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 이전에 ‘항청’, 속국을 거부한 조선의 싸움
2021.05.28 12:37 |
조회 11323
‘반일’ 이전에 ‘항청’, 속국을 거부한 조선의 싸움
日 시각으로 그린 임오군란 1882년 발생한 임오군란을 일본 시각으로 담은 보도판화. 하급 군인들이 일본 공사관 직원들과 싸우는 모습으로, 가운데 그림의 상단에는 일본 공사가 본국에 보낸 전보가 붙어 있다. 조선이 청에 진압을 요청하면서 병자호란 이후 약 250년 만에 청군이 조선에 들어왔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
조공 관계는 ‘지배-복속’ 관계라기보다는 오히려 그런 관계를 막고자 서로 비호하거나 원조하는 일종의 ‘패트론-클라이언트’ 관계였다고 할 수 있다.(김봉진, ‘조선=속국, 속방’의 개념사)
그런데 이런 관계는 19세기 후반 서양과 일본의 대두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이미 주권국가 체제를 확립한 이 국가들이 조청(朝淸)관계의 ‘정체’를 묻기 시작한 것이다. 그 계기는 병인양요(1866년), 신미양요(1871년)였다. 프랑스와 미국은 조선과 전쟁을 하면 청나라를 침범하는 게 되는지, 청나라는 개입할 것인지, 그 이전에 도대체 조청관계는 어떤 것인지를 물었다. 청 정부의 답변은 ‘속국이지만 자주적인 나라이고, 자주적이지만 동시에 속국’이었다. 즉, 속국자주(屬國自主)였다. 대등한 주권국가 체제에 사는 현대인들로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그러나 근대조선의 험난한 여정은 이 말로부터 시작했다. 현대 한국어의 ‘속국’과 달리 당시 이 말의 의미는 매우 애매했다. 조선 같은 조공국은 사실상 독립국이라는 게 당시 조선과 서양, 그리고 일본의 입장이었다.
‘조선 속국화’ 청의 태도 변화
조선은 조공국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한 채 자주국이 되고자 했다. 조공을 하는 대신 청에는 국제사회의 위협으로부터 조선을 보호해 줘야 하는 의무를 지우고자 했다. 하지만 내정간섭은 한사코 거부했다. 청은 “조선이 중국의 보호를 구하는 것은 결코 진심이 아니다. 단지 중국의 힘을 빌려 어깨의 짐을 덜고자 하는 것일 뿐”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때부터 청일전쟁까지 약 15년간은 조선을 속국화하려는 청과, 이를 거부하려는 조선의 싸움이었다. ‘반일’ 이전에 ‘항청(抗淸)’이 있었던 것이다.
1880년대 들어 청은 전통적인 입장을 바꿔 조선 속국화 정책을 급격하게 추진했다. 그 주도자는 북양대신 이홍장(李鴻章)과 그 부하인 마건충(馬建忠), 원세개(袁世凱)였다. 정책 변화의 이유는 청의 위기감이었다. 신미양요 후 대원군이 실각하자 일본은 조선과 강화도조약(1876년)을 맺고 이어 류큐 왕국을 병합(1879년)해버렸다. 지난 칼럼에서 서술한 대로 류큐 멸망은 조공국에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았다. 프랑스도 베트남을 잠식하고 있었다. 청의 안보에서 조선은 류큐와 베트남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나라였다.
청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조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임오군란(1882년) 때 대군을 이끌고 조선에 들어온 오장경(吳長慶)의 부하 장건(張건)은 고대 한사군의 전례에 따라 조선국왕을 아예 폐하고 조선성(朝鮮省)을 설치하자고 했고, 한림원 시강 장패륜(張佩綸)은 대신을 파견하여 조선의 내정과 외교를 직접적으로 장악하자고 했다. 이처럼 조선과 청은 서로의 관계에 대해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조선이 이에 저항한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조선의 저항에 큰 장애를 초래한 대사건이 일어났다. 사실상의 대원군 쿠데타인 임오군란이다. 이를 진압하고자 병자호란 후 약 250년 만에 청군이 들어왔다. 난을 진압한 청군은 대원군을 청으로 납치해 갔고 민씨 정권을 다시 세워줬다. 청은 이제 서울에 있는 군사력을 배경으로 조선 내정에 맘대로 개입했다. 그 선두에 선 게 원세개였다.
