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역사 되풀이 하지 말자
2021.01.27 02:07 |
조회 9792
아픈 역사 되풀이 하지 말자
세월이 하 수상하니 옛 서적을 자주 뒤적거려 현실과 비교하게 된다. ‘한비자’를 펼치니 이런 글이 눈에 뜨인다. 초나라 장왕이 급히 태자를 불렀다. 국법에 마차를 타고 궁궐에 들어갈 수 없는데 비가 내려 궁궐 뜰에 물이 고이자 태자는 문지기의 저지에도 안으로 마차를 몰았다. 문지기가 국법을 어겼다며 마차를 부쉈다. 태자가 이 사실을 왕에게 고하자 장왕은 "문지기는 임금을 위해 마땅히 법을 지켰고 태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아첨하지 않았으니 참으로 훌륭한 신하로다." 하면서 문지기를 두 계급 승진시키고 태자를 꾸짖었다. 법의 일관성을 지킨 초나라의 왕이었기에 춘추5패로 천하를 호령했다. 멀리 미국 대선결과에 대한 후폭풍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다.
트럼프의 막무가내 정치술수에 국민들이 외면하기 시작했고 미국 민주정신을 깨뜨린 최악의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되었다. 그래도 한국과 달리 미국에는 건강한 야당이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여 바이든 대통령을 정신 바짝 차리게 했는지 모른다. 바이든은 고위직 임명자들에게 "당신들은 나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다. 대통령의 변호사가 아니다. 당신의 충성은 나에게 하는 게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게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참에 우리나라 현실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K방역 성과와 재난지원금 등으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후 정권 5년차에 철벽 지지율이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정평가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한다. 각종 언론과 전문가들은 부동산 실패, 탈원전 의혹, 인사 실패, 조국 사태, 추·윤 갈등, 감사원 압박, 울산선거 개입의혹, 대통령의 소통부족, 여당의 독선과 오만 따위를 열거했다. 어쩌면 마스크 착용, K방역, 백신, 안전안내 문자보다 더 많은, 무차별 정치적 용어의 폭격을 당한 것 같다.
국민들은 법무장관, 검찰총장, 감사원장의 이름을 모르고 살던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 ‘한비자’에 등장하는 문지기처럼 강직한 인물과 태자 같은 인물이 누구이며 장왕 같은 지도자가 있는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예로부터 지도자의 덕목 중 으뜸은 법의 공정이고 백성을 고루 보살피며 인물을 제대로 가려 쓰고 적으로부터 나라를 굳건히 지키는 것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민 모두 고통을 겪고 있다. 방역 전문가들이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병상, 인력, 백신확보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당국이 반영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의 약속대로 백신을 확보해서 1주일에 100만 명씩 접종해도 4천만 명 정도 접종하려면 40주, 10개월 가까이 걸린다고 한다. 어림잡아 계산해도 연말쯤에나 집단면역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백신에 대한 국민신뢰가 보장되었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백신을 공급하며 부작용에 대한 면책권을 요구했고 이미 해외에서 백신접종 후유증으로 사망자가 생겼다는 보도에 근심은 더 깊어졌다. 그래서 정부는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K방역과 백신접종에 전심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코로나 백신은 무기, 식량만큼이나 중요한 국민을 보호하는 방위산업이란 걸 명심하고 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국민들은 ‘코로나 집단면역’만큼이나 ‘정치계의 집단면역’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갈등이 부각된 것 같아 송구하다. 검찰의 어떤 수사관행, 문화 이런 것을 다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그 점에서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제 국민을 염려 시키는 갈등은 없을 거다." 그러면서 "윤 총장에 대해 여러 평가가 있지만 제 평가를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그냥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라고 했다. 그 말을 1년 전에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니, 조국 사태 때 했더라면 1년 동안 추·윤 갈등이니 법·검 사투니 지지율 갈등 따위가 돌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여당 인사들이 무섭게 공격하고 적극 지지층까지 거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헌정사상 현직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선두에 서는 기이한 현상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은 언론의 비판에 댓글까지 본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1년 내내 언론에서 집요하게 비판기사가 쏟아진 게 역사상 최초일 텐데, 정말 대통령이 살펴 읽었는지 믿기 힘들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궁금해 했던 월성원전에 얽힌 감사원 감사 전후 사정에 대해 "감사원 감사는 정치적 목적이 아니다"라고 했다. 여권 인사들이 종주먹을 들이대고 눈을 부릅뜨며 감사원장을 공격했을 때 대통령은 왜 침묵했는지도 궁금하다.
이미 알려진 얘기지만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에 관련하여 ‘공무 중 불가피한 잘못을 면책해 달라’는 행정면책을 6번이나 신청했지만 최재형 감사원장이 모두 거부했다. 잘못이 없는데 왜 신청했겠는가? 감사가 시작되자 관련 공무원들이 수백 건의 관련 자료를 깊은 밤에 몰래 삭제한 죄로 구속되고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감사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그의 역할은 오직 국민의 권익을 위해 권력의 눈치를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게 헌법정신이다.
필자를 비롯하여 촛불집회에 동참했던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다양한 우려를 피력하는 것은 대통령 임기 후에 혹여 불어 닥칠 후폭풍을 염려하는 까닭임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설마 그래서야 안 되겠지만 울산선거 개입의혹, 원전 폐쇄의혹, 라임·옵티머스 의혹 등으로 아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대통령 임기 중에 의혹을 해소하는 결단을 보여야 한다.
