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국의 평균 인구밀도, 면적단위당(1㎢) 거주인구는 63.49명이다. 그런데 서울은 1만5,964명에 달한다. 평균보다 251배 많다는 얘기다. 그나마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으로 서울살이가 힘들어져 탈경(脫京)화가 심화된 결과가 이 정도다.
문제는 한국의 인구가 곧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자연증감(출생자-사망자)은 2019년 마이너스를 찍었다. 국제유입 덕에 총인구는 적게나마 늘고 있지만, 하향반전은 시간문제다.
총원이 유지·감소인데 한 곳이 늘면 다른 어디선가는 줄 수밖에 없다. 수도권을 뺀 지방권역이 그렇다. 도시밀집과 농촌과소는 이음동어의다.
인구밀도 최하위인 강원도 인제군은 19.3명에 불과하다. 사회이동은 개별차원의 합리적인 선택이나, 사회전체로는 비용 유발과 함께 불균형적인 긴장감을 낳는다. 한쪽은 넘치고, 한쪽은 부족해 자원배분의 유효 활용을 가로막는다.
결국 균형 회복이 시급하다. 이대로면 도시·농촌의 역내분업은 깨져버린다. 농촌이 서울을 떠받친다는 점에서 생태계의 건강한 연결망이 중요하다. 답은 '로컬리즘'이다. 한국의 앞날은 농촌의 오늘이다. 지방이 죽으면 나라도 죽는다.
인구 소멸 지역 되살릴 화두는 '로컬리즘'
2020.11.29 02:20 |
조회 9263
인구 소멸 지역 되살릴 화두는 '로컬리즘'
소멸경고 속 한계 넘긴 과소농촌
인구변화의 충격은 차별적이다. 맷집 좋은 도시는 버텨도 취약해진 농촌에겐 치명타다. 서울생활권은 몰라도 기타권역은 시한부 환자 신세다. 비명 소리마저 잃어버린 과소농촌이 흔해졌다. 지방권역의 박탈감과 모멸감은 일상사다. 천정부지의 서울집값에 온 나라가 난리지만, 88%의 국토공간은 배제된 방관자로 전락했다. 저성장발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지방은 회생조차 힘들어진다. 이대로면 유령마을은 예약된 상태다.
발걸음이 멈춰선 곳에 돈이 돌리 만무하다. 아직은 고령인구라도 있어 연명하나, 다사(多死)사회가 본격화되면 미래는 없다. 경고는 구체적이다. 2015년 일본정부가 발표해 화제를 모은 소멸산식(20~39세 여성/65세 이상=0.5 미만)을 한국에 넣으면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소멸위험지역은 97곳에 달한다(2019년 기준).
다행스러운 건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꽤 넓어졌다는 점이다. 선거시즌이면 활성화 실현 공약이 선순위를 차지한다. '하면 좋은 게' 아닌 '꼭 해야 할' 절체절명의 해결 미션이 된 셈이다. 지역균형뉴딜처럼 중앙예산까지 풀리며 재생 사업을 떠받친다.
미약하나마 고무적인 신호도 있다. 작지만 하나 둘 성과를 내는 사례다. 그럼에도 고민스럽다. 가성비는커녕 부작용을 양산한 과거경로를 반복할 우려는 경계대상이다. 이름만 바뀐 채 형식·내용은 비슷한 과거정책의 재구성이란 혐의도 일리는 있다. 호기(好機)를 실기(失機)로 돌려선 곤란하다.
2. 발상의 전환과 새로운 도농균형책
새로운 문제는 새로운 해결이 맞다. 불균형이란 게 완전히 새로운 과제는 아니나, 최근의 도시집중·농촌과소는 과거보다 훨씬 복잡다난한 관계성이 내재된다. 상황이 바뀌었다면 방법도 달라지는 게 옳다. 뉴노멀에 맞는 새로운 도농균형론의 기획·실행이 대표적이다. 당장 재생목적의 재구축이 먼저다. 무엇을, 누구를 위한 활성화인지 목적성을 분명히 하자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과거 방식은 오히려 역내불균형을 심화시켰다. 하드웨어적인 토건사업 위주라 일부만 단발 수혜를 받을 뿐 대다수 순환 경제는 실현되기 어렵다. 허술한 수요 조사로 사업 후 흉물로 방치되고 추가적인 운영비까지 대는 곳도 부지기수다. 짓고 닦는 활성화도 필요하나, 중요한 건 주민 행복의 담보 여부다. 고루 혜택이 돌아가고 길게 지역에서 살아남는 활성화가 바람직하다.
