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의 호칭으로 의사와 열사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의사는 침략의 원흉을 처단하거나, 통치기관을 폭파 응징한 분을 일컫고, 열사는 극단적 저항의 방법으로 자결 순국하신 분을 말한다. 일제의 침략에 대한 대응은 국권회복운동과 독립운동의 단계로 진행되었다. 국권회복운동은 대한제국시대 이래 가속화되는 일제의 침략으로부터 주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었고, 독립운동은 경술국치 이후 나라를 되찾기 위한 복국투쟁 이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의사와 열사가 속출하였다.
최초의 항일열사가 누구냐고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충정공 민영환이라고 대답한다. 이는 민영환이 자결 시 입었던 피 묻은 옷을 간직한 방에서 이듬해에 푸른 대나무가 돋아났다는 '혈죽(血竹)'일화로 유명하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보다 6개월 전 이역만리 영국에서 주영국 대한제국 대리공사 이한응(1874-1905)이 자결 순국하였다. 이한응은 1901년 주영공사관의 참서관으로 부임하였다. 어려서부터 외국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육영공원에서 영어를 공부하고 외교관의 길을 걷게 되었다. 대한제국 정부에서 유럽에 상주 공사를 파견한 것은 당당한 독립국가라는 사실을 서구 열강국에 알리기 위한 조치였다. 그는 주영공사 민영돈이 본국으로 소환되자, 1904년 초부터 대리공사로서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한응은 대리공사 직책을 맡자마자 영국 외무성을 방문하여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였다. 그는 러일전쟁의 발발을 예견하고, 영국이 한국의 독립과 주권을 보장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당시 그는 영국 정부에 한반도의 중립화 방안을 전달하였다.
그의 예상대로 러일전쟁이 발발하였고, 전황은 일본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이한응은 1905년 초부터 수차 영국 외무성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면 우리의 독립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망국으로 치닫는 약소국의 외교관으로서 비애를 절감하며 처절하고 외로운 외교활동을 펼쳤다. 이한응의 외교 활동에 일본과 동맹관계에 있던 영국 정부는 냉담하였고 심지어 무시하기조차 하였다. 급기야 4월 12일 오후 이한응은 하이드 파크에서 두 명의 괴한에게 생명의 위협을 당하고, 영국 외무부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괴한이 누구였는지, 왜 그의 목숨을 노렸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재외 주재 외교관의 소환과 재외공관 폐쇄 계획이 진행되는 등 상황은 악화 일로를 치달았다. 결국 그는 자결을 결심하고, 5월 12일 공사관 자신의 침실에서 목을 매 자결하였다. 당시 '매천야록' 등의 기록에는 그가 음독 자결한 것으로 잘못 기록하고 있다. 그의 자결 순국과 관련된 상황은 현지 신문인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생생히 보도되었다.
그의 순국과 관련하여 가장 안타까운 사실은 일제가 그의 순국을 '우울증의 발광'으로 왜곡 날조하여 선전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일제가 자결 순국의 파장을 차단하고자 한 간교하고 비열한 선전 책동임에 불과하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경우가 경술국치에 분개하여 제일 먼저 자결 순국한 금산군수 홍범식의 사례이다. 일제는 경술국치 당일 홍범식이 자결하자 황급히 그가 남긴 유서를 압수하고, 그의 순국이 일제의 침략에 분개하여 결행한 것이 아니라 '본래 있던 광증(狂症)이 발(發)하여'자살한 것으로 폄하하였던 것이다. 한국독립운동사에서 자결 순국 투쟁은 '역사가들이 자결 순국자들을 대서특서(大書特書)하여 입전(立傳)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박은식의 평가를 되새겨야 한다.
내일은 이한응 열사가 순국한 지 꼭 11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기념하여 오늘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그의 순국 투쟁의 사실을 조명하고, 영국공사관 건물의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학술회의가 열린다. 최초의 항일 순국열사 이한응의 순국 투쟁이 올바로 평가되고, 그가 순국한 영국 공사관 건물이 유럽지역 독립운동사를 종합 전시하는 공간으로 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1. 박걸순, "최초의 항일 순국열사 이한응", 대전일보, 2015.5.11일자.
대한제국 최초의 항일 순국열사 이한응
2020.08.31 03:49 |
조회 8624
대한제국 최초의 항일 순국열사 이한응
전체 5,456건 (28/364페이지)
5051
<특별기고> 4.19혁명 65주년의 역사적 의의와 기념행사
2025.04.23,
조회 7021
[역사공부방]
신상구
<특별기고> 4.19혁명 65주년의 역사적 의의와 기념행사 1. 4.19혁명 65주년의 역사적 의의와 평가 &...
