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 칼럼] 진정한 코로나 백신은 ‘절제’와 ‘배려’
2020.09.01 17:57 |
조회 9039
[최훈 칼럼] 진정한 코로나 백신은 ‘절제’와 ‘배려’
중앙일보2020-09-01 00:40
일상 멈춰진 코로나 블루 속
사회적 불평등 심화 악순환
남을 도와주는 이타의 삶이
‘근본적 치료제’임을 깨달아
최훈 편집인힘든 시간이다. 밤 9시 이후 일상의 포기와 멈춤이 선언됐다. 우리 생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바이러스 대역습. 더욱 힘든 건 마음의 우울. ‘코로나 블루(Corona Blue)’다. 모두가 어떤 고통의 시간에 갇혔는지 숫자는 일러준다(이하 엠브레인,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 발췌).
7월 이후 국민 10명 중 7명 이상, 71.6%가 “삶이 불행하다”고 한다. 코로나 2차 대유행인 지금엔 더 높아져 있겠다. 물리적·사회적 관계의 단절로 스트레스 곡선도 가파르다. 69%가 “요즘 많은 사람이 일상적 행위에도 더욱 날카롭고 극단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느낀다. 다 함께 뜨던 찌개는 피한다는 직장인들이 53%. “코로나 시국에 솔직히 종교가 한 역할이 없는 느낌”이라는 이들만 71.6%다. 육아·가사, 취업·결혼 등의 고민이 적잖은 여성과 20대가 가장 우울함을 호소한다.
다툼과 분노, 생활고로 인한 범죄 역시 덩달아 늘어난다. 올 1분기 전체 범죄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2만여 건, 5.0% 많아졌다. 범죄 통계 특성상 연초인 1분기는 전년에 비해 주는 게 상례. 지난해 1분기 범죄는 전년 동기 대비 3.9% 줄었으나, 올 들어 거꾸로 증가하는 추세다. 경제적 고통이 가중될 하반기가 더 불안한 이유다. 분명 모임, 회식의 규모가 대폭 줄었지만 폭음의 빈도가 늘어나는 양상도 예사롭지 않다. 주1회 이상부터 거의 매일 폭음(소주 1병 또는 맥주 4캔 이상)한다는 비율이 3월의 19.33%에서 5월엔 20.66%로 늘었다. 자가의 스트레스 혼술인 건지….
가장 걱정스러운 코로나 블루는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다. 바이러스야 사람을 가려 옮겨가진 않을 터다. 하지만 역병의 모든 악영향은 무슨 만유인력의 법칙처럼 사회적 약자에게로 몰려간다. 세계적 양상이다. 뉴욕타임스가 워싱턴대 연구팀을 인용한 최근 보도들에 따르면 저소득층은 이미 당뇨·심장질환 등 평균보다 10% 이상 높은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이들의 경우 코로나 치명률이 10배 높아지고, 평균을 내면 저소득층의 상대적 치명률은 2배 정도 상승한다. 70대 이상 치명률이 높지만 저소득층으로 좁혀 보면 55세 이상부터 높아진다. 이미 존재하는 세상의 불평등과 차별 구조가 코로나의 파괴적 전파 과정에서 더욱 증폭되는 슬픈 구조다.
재택 근무, 자가 격리 등 최소한의 인간적 방어조차 쉽지 않은 사회적 약자들의 상황도 불편한 진실이다. ‘삶의 현장’을 벗어나기 어렵고, 사회적 의료서비스 역시 부족하기 마련이다. 먹고살려고 일하러 나가야 하니 이들의 전염율과 매개율은 높아진다. 일자리와 영세 소상공인 점포의 매출은 역으로 최저치다. ‘팬데믹-불평등’의 악순환 고리는 정점으로 치닫는다.
