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경상도 고성 선비 구상덕의 일기 승총명록
2020.06.11 15:04 |
조회 10805
18세기 경상도 고성 선비 구상덕의 일기 승총명록
조선시대 사람들은 전염병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역병의 시대’ 18세기를 산 경상도 고성의 선비 구상덕의 일기 ‘승총명록’.고성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흉년과 역병으로 숨진 자의 수가 너무 많아 모두 기록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만고에 드문 해였다.”
경상도 고성의 처사(處士·초야에 묻혀 살던 선비) 구상덕(1706∼1761)은 1733년의 봄을 이렇게 기록했다. 질병의 원인조차 제대로 모르던 시절, 향촌의 공동체는 역병에 어떻게 대응하고 살아남았을까.
경상도 고성의 처사(處士·초야에 묻혀 살던 선비) 구상덕(1706∼1761)은 1733년의 봄을 이렇게 기록했다. 질병의 원인조차 제대로 모르던 시절, 향촌의 공동체는 역병에 어떻게 대응하고 살아남았을까.

조선시대 사람들은 전염병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역병의 시대’ 18세기를 산 경상도 고성의 선비 구상덕의 일기
‘승총명록’.고성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승총명록’.고성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김호 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53)는 계간지 역사비평 2020년 여름호에 ‘시골 양반 역병 분투기―18세기 구상덕의 승총명록을 중심으로’를 게재했다. ‘승총명록(勝聰明錄)’은 구상덕이 1725년부터 죽을 때까지 37년 동안 쓴 일기다.
이 발표문에 따르면 구상덕이 살았던 18세기 조선은 기근과 역병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1730년부터 이어진 역병과 재난으로 1733년 봄에는 들판에 나물을 뜯을 사람조차 없었다고 한다. 두창과 온역, 이질, 한질 같은 전염병이 1740년, 1748년, 1753년 등에 되풀이해 창궐했다. 구상덕도 아내와 딸, 친구와 친척을 연이어 역병으로 잃었다.
예나 지금이나 전염병 대응의 시작은 ‘사회적 거리 두기’였다. 구상덕은 자신의 마을에서 역병이 완전히 끝나지 않자 읍내 향교의 공사가 마무리되고 열린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집안에 역병이 돌자 향교에서 벌인 시회(詩會)에 불참했고, 집에서도 안채 등 정해진 곳을 떠나지 않고 스스로를 격리했다.
인적 드문 산중의 절이나 이웃집으로 몇 주씩 떠나 있기도 했다. 역병이 미치지 않은 동네의 누이 집으로 부모님을 모셨다. 구상덕은 친구가 역병에 걸려 죽게 되자 그의 아들을 거둔 뒤 데리고 암자로 피신했다. 김 교수는 “역병에 걸렸을지도 모를 사람에게 몸을 피할 공간을 제공하는 건 서로의 선의를 바탕으로 이뤄진 상호부조였다”고 설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최근 테마전시 ‘조선, 역병에 맞서다’에 나온 무과 합격자의 초상화(1774년 제작)로 천연두로 생긴 흉터가 뚜렷하다. 이 전시는 7월 3일부터 국립대구박물관에서도 열린다. 고성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구상덕은 역병을 막고자 점술가나 승려를 불러 독경을 요청했다. 1730년 아내가 괴질에 걸리자 소고기를 먹였다. 역병에 고기를 고아 먹는 치병(治病) 풍속이 있었던 것. 1757년 여름에는 역병이 돌자 닭 한 마리 값이 원래 5, 6전에서 몇 배나 올랐다고 일기에 썼다.
조정과 지방관은 처방전을 보급하고 피막(避幕)을 설치해 환자들을 격리했지만 대부분 인적 드문 들판에 세워져 환자들은 굶거나 얼어 죽는 일이 다반사였다. 피막은 병자들보다는 아직 병이 옮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장치였다.
조정과 지방관은 처방전을 보급하고 피막(避幕)을 설치해 환자들을 격리했지만 대부분 인적 드문 들판에 세워져 환자들은 굶거나 얼어 죽는 일이 다반사였다. 피막은 병자들보다는 아직 병이 옮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장치였다.
구상덕이 가족의 안위만 살핀 것은 아니었다.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노파에게 죽을 먹였으며, 역병과 기근으로 버려진 아이를 노비 삼아 거두기도 했다. 또 백성의 고통을 사또에게 전하기 위해 각종 문서 작성을 도왔다.
