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벨과학상 35%는 이민자 출신
미국 노벨과학상 35%는 이민자 출신
2021.10.19 02:34 |
조회 10820
지난 4일 노벨 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등 과학상 수상자 7명이 잇따라 발표됐다. 미국은 그중 4명을 배출해 과학 최강국의 면모를 여실히 입증했다. 과학계는 미국의 적극적인 인재 유치 정책이 과학 최강국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 7일 “미국 국적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 4명 중 3명이 이민자 출신”이라고 보도했다.

◇유학·취업·망명 등으로 미국행
미국정책재단(NFAP)은 노벨상 발표 직후 공개한 정책 보고서에서 “1901~2021년 배출된 미국인 노벨 과학상 수상자 311명 중 이민자가 109명으로 35%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민자 출신 노벨상 수상자들은 다양한 경로로 미국에 정착했다. 유학을 왔거나 직업을 찾아 미국에 온 과학자도 있고, 생존을 위해 미국으로 탈출한 과학자도 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미국 프린스턴대의 마나베 슈쿠로(90) 선임연구원은 1958년 일본 도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차 대전 직후 경제가 피폐한 일본에서는 기초과학 연구를 할 수 없어 미국행을 택했다. 화학상을 받은 프린스턴대의 데이비드 맥밀런(53) 교수는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미국에 유학을 와서 어바인 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의학상을 받은 아뎀 파타푸티언(54) 박사(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이다. 그는 내전 상태인 레바논에서 성장기를 보내면서 군인들에게 납치까지 당했다. 18세에 생존을 위해 미국으로 탈출해서 피자 배달과 지역 신문 별자리 운세 기고 등으로 학비를 벌며 학업을 계속했다.
포브스지는 “파타푸티언 박사는 이민이 한 개인에게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가장 좋은 예”라고 보도했다. 그는 의학상 발표 직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기초연구에 푹 빠져 인생이 달라졌다”며 “레바논에 있었다면 과학자라는 직업을 알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60년대 이민법 바꿔 인재 유치
미국 과학은 초기부터 파타푸티언 박사처럼 생존을 위해 미국으로 탈출한 과학자들이 이끌었다. 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한 아인슈타인 박사처럼 1930년대 독일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온 유대인 과학자들이 20세기 미국 과학을 세계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2차 대전 종전 후에는 패전국 독일 출신 과학자들도 미국에 자리 잡았다. 로켓의 아버지로 불리는 폰 브라운 박사가 대표적 예이다.
미국이 개방적 이민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민자 출신 노벨상 수상자들도 증가했다. 1901~1959년 21명이던 이민자 출신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1960~2021년 88명으로 4배 늘었다. 미국정책재단은 “이민자 노벨상 수상자의 증가는 1960년대 이후 미국 연구기관과 연구자들의 평판과 능력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정부연구소의 해외 인재는 1%
결국 미국 노벨상 수상자 중에 이민자가 많은 것은 이민자들이 원래 많아서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인재를 유치한 정책의 결과이다. 2019년 기준 미국 인구에서 이민자는 약 15%를 차지하지만, 과학·공학 분야 종사자는 30%가 외국 출신이다. 박사급 인력은 37.8%나 된다.
우리나라는 연구비 지출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지만 인재 유치 성적은 초라하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외국인 연구자는 지난해 말 기준 184명으로, 전체 인원의 1%에 그친다. 국내 대학의 외국인 교수도 2015년 5353명까지 증가했지만 이후 감소 추세로 돌아서 지난해에는 4525명으로 조사됐다. 서울대의 외국인 교수 비율도 2013년 이후 5%대에서 정체하고 있다.
버나드 에거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지난 6월 한림원탁토론회에서 “해외 인재를 유치하려면 정보 전달과 의사소통의 벽부터 허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외국과 공동 연구를 할 때 과제 제안서는 영문으로 낼 수 있지만, 연구비를 받을 때는 연구재단에서 국문 번역본을 요구한다. 심지어 해외 우수 과학자 유치 사업은 국문으로만 신청할 수 있다.
<참고문헌>
1. 이영완, "미 노벨과학상 35%는 이민자...올해는 4명 중 3명", 조선일보, 2021.10.14일자. B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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