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권이 끝날 무렵 우리나라 사람은 태종을 그리워하게 될 거예요. 태종을 지금 연구하는 것은, 말하자면 미리 가서 길목을 지키는 것과 같아요.” 얼마 전에 만난 지인의 얘기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장차 태종을 그리워하게 될 거라는 말인데, 대체 태종의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얼핏 떠오르는 것은 ‘위기 돌파 리더십’이다. 태종은 왕위에 오르기 전에 다섯 번가량 큰 위기를 만났다. 1388년 5월 위화도 회군 때부터 1400년 1월 ‘제2차 왕자의 난’(이방간의 난)까지 12년 동안 곤경에 처할 때마다 이방원은 노련한 외과 의사처럼 위험 요소를 제거하여 사태를 반전시켰다. 하지만 그가 정몽주와 정도전 등 정적을 척살하는 과정에서 보인 결단과 실행력은 감탄할지언정 우리가 그리워할 대상은 아니다.
재위 말년에 세자 교체를 단행하고 66일 만에 전격적으로 왕위를 물려준 다음, 세종의 정치 멘토로 말년을 보낸 것 역시 세계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그런 리더십을 바라는 건 아닐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태종의 리더십이 있는데, 그것은 기강을 바로 세워 ‘나랏일이 돌아가도록 만드는’ 리더십이다.
강거목장(綱擧目張), ‘벼리[綱]를 들어 올리면 그물눈[目]이 저절로 펼쳐졌다.’ 세종이 평가한 태종 시대 국정 운영 모습이다. 나라 구성원들에게 일일이 지시하거나 설득하지 않고도 태종은 어떻게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었을까? 그 비결은 각자 장점을 발휘하는 나라를 위한 기초 세우기에 있다. 태종의 표현대로 ‘가족같이 화합하고 잘사는 나라’, 즉 ‘소강(小康)의 나라’를 만들려면 무엇보다 나라 기강 정립이 우선되어야 했다.(태종실록 7년 4월 18일)
이를 위해 태종은 우선 인재를 뽑고 배치하고 보호하는 데 온 마음을 기울였다. 재위 기간 18년 내내 과거시험 제도를 개선했고, 신상필벌(信賞必罰)로 공직 기강을 바로 세우려 노력했다. ‘태종실록’을 보면 20여 차례 인재 선발 및 처우 개선 조치를 취했다. 사병 혁파 뒤 나라에서 역점을 뒀던 13차례의 군제 개혁 및 군 기강 정립 조치보다 더 많다.
인재 보호를 위해 태종은 모든 관리가 대간(臺諫·사헌부와 사간원) 동의를 받는 서경(署經)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신하들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럴 경우 유능한 인재를 쓸 수 없게 만든다는 게 태종의 판단이었다. “성질이 까다롭고 급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인부를 재촉했기 때문에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모두 괴롭게 여긴” 목수 박자청은 물론, 훗날 ‘태종 재상 3인방’ 중 한 명인 조준조차 과거 정도전과 가까웠다는 이유로 서경을 통과 못해 쩔쩔맸다. 태종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장차 세종 시대를 이끌어갈 숱한 인재들도 길거리에 버려져 있었을 것이다.
태종은 또 언로 개방을 중시했지만 언관에 휘둘리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는 언관의 역할은 “권력을 사사롭게 쓰려는” 외척 등 권세가를 견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언관들은 국정을 농단하려 드는 권세가 견제는 하지 않고, 민생과 무관한 뜬소문에 휘둘리고 있다는 게 태종의 판단이었다. 일의 득실(得失)을 살피지 않고 허황한 이념 논쟁에 골몰하거나 말 자체를 위해 말하는 사람, 왕에게 간언했다는 명성을 얻으려[釣名·조명] 왕명을 거역하거나, 권력에서 밀려난 자에게 몰려가 짓밟는 듯한 언행을 경멸했다.(태종실록 1년 9월 21일)
태종은 백성 눈치 보며 나랏일 못하는 관리도 멀리 했다. “백성에게 편리한 대로만 하려 하면[皆欲便於民] 세금 거두는 일 등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태종은 “하는 일이 바르면” 결국 백성들도 믿고 따를 터이니 각자 맡은 책무를 수행할 것을 강조했다.(태종실록 17년 10월 23일)
태종의 국가 기강 바로 세우기는 한마디로 말과 일의 질서를 세워 나랏일이 돌아가게 하는 정치로 요약된다. 정치가는 물론이고 관료들조차도 인기에 영합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나라의 기강 잡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국운이 쇠퇴해 가는 600여 년 전 태종 이방원이라는 강명(剛明)한 지도자가 나타나 사회 기운을 청신하게 만들고 국운을 융성하게 한 경험을 생각해 볼 때, 나라의 벼리에 해당하는 지도자를 뽑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올여름 나라 곳곳에 ‘태종실록’ 읽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소망한다.
<참고문헌>
1. [박현모, "능력으로 인재 뽑고 바른 정책은 뚝심 있게… ‘태종 리더십’", 조선일보, 2021.7.13일자. A29면.
태종 리더십
2021.07.13 12:47 |
조회 10114
태종 리더십
전체 5,456건 (347/364페이지)
266
별이 내려와 사람이 되다
[4]
2010.08.07,
조회 11229
[자유게시글]
박덕규
얼마전 NGC에서 방영한 '유다복음서'에 관한 다큐를 보다가 재미있는 구절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예수가 태어날 당시 세 명의 동방박사들이 보고 찾아온 별, 그리고 이스라엘의 국기에 그려진 별이 바로 '...