백신의 개발도 화급한 일이겠지만 이쯤에서 인간 세상은 뭔가 대재앙에 대한 ‘근본적 치료제’의 성찰을 해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바로 ‘밀집’과 ‘이기’ ‘탐욕’에 대한 자성이다. 지구상 인구는 1804년 10억, 1927년 20억, 1960년 30억 명을 찍은 뒤 2011년 70억 명의 폭발적 상승(현재 78억 명)을 하고 있다. 90억 명을 가볍게 돌파할 거란 예측이다. 이러니 이윤 좇아 도시는 더욱 커져 가고, 숲은 없애고, 탄소를 배출해 기온을 높인다. 온갖 동물을 가축화해 꼼짝못할 전염의 온상인 우리에 가둔다. 자학적 파괴의 결과 인간 스스로가 바이러스의 손쉬운 타깃이 돼버렸다. 묵인·방관해 온 인간 공동체 내의 양극화는 ‘팬데믹-불평등’의 악순환으로 속수무책 증폭돼 세상의 면역력을 끌어내리고 있다. 자연의 보전과 다른 종(種), 타인·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이타(利他)가 곧 자리(自利)였음을 깨닫는 건 미증유의 고통 앞에서다.
생물학자들은 나뭇잎에 NPV라는 치명적 바이러스가 발라진 부분만 피해서 갉아먹는 매미나방의 일부 개체를 관찰했다. 이 같은 평소와의 작은 ‘이질성(heterogeneity)’이 역병 전파와 생태계 파괴를 막는 데 긴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평균 전파율이 일정하다면 개인의 분별, 절제 등 평소와 다른 이질성이 집단의 파국을 막는 데 커다란 효과를 발휘한다”는 게 자연과학의 인문학적 통찰이다(데이비드 콰먼 『인수공통전염병』).
따스한 문자 위로 한마디, 일상의 즐거움과 동선(動線)에 대한 나의 절제, 배려와 이타가 절실한 시간이다. 약자에 대한 관심과 상생, 건강한 공동체가 왜 스스로를 위한 것이며, 근본적인 사회적 백신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나날들이다. 무엇보다 고통받는 이들의 코로나 블루를 완화해 줘야 할 책무의 정치권력이 탐욕과 미혹(迷惑)에 갇혀 또 다른 분란의 바이러스가 되지 않길 간구할 뿐이다.
이 즈음 프란치스코 교황이 짧게 전해준 메시지만큼 코로나 시대의 갈 길을 압축해내긴 어렵겠다. “강은 자신의 물을 마시지 않고, 나무는 자신의 열매를 먹지 않습니다. 태양은 스스로 자신을 비추지 않고, 꽃은 자기를 위해 향기를 퍼뜨리지 않습니다. 남을 위해 사는 게 자연의 법칙입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 돕기 위해 태어난 것입니다. 아무리 그게 어렵더라도 말이지요….”
최훈 편집인
사회적 불평등 심화 악순환
남을 도와주는 이타의 삶이
‘근본적 치료제’임을 깨달아
최훈 편집인7월 이후 국민 10명 중 7명 이상, 71.6%가 “삶이 불행하다”고 한다. 코로나 2차 대유행인 지금엔 더 높아져 있겠다. 물리적·사회적 관계의 단절로 스트레스 곡선도 가파르다. 69%가 “요즘 많은 사람이 일상적 행위에도 더욱 날카롭고 극단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느낀다. 다 함께 뜨던 찌개는 피한다는 직장인들이 53%. “코로나 시국에 솔직히 종교가 한 역할이 없는 느낌”이라는 이들만 71.6%다. 육아·가사, 취업·결혼 등의 고민이 적잖은 여성과 20대가 가장 우울함을 호소한다.
다툼과 분노, 생활고로 인한 범죄 역시 덩달아 늘어난다. 올 1분기 전체 범죄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2만여 건, 5.0% 많아졌다. 범죄 통계 특성상 연초인 1분기는 전년에 비해 주는 게 상례. 지난해 1분기 범죄는 전년 동기 대비 3.9% 줄었으나, 올 들어 거꾸로 증가하는 추세다. 경제적 고통이 가중될 하반기가 더 불안한 이유다. 분명 모임, 회식의 규모가 대폭 줄었지만 폭음의 빈도가 늘어나는 양상도 예사롭지 않다. 주1회 이상부터 거의 매일 폭음(소주 1병 또는 맥주 4캔 이상)한다는 비율이 3월의 19.33%에서 5월엔 20.66%로 늘었다. 자가의 스트레스 혼술인 건지….
