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산책] 공존하는 두 개의 세상
2020.04.01 20:56 |
조회 9684
[마음 산책] 공존하는 두 개의 세상
중앙일보 2020-04-01
잠시 휴대폰 두고 밖으로 나오라
삶은 잠시 동안 주어진 선물임을
우주의 생명을 발견하게 되리니
어쩌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마음이 불안해질 수도 있고, 나 자신이 사라진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혹자는 옷을 입지 않고 돌아다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용기를 내서 하지 않으면 공존하는 두 개의 세상 가운데 하나의 세상을 영원히 잃어버릴 수도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대로 계속
살아간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세상을 어떻게 가는지 입구조차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전설로만 남을 수도 있다.
우선 그 세상을 두 개의 단어로 묘사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먼저 ‘선명하고’와 ‘생기가 넘치는’이라는 언어를 사용하겠다. 왜냐하면 일단 그 세상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색깔이다. 그것도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살아있는 색깔들이다. 특히 지금처럼 꽃 피는 시절에는 아무런 노력 없이도 눈앞에 펼쳐진 살아있는 색깔들에 경탄하기에 바쁘다. 물론 그 세상으로 들어온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기쁨이다. 예를 들어 오늘처럼 햇살이 따뜻한 날에는 노란색 개나리, 시냇물 속 회색 돌멩이, 연두색 이끼, 황토색 길과 파란색 하늘, 너무도 찬란해서 가슴이 뛴다. 맞다, 선명하다는 말보다 ‘찬란하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도 같다.
그다음으로 그 세상에 대해 설명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무관심해서 편하다”라고 이야기하겠다. 그 세상으로 들어와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누구나 깨닫게 될 것이다. 시냇물 소리는 내가 누군지, 나를 힘들게 하는 고민이 무엇인지, 어떤 뉴스가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지, 지금 현 정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무런 관심이 없다. 시냇물 소리가 주변에 없으면 새소리나 나뭇가지를 스치고 가는 바람 소리에 물어봐도 좋다. “너는 내 생각에 관심이 있니?” 하고 말이다. 그러면 복잡한 생각 감옥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시원한 대답이 시냇물 소리나 새소리, 바람 소리로 돌아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 세상에 대해 하나만 더 이야기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존재만으로 이미 충분하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 세상 안으로 들어가 편안한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얼굴이나 손에 닿는 햇볕을 가만히 느끼고 있으면 존재 자체가 축복받는 것 같이 감사하다. 왜냐면 이곳은 ‘미래를 향한 개발’이라든가 ‘일의 능률’이라든가 ‘경제적 가치’라는 언어가 없는 곳이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직선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이 아니고, 시간의 흐름을 잘 느낄 수 없는 영원한 순환 속에 있다.
더불어 그 세상은 인간이 다른 생명이 있는 존재들보다 우선이 된다거나, 인간 마음대로 착취해서 쓰라고 다른 생명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존재는 길가에 아름답게 핀 벚꽃이나 맑은 시냇물만큼 평등하게 소중하다.
그렇다면 그 세상으로 어떻게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왜 들어갈 때 마음이 불안해질 수도 있다고 하는 것일까? 이유는, 그 세상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휴대폰 없이 집 밖으로 나와 홀로 걷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라는 세상과 연결되지 않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마주해야 만날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문명 이전부터 존재해 온 우주를 내 몸의 감각을 통해 직접 보고, 만지고, 듣고, 느끼게 되면 처음에는 좀 이상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존재 자체가 주는 단순한 행복과 만나게 된다.
어떤 이는 끝없이 옳고 그른 것을 시비하는 인터넷 세상에서 잠시라도 탈출할 수 있어서 좋다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는 내 몸이 뭐라고 하는지 몸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고 할 것이다. 지금 너무도 크게 느껴지는 자기중심적 고민이라든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걱정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도 자연을 보면서 걷다 보면 그 크기가 많이 줄어든다. 또한, 내 머리를 가득 채운 생각들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자연에 치유를 받을 것이다. 굳이 큰 성과를 내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내 존재를 받아주는 자연에 감사함도 느낄 것이다.
가끔씩 용기를 내서 휴대폰을 두고 밖으로 나와 동네 공원이나 산으로 가보자. 끝없이 울리는 문자 수신 소리나 읽고 나면 마음을 복잡하게 만드는 뉴스에서도 잠시 거리를 둬보자. 인터넷에서 멀어질수록 당신은 잊고 있었던 자신과 우주의 생명을 다시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의 삶이 잠시 동안 선물처럼 주어진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혜민스님 마음치유학교 교장
전체 5,456건 (56/364페이지)
4631
국제펜한국본부 창립 70주년 경축
2024.03.13,
조회 9449
[역사공부방]
신상구
&nbs...