265
격변하는 세계, 징조를 살피라!
[3]
2010.08.07,
조회 10841
[자유게시글]
상생도군
< Public Forum on the Global Crisis: Food Fuel and Finance, February, 2009, > 격변의 시대다. 이른바 '3F'가 세계의 경제와 정치 질서를 바꾸는 중이다. 'Food(식량위기)','Fuel(고유가로 인한 인플레)',...
264
예수가 하느님을 부른 호칭은..
[2]
2010.08.06,
조회 13451
[자유게시글]
박덕규
"아빠" 였습니다.
▼
예수는 그의 복음 전파 사역에 있어서 하나님에 대하여 지칭할 때 어느 누구도 부를 수 없는 친근한 ‘아버지’라는 호칭을 사용하였다. 십자가 상에서 숨을 거두시면서 하신 예수...
263
우주변화원리의 저자, 한동석- " 칸트는 서양의 대철"
2010.07.31,
조회 13778
[자유게시글]
진성조
1. (p37~39) 위에 소개한 여러 (서양철학자들의) 설(說) 가운데, 특별히 눈에 띄는것은 칸트의 소론(所論)이다. 즉, (칸트가) 자연계를 기계관(인과율因課律)으로 보고 정신계를 목적관(목적율...
262
컴퓨터는 주역 음양에서 나왔다
2010.07.28,
조회 12563
[자유게시글]
상생도군
“주역(周易)은 개벽할 때 쓸 글이니 주역을 보면 내 일을 알리라.” (도전5:248:6)
선천 종교와 과학의 세계관에 통일된 원리를 부여할 수 있는 유일한 지혜는 역철학(易哲學), 즉 ‘우주의 변화원리’ 입니다....
261
"北, 전군.전민에 비상경계 태세 지시"
2010.07.25,
조회 9924
[자유게시글]
상생도군
북한 국방위원회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보복성전`을 다짐한 가운데 북한이 전군, 전민에 비상경계태세를 지시했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4일 전했다
.
이 방송은 `함경북도에 주둔한 북한군 사정...
260
가을을 여는 주인이 걸어가는 길
2010.07.24,
조회 12039
[자유게시글]
만국활계
1
상제님께서 하루는 성도들에게 글을 써 주시니 이러하니라.
2
鍾鼓一聲에 天下號令하고
종고일성 천하호령
鳳鳴一唱에 天下鷄鳴이라
봉명일창 천하계명
八方...
259
시인 릴케- 가을날
[2]
2010.07.24,
조회 12269
[자유게시글]
진성조
>
-- 라이너 마리아 릴케( 1875~1926)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여름은 아주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놓으시고벌판에 바람을 놓아주소서마지막 과...
258
앉아있는 시간 많으면 수명 줄어
2010.07.24,
조회 11736
[자유게시글]
상생도군
//
document.title = " 앉아있는 시간 많으면 수명 줄어"+" | Daum 미디어다음";
viewToday('auto');
//
연합뉴스 | 입력 2010.07.23 10:02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운동량과...
257
청포도- 이육사
2010.07.23,
조회 11765
[자유게시글]
만국활계
칠월도 중순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고향의 향기로운 냄새가 느껴지는 이 시구절엔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하면서
광야에서 초인을 기다리며 목놓아 울부짖던
이육사 시인의...
256
서양 종교, 철학의 인간관과 그 변천의 역사
[1]
2010.07.23,
조회 10929
[역사]
진성조
인간론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하나의 대답입니다.
역사적으로 인간론의 발전의 과정을 연구해보면, 인간론은 인간이 우주를 인식하는 관점, 또는 신관에 따라 달라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의 반대편...
255
구도자의 정신자세
[1]
2010.07.23,
조회 12100
[자유게시글]
상생도군
첫번째, 마음을 크게 비워라. 천지조화는 마음을 어느 정도 철저히 비워 두느냐에 따라 열린다.(器虛卽受物 心虛卽受道)
두번째, 남을 잘되게 하려는 착...
254
RE: 묵직한 상상력의 미로같은 이야기. 인셉션
2010.07.23,
조회 11870
[자유게시글]
상생도군
감독에게 있어 자신의 작품을 통해 매번 평단은 물론 관객들에게까지 좋은 평가를 얻어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관심받기는 쉽지만 그렇다고 좋은 평가까지 항상 동반하지는 않...
253
나의 도는 상생의 대도
[1]
2010.07.23,
조회 11835
[자유게시글]
가을하늘
호미곶의 상생의 손에 떠오르는 태양의 모습입니다.다섯 손가락 끝에 한마리씩 갈매기가 앉아있습니다. 사뭇 평화롭습니다.
나의 도는 상생의 대도
1 나의 도는 상생(相生)의 대도이니라.2 선천에는 위무(威武)...
252
한번 봐야될 - 각분야 베스트셀러
2010.07.21,
조회 11838
[자유게시글]
진성조
각 분야에서 아주 유명한 가 있습니다.
이 책들은 반짝 유행타다가 사라지는 책이 아니라,
오랜 고전처럼, 꾸준히 수 년, 수십 년간 그 분야에서 최고의 명저로 뽑히는 입니다
1. 철학분야
[철...










댓글 0
댓글 내용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