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경상도 고성 선비 구상덕의 일기 승총명록
2020.06.11 15:04 |
조회 10788
18세기 경상도 고성 선비 구상덕의 일기 승총명록
조선시대 사람들은 전염병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역병의 시대’ 18세기를 산 경상도 고성의 선비 구상덕의 일기 ‘승총명록’.고성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흉년과 역병으로 숨진 자의 수가 너무 많아 모두 기록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만고에 드문 해였다.”
경상도 고성의 처사(處士·초야에 묻혀 살던 선비) 구상덕(1706∼1761)은 1733년의 봄을 이렇게 기록했다. 질병의 원인조차 제대로 모르던 시절, 향촌의 공동체는 역병에 어떻게 대응하고 살아남았을까.
경상도 고성의 처사(處士·초야에 묻혀 살던 선비) 구상덕(1706∼1761)은 1733년의 봄을 이렇게 기록했다. 질병의 원인조차 제대로 모르던 시절, 향촌의 공동체는 역병에 어떻게 대응하고 살아남았을까.

조선시대 사람들은 전염병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역병의 시대’ 18세기를 산 경상도 고성의 선비 구상덕의 일기
‘승총명록’.고성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승총명록’.고성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김호 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53)는 계간지 역사비평 2020년 여름호에 ‘시골 양반 역병 분투기―18세기 구상덕의 승총명록을 중심으로’를 게재했다. ‘승총명록(勝聰明錄)’은 구상덕이 1725년부터 죽을 때까지 37년 동안 쓴 일기다.
이 발표문에 따르면 구상덕이 살았던 18세기 조선은 기근과 역병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1730년부터 이어진 역병과 재난으로 1733년 봄에는 들판에 나물을 뜯을 사람조차 없었다고 한다. 두창과 온역, 이질, 한질 같은 전염병이 1740년, 1748년, 1753년 등에 되풀이해 창궐했다. 구상덕도 아내와 딸, 친구와 친척을 연이어 역병으로 잃었다.
예나 지금이나 전염병 대응의 시작은 ‘사회적 거리 두기’였다. 구상덕은 자신의 마을에서 역병이 완전히 끝나지 않자 읍내 향교의 공사가 마무리되고 열린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집안에 역병이 돌자 향교에서 벌인 시회(詩會)에 불참했고, 집에서도 안채 등 정해진 곳을 떠나지 않고 스스로를 격리했다.
인적 드문 산중의 절이나 이웃집으로 몇 주씩 떠나 있기도 했다. 역병이 미치지 않은 동네의 누이 집으로 부모님을 모셨다. 구상덕은 친구가 역병에 걸려 죽게 되자 그의 아들을 거둔 뒤 데리고 암자로 피신했다. 김 교수는 “역병에 걸렸을지도 모를 사람에게 몸을 피할 공간을 제공하는 건 서로의 선의를 바탕으로 이뤄진 상호부조였다”고 설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최근 테마전시 ‘조선, 역병에 맞서다’에 나온 무과 합격자의 초상화(1774년 제작)로 천연두로 생긴 흉터가 뚜렷하다. 이 전시는 7월 3일부터 국립대구박물관에서도 열린다. 고성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구상덕은 역병을 막고자 점술가나 승려를 불러 독경을 요청했다. 1730년 아내가 괴질에 걸리자 소고기를 먹였다. 역병에 고기를 고아 먹는 치병(治病) 풍속이 있었던 것. 1757년 여름에는 역병이 돌자 닭 한 마리 값이 원래 5, 6전에서 몇 배나 올랐다고 일기에 썼다.
조정과 지방관은 처방전을 보급하고 피막(避幕)을 설치해 환자들을 격리했지만 대부분 인적 드문 들판에 세워져 환자들은 굶거나 얼어 죽는 일이 다반사였다. 피막은 병자들보다는 아직 병이 옮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장치였다.
조정과 지방관은 처방전을 보급하고 피막(避幕)을 설치해 환자들을 격리했지만 대부분 인적 드문 들판에 세워져 환자들은 굶거나 얼어 죽는 일이 다반사였다. 피막은 병자들보다는 아직 병이 옮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장치였다.
구상덕이 가족의 안위만 살핀 것은 아니었다.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노파에게 죽을 먹였으며, 역병과 기근으로 버려진 아이를 노비 삼아 거두기도 했다. 또 백성의 고통을 사또에게 전하기 위해 각종 문서 작성을 도왔다.
김 교수는 “역병의 피해가 가혹한 상황에서 도덕적 삶을 유지하고 스스로 공동체를 지키려는 자발적인 ‘사(士·선비) 의식’이 역병의 시대를 헤쳐나간 열쇠였다”고 말했다. 오늘날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에서 나타난 ‘시민들의 자발적 협조’ 역시 공동체의 안녕을 함께 도모하려는 선비의 의식과 닮아 있다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김 교수는 “역병의 피해가 가혹한 상황에서 도덕적 삶을 유지하고 스스로 공동체를 지키려는 자발적인 ‘사(士·선비) 의식’이 역병의 시대를 헤쳐나간 열쇠였다”고 말했다. 오늘날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에서 나타난 ‘시민들의 자발적 협조’ 역시 공동체의 안녕을 함께 도모하려는 선비의 의식과 닮아 있다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참고문헌>
1. 조종엽, "동체 지키려는 ‘선비 정신’으로 조선시대 역병 이겨냈다”, 동아일보, 2020.6.10일자. A21면.