다음은 실행방식의 재구성이다. 행정이 모두 한다는 사고체계는 과거유물이다. 시장실패만큼 정부실패도 많지 않은가. 대안은 행정주도형 하향식보다 주민참여형 상향식이다. 공공예산을 넣어도 거리두기와 내려놓기는 필수다.
지역활성화는 ‘지역’이 중심일 때 바람직하다. 기획도 실행도 평가도 지역이 객체가 아닌 주체로 참여할 때 효과적이다. 아쉽게도 한국의 지역활성화는 갈 길이 멀다.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경우 당사자보다 외부자의 입김·이해로 결정된다. 40여년의 국토균형발전론이 극단적인 도농불균형만 심화시킨 배경이다. 추진 내용부터 진행 방식까지 천편일률적인 토건 중심의 전국구 범용 모델로 표준화된 이유다. 그러니 어디든 활성화 사업 공간은 판박이처럼 닮았고 황폐화된다.
지역은 모두 다르다. 입지·역사·산업·인구·성향 등 똑같은 곳은 없다. 때문에 전국 표준을 적용하면 편하긴 해도 남는 게 없다. 차별화된 그들만의 활성화가 탐색·거래·감시 비용을 줄일뿐 아니라 지속적인 성과 창출로 직결된다. 중앙은 지역을 응원·지원하면 충분하다. 규제·예산 등의 권력 하방으로 스스로 행복해지는 지역시스템을 키워주는 게 옳다. 그걸 해주는 게 자치분권의 논리다. 수많은 성공 사례의 공통 분모로 거론되는 게 지역중심 로컬리즘이란 건 우연의 일치일 수만은 없다.
3. 지역회복 이끌 로컬리즘의 전제조건
비운다면 채우는 게 수순이다. ‘중앙일괄→지역자생’의 방향설정에도 의문은 남는다. 과연 지역은 준비돼 있는가의 이슈다. 논쟁거리인 게 달라진 활성화를 추진할 능력과 의지가 지역공간에 갖춰졌는가의 물음이다. 자치분권이 이뤄져도, 로컬리즘이 선택돼도 이를 실행할 자생·내발적인 에너지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방치된 한계 취락 특유의 폐쇄성·무력감을 벗겨내는 게 먼저다. 귀촌·귀향 10년을 넘겼어도 ‘서울 것’이란 호칭으로 역차별하면 지역은 생존할 수 없다. 번거롭고 힘들지만 다양한 이해관계를 공론화해 타협·조율하는 참여 및 결정구조가 로컬리즘의 전제조건이다.
원주민만 고향주인은 아니다. 활성화는 최대한 많은 이들이 인적자원으로 연결될 때 지속되는 법이다. 리더십을 포함한 지역행정은 기획부터 실행·관리까지 사업공정에 직접적인 당사자성을 품어낼 장치를 갖추는 게 바람직하다. 공동체조직이든 사회적기업이든 선의만 요구하지 말고 이해를 배분할 때 민간혁신과 영리성과도 보장된다. 로컬리즘이 또 다른 관제사업으로 전락해선 곤란하다. 공공발 프로젝트라도 민관협치적인 새로운 대응체계로 완수되는 게 여러모로 좋다.
미약하나마 지역곳곳에선 달라진 움직임도 목격된다. 간만의 훈풍은 뉴노멀에 맞는 로컬리즘을 완성할 절호의 기회다. 간단하고 손쉬운 활성화는 경계대상이다. 수많은 참여와 투명한 체계가 활성화에 녹여들 때 지역전체를 위한 행복품질과 지속모델은 만들어진다. 시간 앞에 무너지지 않도록 긴 호흡 속에서 작지만 확실한 성과를 하나 둘 쌓아갈 때 역내행복을 위한 순환경제는 달성된다.
가능하면 차별화된 지역특화적인 창발(創發)모델에 고민할 때다. 226개 기초지자체는 226개의 활성화모델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 지역격차는 있겠으나,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로컬리즘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한국사회의 미래지속을 위한 새로운 실험이다. 괴물화된 빗장도시의 구심력을 해제하고, 유령화된 과소마을로 원심력을 강화할 재미나고 유의미한 아이디어다. 한계취락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다. 도시가 시골을 먹듯 과거가 미래를 막아선 낭패다. 로컬리즘은 인구갈등을 풀어낼 마지막 카드일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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