가장 걱정스러운 코로나 블루는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다. 바이러스야 사람을 가려 옮겨가진 않을 터다. 하지만 역병의 모든 악영향은 무슨 만유인력의 법칙처럼 사회적 약자에게로 몰려간다. 세계적 양상이다. 뉴욕타임스가 워싱턴대 연구팀을 인용한 최근 보도들에 따르면 저소득층은 이미 당뇨·심장질환 등 평균보다 10% 이상 높은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이들의 경우 코로나 치명률이 10배 높아지고, 평균을 내면 저소득층의 상대적 치명률은 2배 정도 상승한다. 70대 이상 치명률이 높지만 저소득층으로 좁혀 보면 55세 이상부터 높아진다. 이미 존재하는 세상의 불평등과 차별 구조가 코로나의 파괴적 전파 과정에서 더욱 증폭되는 슬픈 구조다.
재택 근무, 자가 격리 등 최소한의 인간적 방어조차 쉽지 않은 사회적 약자들의 상황도 불편한 진실이다. ‘삶의 현장’을 벗어나기 어렵고, 사회적 의료서비스 역시 부족하기 마련이다. 먹고살려고 일하러 나가야 하니 이들의 전염율과 매개율은 높아진다. 일자리와 영세 소상공인 점포의 매출은 역으로 최저치다. ‘팬데믹-불평등’의 악순환 고리는 정점으로 치닫는다.
백신의 개발도 화급한 일이겠지만 이쯤에서 인간 세상은 뭔가 대재앙에 대한 ‘근본적 치료제’의 성찰을 해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바로 ‘밀집’과 ‘이기’ ‘탐욕’에 대한 자성이다. 지구상 인구는 1804년 10억, 1927년 20억, 1960년 30억 명을 찍은 뒤 2011년 70억 명의 폭발적 상승(현재 78억 명)을 하고 있다. 90억 명을 가볍게 돌파할 거란 예측이다. 이러니 이윤 좇아 도시는 더욱 커져 가고, 숲은 없애고, 탄소를 배출해 기온을 높인다. 온갖 동물을 가축화해 꼼짝못할 전염의 온상인 우리에 가둔다. 자학적 파괴의 결과 인간 스스로가 바이러스의 손쉬운 타깃이 돼버렸다. 묵인·방관해 온 인간 공동체 내의 양극화는 ‘팬데믹-불평등’의 악순환으로 속수무책 증폭돼 세상의 면역력을 끌어내리고 있다. 자연의 보전과 다른 종(種), 타인·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이타(利他)가 곧 자리(自利)였음을 깨닫는 건 미증유의 고통 앞에서다.
생물학자들은 나뭇잎에 NPV라는 치명적 바이러스가 발라진 부분만 피해서 갉아먹는 매미나방의 일부 개체를 관찰했다. 이 같은 평소와의 작은 ‘이질성(heterogeneity)’이 역병 전파와 생태계 파괴를 막는 데 긴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평균 전파율이 일정하다면 개인의 분별, 절제 등 평소와 다른 이질성이 집단의 파국을 막는 데 커다란 효과를 발휘한다”는 게 자연과학의 인문학적 통찰이다(데이비드 콰먼 『인수공통전염병』).
따스한 문자 위로 한마디, 일상의 즐거움과 동선(動線)에 대한 나의 절제, 배려와 이타가 절실한 시간이다. 약자에 대한 관심과 상생, 건강한 공동체가 왜 스스로를 위한 것이며, 근본적인 사회적 백신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나날들이다. 무엇보다 고통받는 이들의 코로나 블루를 완화해 줘야 할 책무의 정치권력이 탐욕과 미혹(迷惑)에 갇혀 또 다른 분란의 바이러스가 되지 않길 간구할 뿐이다.
이 즈음 프란치스코 교황이 짧게 전해준 메시지만큼 코로나 시대의 갈 길을 압축해내긴 어렵겠다. “강은 자신의 물을 마시지 않고, 나무는 자신의 열매를 먹지 않습니다. 태양은 스스로 자신을 비추지 않고, 꽃은 자기를 위해 향기를 퍼뜨리지 않습니다. 남을 위해 사는 게 자연의 법칙입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 돕기 위해 태어난 것입니다. 아무리 그게 어렵더라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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