4630
대전시 2048년 그랜드 플랜 가동
2024.03.12,
조회 9447
[역사공부방]
신상구
&nbs...
4629
20년간 공고해진 좌편향 ‘한국사 시장’ 오류 저격하는젊은 역사 유튜버들
2024.03.11,
조회 9454
[역사공부방]
신상구
20년간 공고해진 좌편향 ‘한국사 시장’ 오류 저격하는젊은 역사 유튜버들 이승만 재평가 다큐 ‘건국전쟁’이 촉발한 역사 알기 관심 20년간...
4628
<특별기고> 대전 3.8민주의거 제64주년의 역사적 의의와 기념행사
2024.03.09,
조회 9092
[역사공부방]
신상구
<특별기고> 대전 3.8민주의거 제64주년의 역사적 의의와 기념행사 &nb...
4627
영화 '파묘' 처럼... 현충원 친일파, 언제쯤 들어낼 수 있을까
2024.03.09,
조회 8895
[역사공부방]
신상구
프리미엄 유권자의 DM ㅣ 9화영화 '파묘' 처럼... 현충원 친일파, 언제쯤 들어낼 수 있을까[유권자의 DM] 항일과 친일이 공존하는 기괴한 명당... 21대 총선 때 당선자 73.1% 찬성민족·국제김경준(ki...
4626
소운서원 이정우 원장, 동·서양 아우른 첫 ‘세계철학사’ 완간
2024.03.07,
조회 9419
[역사공부방]
신상구
소운서원 이정우 원장, 동·서양 아우른 첫 ‘세계철학사’ 완간 “지금까지 저술된...
4625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백화문으로 위안스카이 독재 비판
2024.03.06,
조회 9302
[역사공부방]
신상구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백화문으로 위안스카이 독재 비판 최근 한 중...
4624
민족사학의 큰별, 박정학 한배달 이사장 별세
2024.03.04,
조회 9068
[역사공부방]
신상구
민족사학의 큰별, 박정학 한배달 이사장 별세이전 기사보기다음 기사보기기자명 코리아 히스토리 타임스 입...
4623
한국이 그려야 할 선진국의 모습
2024.03.04,
조회 8654
[역사공부방]
신상구
한국이 그려야...
4622
영화 파묘보다 더 기겁할만한 일제의 만행들
2024.03.03,
조회 9214
[역사공부방]
신상구
영화 '파묘'보다 더 기겁할만한 일제의 만행들[이게 이명슈] 지 바꾸고, 쇠말뚝 박고... <파묘>가 상기시킨 역사적 사실들▲ 영화 <파묘> 스틸 이미지 ⓒ ㈜쇼박스 영화 <파묘>는 일제가...
4621
소설가 한강 , 한국 최초 프랑스 4대 문학상인 '메디치상' 수상
2024.03.03,
조회 9121
[역사공부방]
신상구
소설가 한강 , 한국 최초 프랑스 4대 문학상인 '메디치상' 수상 소설가 한강(54)이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
4620
누가 자꾸 역사의 시계를 과거로 되돌리나
2024.03.02,
조회 8946
[역사공부방]
신상구
누가 자꾸 역사의 시계를 과거로 되돌리나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지난 정월 말이었다. 이종찬 광복회 회장과 몇 사람이 자리를 같이하게 되...
4619
현대사회에서 종교는 정말 필요 없어졌나
[1]
2024.03.02,
조회 9196
[역사공부방]
신상구
현대사회에서 종교는 정말 필요 없어졌나업데이트 정보 더보기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종교는 필요한가? 공산주의 국가에서 줄곧 종...
4618
3·1운동은 통일로 완결
2024.03.01,
조회 9008
[역사공부방]
신상구
3·1운동은 통일로 완결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
4617
석주명 나비박사의 생애와 업적
2024.02.29,
조회 9776
[역사공부방]
신상구
- 기후와 날씨- 명화 돋보기- 뉴스 속의 한국사- 사소한 역사- 재밌다 이 책- 숨어있는 세계사- 아하! 시리즈- 고전이야기- 디자인/건축 이야기- 재미있는 과학- 예쁜 말 바른 말- 무대 위 인문학- 동물이야기- 식물...












댓글 0
댓글 내용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