전체 5,456건 (45/364페이지)
4796
유명 역사 강사 설민석, 연세대 교육대학원 석사논문 표절 심경 고백
2024.07.20,
조회 9534
[역사공부방]
신상구
"눈앞 하얘져"…설민석, 논문 표절 심경 고백 "다시 논문 준비 中" ('강연자들')© 제공: TV리포트"눈앞 하얘져"…설민석, 논문 표절 심경 고백 "다시 논문 준비 中" ('강연자들')© 제공: TV리포트[TV리포트=...
4795
김부식의 금 사대 현실론은 역사 퇴보였나
2024.07.20,
조회 8343
[역사공부방]
신상구
김부식의 금 사대 현실론은 역사 퇴보였나텍스트 음성 변환 서비스 사용하기글자 크기 변경하기SNS 보내기인쇄하기김부식·윤언이·정지상·묘청의 네 갈래 길이익주 역사학자11세기 고려는 평화로...
4794
제헌절이 부끄러운 국회,1748개 법안 중 가결 `1개`
2024.07.18,
조회 8131
[역사공부방]
신상구
제헌절이 부끄러운 국회,1748개 법안 중 가결 `1개` 野강행처리 '채상병특검법' 유일사과·반성없이 끝없는 네탓공방AI 기본법 등 민생...
4793
<특별기고> 제헌절 76주년을 경축하며
2024.07.18,
조회 8027
[역사공부방]
신상구
<특별기고&g...
4792
유관순의 첫 스승, 사애리시를 아시나요
2024.07.17,
조회 8009
[역사공부방]
신상구
유관순의 첫 스승, 사애리시를 아시나요'앨리스 샤프' 1900년 감리교 선교사로 한국 와 공주·논산·천안 등 충남서 사역여학교 9곳·유...
4791
애국의 꽃으로 피어난 신앙 기독교
2024.07.16,
조회 9436
[역사공부방]
신상구
공유기사스크랩하기인쇄인쇄본문 글씨 키우기본문 글씨 줄이기로그인스크롤 이동 상태바현재위치역사애국의 꽃으로 피어난 신앙, 조국을 가슴에 품다 사애리시 선교사 헌신적 보살핌과 후원 아래 애국신...
4790
‘고용 없는 성장’의 오해와 진실
2024.07.14,
조회 8733
[역사공부방]
신상구
‘고용 없는...
4789
폐지줍는 노인 1만4831명, 평균 78세, 월 77만 원 번다
2024.07.11,
조회 7648
[역사공부방]
신상구
폐지줍는 노인 1만4831명, 평균 78세, 월 77만 원 번다 정부가 폐지 수입 노인들의 활동...
4788
인공지능의 미래
2024.07.07,
조회 8264
[역사공부방]
신상구
인공지능의 미래 예측 난해...
4787
아름다운 것을 그렸더니 그게 조국이었다
2024.07.06,
조회 9866
[역사공부방]
신상구
아름다운 것을 그렸더니 그게 조국이었다타임톡0번역 설정글씨크기 조절하기인쇄하기김인혜 미술사가최남선이 1925년 시대일보에 연재했던 ‘심춘순례(尋春巡禮)’는 봄을 맞아 전국 명승...
4786
대한민국 3대 악성
2024.07.04,
조회 8307
[역사공부방]
신상구
...
4785
박희선 불교시인 유품, 고향 대전 품으로 돌아왔다.
2024.07.04,
조회 9656
[역사공부방]
신상구
박희선 불교시인 유품, 고향 대전 품으로 돌아왔다.이전 기사보기다음 기사보기 SNS 기사보내기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기 트위터(으)로 기사보내기 카카오스토리(으)로 기사보내기 카카오톡(으...
4784
‘최초의 한류’ 조선통신사 길 따라 ‘경요세계’ 정신 배우다
2024.07.03,
조회 9705
[역사공부방]
신상구
‘최초의 한류’ 조선통신사 길 따라 ‘경요세계’ 정신 배우다 &...
4783
목은 이색의 충절과 문향
2024.07.03,
조회 8397
[역사공부방]
신상구
목은 이색의 충절과 문향기자명 우리 지역 문학산책을 하다가 보면 이곳저곳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 중 한 명이 목은 이...
4782
한국 가계 빚 2246조, 10년 상승폭 선진국 중 1위
2024.07.02,
조회 8385
[역사공부방]
신상구
한국 가계 빚 2246조, 10년 상승폭 선진국 중 1위5그래픽=양인성한국의 정부·기업·가계의 부채를 모두 합한 국가총부채 6033조원 중 가...













댓글 0
댓글 내용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