외교술과 국력의 중요성
이런 노골적인 간섭에 청과의 관계 자체를 깨버리려는 움직임이 대두했다. 먼저 김옥균은 일본의 지원을 받아 갑신정변(1884년)을 일으켜 조공관계를 폐기하고 아예 독립하려는 급진적인 시도를 했지만 청군은 이를 간단히 진압해 버렸다. 이어 고종은 러시아의 힘을 빌려 청을 밀어내려고 꾀했지만 원세개는 이를 알아채고 그를 폐위시키려 했다.
어떤 사람들은 왜 김옥균과 고종은 외세에 의존했느냐고 힐난한다. 탁상공론이다. 청의 속국 시도를 막을 아무런 힘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다른 나라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있나. 국력이 갖춰질 때까지는 현란한 외교술로 조선의 ‘자주’를 인정해줄 타국의 힘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만 그 사이에 필사적으로 국력을 키워야 했다. 당시 조선 위정자들의 잘못은 외세 의존에 있다기보다는 빈약한 외교력과 내정개혁 실패에 있었다. 외세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강이 필수적이다. ‘용일(用日)’을 하고자 했으나 ‘친일(親日)’로 전락한 개화파의 말로는 이를 잘 보여준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데다 지정학적 요충지인 한반도에서 외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주체국가’를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독립국이지만 미국의 강력한 영향과 간섭을 받았다. 하지만 이승만 박정희는 이를 적절히 ‘이용’하면서 빼먹을 건 빼먹고 거부할 건 단호히 거부했다. 역대 미국 정부가 이 두 대통령을 제거하고 싶을 정도로 골머리를 썩였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은 외세의 힘을 충분히 활용하여 국력 강화를 이뤄냈다. ‘자주’에 성공한 것이다.
독립문은 淸에서 벗어난 상징
청나라 사신을 영접하던 영은문. 영은문과 그 옆에 있던 모화관을 헐고 그 자리에 독립문을 세웠다. 국가문화유산포털 제공 |
<참고문헌>
1. 박훈, "‘반일’ 이전에 ‘항청’… 속국을 거부한 조선의 싸움", 동아일보, 2021.5.28일자. A31면.
전체 5,456건 (62/364페이지)
4541
단군(檀君)은 신화 아닌 대한민국 국조 (國祖)
2023.07.13,
조회 13660
[역사공부방]
신상구
단군(檀君)은 신화 아닌 대한민국 국조 (國祖)사학자 이병도(李丙燾)씨 조선일보 특별기고-〈조선일보 1986년 10월9일(목)자〉 1. "역대왕조의 단군제사 일제 때 끊겼다" 대체 天(천)이란 말...
4540
[도전 영어성구] 후천 선仙 (31) 자신을 못 믿으면 상제님도 못 믿느니라
2023.07.11,
조회 12415
[오늘의영어성구]
한곰
If You Do Not Believe in Yourself, You Cannot Believe in Sangjenim자신을 못 믿으면 상제님도 못 믿느니라
1 Go Chan-hong one day bade farewell to Taemonim as he prepared to set out on a visit hom...
4539
[도전 영어성구] 후천 선仙 (30) 마음은 천하 만사의 원줄기
2023.07.07,
조회 10737
[오늘의영어성구]
한곰
Mind: The Fount of All Matters Under Heaven마음은 천하 만사의 원줄기
1 One day in 1923 (DG 53), Taemonim commanded Gahng Sa-seong before an assembly of followers, “Write the character mind (心)...
