악 속 ‘식민 잔재’ 청산에 크게 기여한 고 노동은 선생 1주기를 추모하며
2017.12.23,
조회 12579
[자유게시글]
신상구
음악 속 ‘식민 잔재’ 청산에 크게 기여한 고 노동은...
2204
인생은 최선을 다해도 후회는 남아 반성하고 고쳐가면서 사는 것이 중요
2017.12.22,
조회 9613
[좋은글]
신상구
인생은 최선을 다해도 후회는 남아 ...
2203
제5회 세계천부경의 날 기념 천부문화 페스티벌 개최 안내
2017.12.20,
조회 9837
[시사정보]
신상구
제5회 세계천부경의 날 기...
2202
인하대 융합고고학과 복기대 교수, 승정원일기에서 고려사 단군편 확인
2017.12.19,
조회 11473
[자유게시글]
신상구
인하대 융합고...







댓글 0
댓글 내용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