대한민국은 행복한 전직 대통령을 가질 권리가 있다. 헌정사상 행복한 대통령이 없다는 현대사의 질곡을 이번에는 뛰어넘어야 한다. 권력에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주창했던 대로, 촛불정신의 요구대로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혜가 요구된다. 국민을 이기려고 하면 반드시 후과가 따른다는 것을 아는, 역사상 최초로 행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1. 김홍신, "아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충청투데이, 2021.1.26일자. 18면.
트럼프의 막무가내 정치술수에 국민들이 외면하기 시작했고 미국 민주정신을 깨뜨린 최악의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되었다. 그래도 한국과 달리 미국에는 건강한 야당이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여 바이든 대통령을 정신 바짝 차리게 했는지 모른다. 바이든은 고위직 임명자들에게 "당신들은 나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다. 대통령의 변호사가 아니다. 당신의 충성은 나에게 하는 게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게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참에 우리나라 현실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K방역 성과와 재난지원금 등으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후 정권 5년차에 철벽 지지율이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정평가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한다. 각종 언론과 전문가들은 부동산 실패, 탈원전 의혹, 인사 실패, 조국 사태, 추·윤 갈등, 감사원 압박, 울산선거 개입의혹, 대통령의 소통부족, 여당의 독선과 오만 따위를 열거했다. 어쩌면 마스크 착용, K방역, 백신, 안전안내 문자보다 더 많은, 무차별 정치적 용어의 폭격을 당한 것 같다.
국민들은 법무장관, 검찰총장, 감사원장의 이름을 모르고 살던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 ‘한비자’에 등장하는 문지기처럼 강직한 인물과 태자 같은 인물이 누구이며 장왕 같은 지도자가 있는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예로부터 지도자의 덕목 중 으뜸은 법의 공정이고 백성을 고루 보살피며 인물을 제대로 가려 쓰고 적으로부터 나라를 굳건히 지키는 것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민 모두 고통을 겪고 있다. 방역 전문가들이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병상, 인력, 백신확보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당국이 반영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의 약속대로 백신을 확보해서 1주일에 100만 명씩 접종해도 4천만 명 정도 접종하려면 40주, 10개월 가까이 걸린다고 한다. 어림잡아 계산해도 연말쯤에나 집단면역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백신에 대한 국민신뢰가 보장되었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백신을 공급하며 부작용에 대한 면책권을 요구했고 이미 해외에서 백신접종 후유증으로 사망자가 생겼다는 보도에 근심은 더 깊어졌다. 그래서 정부는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K방역과 백신접종에 전심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코로나 백신은 무기, 식량만큼이나 중요한 국민을 보호하는 방위산업이란 걸 명심하고 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국민들은 ‘코로나 집단면역’만큼이나 ‘정치계의 집단면역’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갈등이 부각된 것 같아 송구하다. 검찰의 어떤 수사관행, 문화 이런 것을 다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그 점에서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제 국민을 염려 시키는 갈등은 없을 거다." 그러면서 "윤 총장에 대해 여러 평가가 있지만 제 평가를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그냥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라고 했다. 그 말을 1년 전에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니, 조국 사태 때 했더라면 1년 동안 추·윤 갈등이니 법·검 사투니 지지율 갈등 따위가 돌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여당 인사들이 무섭게 공격하고 적극 지지층까지 거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헌정사상 현직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선두에 서는 기이한 현상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은 언론의 비판에 댓글까지 본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1년 내내 언론에서 집요하게 비판기사가 쏟아진 게 역사상 최초일 텐데, 정말 대통령이 살펴 읽었는지 믿기 힘들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궁금해 했던 월성원전에 얽힌 감사원 감사 전후 사정에 대해 "감사원 감사는 정치적 목적이 아니다"라고 했다. 여권 인사들이 종주먹을 들이대고 눈을 부릅뜨며 감사원장을 공격했을 때 대통령은 왜 침묵했는지도 궁금하다.
이미 알려진 얘기지만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에 관련하여 ‘공무 중 불가피한 잘못을 면책해 달라’는 행정면책을 6번이나 신청했지만 최재형 감사원장이 모두 거부했다. 잘못이 없는데 왜 신청했겠는가? 감사가 시작되자 관련 공무원들이 수백 건의 관련 자료를 깊은 밤에 몰래 삭제한 죄로 구속되고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감사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그의 역할은 오직 국민의 권익을 위해 권력의 눈치를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게 헌법정신이다.
필자를 비롯하여 촛불집회에 동참했던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다양한 우려를 피력하는 것은 대통령 임기 후에 혹여 불어 닥칠 후폭풍을 염려하는 까닭임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설마 그래서야 안 되겠지만 울산선거 개입의혹, 원전 폐쇄의혹, 라임·옵티머스 의혹 등으로 아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대통령 임기 중에 의혹을 해소하는 결단을 보여야 한다.
대한민국은 행복한 전직 대통령을 가질 권리가 있다. 헌정사상 행복한 대통령이 없다는 현대사의 질곡을 이번에는 뛰어넘어야 한다. 권력에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주창했던 대로, 촛불정신의 요구대로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혜가 요구된다. 국민을 이기려고 하면 반드시 후과가 따른다는 것을 아는, 역사상 최초로 행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1. 김홍신, "아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충청투데이, 2021.1.26일자.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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