5050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
2025.04.22,
조회 5823
[역사공부방]
신상구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 서울 중구 명동성당으로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신자들은 성당 곳곳에서 묵주를 손에 든 채 기도하거나 눈물을 훔쳤다.22일 명동성당 대성전에는 무릎을 꿇고...
5049
막스 플랑크 물리학 연구소
2025.04.22,
조회 6269
[역사공부방]
신상구
구소최근 수정 시각: 2025-04-18 18:58:38막스 플랑크 물리학 연구소1편집 요청토론역사분류막스 플랑크 협회물리연구소Max Planck Institut für Physik막스 플랑크 물리학 연구소설립1917년 10월 1일분류...
5048
세월호 참사 11주기, 전국 추모행렬…&quot;더 관심 가져야&quot; 장유하 기자, 서지윤 기자
2025.04.17,
조회 5658
[역사공부방]
신상구
지나가던 시민들은 발길을 멈추고, 노란 리본에 하나둘 쪽지를 붙였다. 쪽지에는 '11년 전 약속 잊지 않겠습니다', '여전히 기억하고 있어요' 등 참사를 기리는 메시지가 담겼다. 기억공간 입구에 마련된 조화를 들...
5047
1927년 “조선은 야만인”에 맞선 청주고의 동맹휴학
2025.04.14,
조회 5919
[역사공부방]
신상구
청주중학교와 청주고등학교가 개교 100주년을 맞았다. 두 학교는 교정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잇따라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청주중과 청주고는 일제강점기인 1924년 4월 19일, 설립을 인가받아 5년제 10학급을 편성했...
5046
충북민속문화연구 분야의 대부 김영진 민속학자의 학문성과
2025.04.13,
조회 6497
[역사공부방]
신상구
“선생님 중요 업적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안타깝다”기자명김정애 기자입력 2017.07.24 20:47댓글 0공유인쇄본문 글씨 키우기본문 글씨 줄이기故 김영진(金榮振) / 민속학자충북민속문화연구 분야의 대부방언연구 시...
5045
한성백제 500년 역사’찾아낸 이형구 선문대 교수
[1]
2025.04.13,
조회 6113
[역사공부방]
신상구
‘한성백제 500년 역사’찾아낸 이형구 2001년 어느 날이었다. 기자가 어느 고고학자를 취재하다가 “이형구 교수는 이렇게 생각하던데…”하고 묻자 그 교수는 한마디 툭 던졌다. “이형구 교수가 누구죠?”....
5044
<특별기고> 대한민국 상해임시정부 수립 제106주년을 경축하며
2025.04.12,
조회 6113
[역사공부방]
신상구
<특별기고&g...
5043
대한민국 상해임시정부 수립 제106주년을 경축하며
2025.04.12,
조회 6053
[역사공부방]
신상구
<특별기고> 대한민국 상해임시정부 수립 제106주년을 경축하며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시인, 문학평론가) 대산 신상구1. 대한민국 상해임시정부 수립 제106주년의 역사적 의의 2024년 4월...
5042
<특별기고> 서해수호의 날 10주년의 역사적 의의와 기념행사
2025.03.30,
조회 5872
[역사공부방]
신상구
<특별기고> 서...
5041
서해수호의 날 10주년의 역사적 의의와 기념행사
2025.03.28,
조회 5716
[역사공부방]
신상구
<특별기고> 서해수호의 날 10주년의 역사적 의의와 기념행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향토...
5040
울산천부경연구원
2025.03.27,
조회 7047
[역사공부방]
신상구
협력단체(사)천부경연구원참한역사신문 21-01-06 18:28 (사)천부경연구원 안녕하십니까? 사단법인 천부경 연구원 이사장 최동원입니다. 우리의 국조이신 단군님께서 말씀하시...
5039
안동 천년고찰 고운사 전소
2025.03.27,
조회 5882
[역사공부방]
신상구
산불로 전소된 ‘천년사찰’ 고운사···신도들 “허망하고 참담” 눈물입력 : 2025.03.26 13:40 수정 : 2025.03.26 17:11경향신문,이삭 기자뉴스플리공유하기글자크기 변경인쇄하기의성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이 닷새...
5038
의성군 산불 상황에 대해
2025.03.26,
조회 11054
[자유게시글]
dud
경상북도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닷새째 이어지며 피해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18명에 이르며, 강풍으로 인해 불길이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인근 지역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5037







댓글 0
댓글 내용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