김 교수는 “역병의 피해가 가혹한 상황에서 도덕적 삶을 유지하고 스스로 공동체를 지키려는 자발적인 ‘사(士·선비) 의식’이 역병의 시대를 헤쳐나간 열쇠였다”고 말했다. 오늘날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에서 나타난 ‘시민들의 자발적 협조’ 역시 공동체의 안녕을 함께 도모하려는 선비의 의식과 닮아 있다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김 교수는 “역병의 피해가 가혹한 상황에서 도덕적 삶을 유지하고 스스로 공동체를 지키려는 자발적인 ‘사(士·선비) 의식’이 역병의 시대를 헤쳐나간 열쇠였다”고 말했다. 오늘날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에서 나타난 ‘시민들의 자발적 협조’ 역시 공동체의 안녕을 함께 도모하려는 선비의 의식과 닮아 있다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참고문헌>
1. 조종엽, "동체 지키려는 ‘선비 정신’으로 조선시대 역병 이겨냈다”, 동아일보, 2020.6.10일자. A21면.
전체 5,456건 (56/364페이지)
4631
국제펜한국본부 창립 70주년 경축
2024.03.13,
조회 9449
[역사공부방]
신상구
&nbs...
4630
대전시 2048년 그랜드 플랜 가동
2024.03.12,
조회 9447
[역사공부방]
신상구
&nbs...
4629
20년간 공고해진 좌편향 ‘한국사 시장’ 오류 저격하는젊은 역사 유튜버들
2024.03.11,
조회 9454
[역사공부방]
신상구
20년간 공고해진 좌편향 ‘한국사 시장’ 오류 저격하는젊은 역사 유튜버들 이승만 재평가 다큐 ‘건국전쟁’이 촉발한 역사 알기 관심 20년간...
4628
<특별기고> 대전 3.8민주의거 제64주년의 역사적 의의와 기념행사
2024.03.09,
조회 9092
[역사공부방]
신상구
<특별기고> 대전 3.8민주의거 제64주년의 역사적 의의와 기념행사 &nb...
4627
영화 '파묘' 처럼... 현충원 친일파, 언제쯤 들어낼 수 있을까
2024.03.09,
조회 8886
[역사공부방]
신상구
프리미엄 유권자의 DM ㅣ 9화영화 '파묘' 처럼... 현충원 친일파, 언제쯤 들어낼 수 있을까[유권자의 DM] 항일과 친일이 공존하는 기괴한 명당... 21대 총선 때 당선자 73.1% 찬성민족·국제김경준(ki...
4626
소운서원 이정우 원장, 동·서양 아우른 첫 ‘세계철학사’ 완간
2024.03.07,
조회 9409
[역사공부방]
신상구
소운서원 이정우 원장, 동·서양 아우른 첫 ‘세계철학사’ 완간 “지금까지 저술된...
4625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백화문으로 위안스카이 독재 비판
2024.03.06,
조회 9297
[역사공부방]
신상구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백화문으로 위안스카이 독재 비판 최근 한 중...
4624
민족사학의 큰별, 박정학 한배달 이사장 별세
2024.03.04,
조회 9047
[역사공부방]
신상구
민족사학의 큰별, 박정학 한배달 이사장 별세이전 기사보기다음 기사보기기자명 코리아 히스토리 타임스 입...
4623
한국이 그려야 할 선진국의 모습
2024.03.04,
조회 8654
[역사공부방]
신상구
한국이 그려야...
4622
영화 파묘보다 더 기겁할만한 일제의 만행들
2024.03.03,
조회 9211
[역사공부방]
신상구
영화 '파묘'보다 더 기겁할만한 일제의 만행들[이게 이명슈] 지 바꾸고, 쇠말뚝 박고... <파묘>가 상기시킨 역사적 사실들▲ 영화 <파묘> 스틸 이미지 ⓒ ㈜쇼박스 영화 <파묘>는 일제가...
4621
소설가 한강 , 한국 최초 프랑스 4대 문학상인 '메디치상' 수상
2024.03.03,
조회 9121
[역사공부방]
신상구
소설가 한강 , 한국 최초 프랑스 4대 문학상인 '메디치상' 수상 소설가 한강(54)이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
4620
누가 자꾸 역사의 시계를 과거로 되돌리나
2024.03.02,
조회 8946
[역사공부방]
신상구
누가 자꾸 역사의 시계를 과거로 되돌리나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지난 정월 말이었다. 이종찬 광복회 회장과 몇 사람이 자리를 같이하게 되...
4619
현대사회에서 종교는 정말 필요 없어졌나
[1]
2024.03.02,
조회 9193
[역사공부방]
신상구
현대사회에서 종교는 정말 필요 없어졌나업데이트 정보 더보기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종교는 필요한가? 공산주의 국가에서 줄곧 종...
4618
3·1운동은 통일로 완결
2024.03.01,
조회 9007
[역사공부방]
신상구
3·1운동은 통일로 완결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
4617
석주명 나비박사의 생애와 업적
2024.02.29,
조회 9776
[역사공부방]
신상구
- 기후와 날씨- 명화 돋보기- 뉴스 속의 한국사- 사소한 역사- 재밌다 이 책- 숨어있는 세계사- 아하! 시리즈- 고전이야기- 디자인/건축 이야기- 재미있는 과학- 예쁜 말 바른 말- 무대 위 인문학- 동물이야기- 식물...













댓글 0
댓글 내용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