4538
[도전 영어성구] 후천 선仙 (29) 법사(法師)의 길
2023.07.04,
조회 10285
[오늘의영어성구]
한곰
The Path of Becoming a Dharma Master법사(法師)의 길
1 Du O-bok, the mother of Jeon Seon-pil of Okgu County, had been suffering from stomach pains for many years,옥구에 사는 전선필의 모친 두오복...
4537
원칙과 신념을 굽히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준 일본의 지식인 오에 겐자부로 타계
2023.07.03,
조회 12018
[역사공부방]
신상구
원칙과 신념을 굽히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준일본의 지식인 오에 겐자부로 타계 1960년대 일본 문학계에서는 ‘엄청난 재능을 지닌 작가가 나타나서 작가 지망생들이 붓을 꺾었다’는 말이 돌았다. 그 주인공이 1...
4536
[도전 영어성구] 후천 선仙 (28) 새사람이 되지 않겠느냐
2023.06.30,
조회 9229
[오늘의영어성구]
한곰
Would He Not Be Renewed?새사람이 되지 않겠느냐
1 Sangjenim one day took the disciples on a journey. Along the way, they stopped at an inn where the innkeeper was hovering on the brink of death...
4535
국조 단군을 아시나요
2023.06.29,
조회 10897
[역사공부방]
신상구
국조 단군을 아시나요브레인 기자 2016년 09월 20일 (화) 18:10 조회수8404인쇄 링크복사 공유 가...
4534
&lt;특별기고&gt; 대한민국 국조인 단군 왕검 탄강 제4392주년을 경축하며
2023.06.29,
조회 11218
[역사공부방]
신상구
<특별기고> 대한민국 국조인 단군 왕검 탄강 제4392주년을 경축하며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시인,...
4533
[도전 영어성구] 후천 선仙 (27) 후천의 장수 문화를 개벽하심
2023.06.29,
조회 11621
[오늘의영어성구]
한곰
Sangjenim Establishes the Culture of Longevity in the Later Heaven후천의 장수 문화를 개벽하심
1 One day, while Sangjenim was conducting a work of renewal at the medicine room, he said, “The med...
4532
[도전 영어성구] 후천 선仙 (26) 도를 닦은 자와 닦지 않은 자
2023.06.28,
조회 9128
[오늘의영어성구]
한곰
Those Who Cultivate and Purify Themselves with Dao and Those Who Do Not도를 닦은 자와 닦지 않은 자
1 Sangjenim revealed, “When one devotedly cultivates and purifies themselves with dao, their e...
4531
역사와 사회정의 실현에 헌신하신 강만길 선생
2023.06.28,
조회 12116
[역사공부방]
신상구
역사와 사회정의 실현에 헌신하신 강만길 선생글...
4530
‘한국학’과 상고사 복원의 대부 고 최태영 선생
2023.06.27,
조회 11909
[역사공부방]
신상구
‘한국학’과 상고사 복원의 대부 고 최태영 선생 백암(白巖) 박은식 선생...
4529
[도전 영어성구] 후천 선仙 (26) 구도자의 길
2023.06.26,
조회 8337
[오늘의영어성구]
한곰
The Path of a Dao Seeker구도자의 길
1 Sangjenim said to the disciples, “Long ago, a man yearned to learn the ways of immortality, and so he wandered in search of a master.상제님께서 성도들에게...
4528
<특별기고> 한국전쟁 73주년의 역사적 의의와 기념식 현항
2023.06.25,
조회 12375
[역사공부방]
신상구
<특별기고> 한국전쟁 73주년의 역사적 의의와 기념식 현항 &nbs...
4527
[도전 영어성구] 후천 선仙 (25) 동방 한민족의 인류사 개벽의 심법 전수
2023.06.21,
조회 9362
[오늘의영어성구]
한곰
A State of Mind for the Building of the Later Heaven’s Civilization동방 한민족의 인류사 개벽의 심법 전수
1 In August 1905 (DG 35), Sangjenim had the disciples sit before him in rows and announc...







댓글 0
댓글 내용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