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정치화 반대하며 프랑스 주도로 칸 영화제 시작
2022.05.25 14: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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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정치화 반대하며 프랑스 주도로 칸 영화제 시작

- ▲ 68운동이 일어난 1968년 5월 학생들과 문화 예술계 인사들이 점거한 프랑스의 오데옹 극장에 혁명을 상징하는 붉은 깃발 등이 꽂혀 있는 모습. /위키피디아
- 지난 17일(현지 시각) 프랑스 지중해 휴양도시 칸(Cannes)에서는 75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렸어요. 코로나 확산으로 2년 동안 온라인 위주로 진행하던 걸 올해는 수많은 영화계 인사가 모여 제대로 치르고 있죠. 칸 영화제는 베네치아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와 함께 흔히 세계 3대 영화제로 통해요. 한국 영화와 인연도 깊어 2004년 박찬욱 감독 영화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 2007년 전도연 배우가 '밀양'으로 여우주연상, 2019년엔 봉준호 감독 작품 '기생충'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죠. 올해도 한국 영화가 5편 초청됐다죠. 그중에는 이정재 배우가 감독한 '헌트'도 들어 있답니다.
- 베네치아 영화제 반발로 탄생
- 3대 영화제 중 칸 영화제가 유명하긴 하지만 가장 오래된 건 베네치아 영화제입니다. 베네치아 영화제는 원래 1932년 국제 미술전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 분야로 시작했어요.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미술·음악·영화·건축 등 다양한 분야 예술가들을 초청하고 작품을 전시하는 행사로 '미술계 올림픽'으로 불려요. 1895년 이탈리아 국왕 움베르토 1세와 사보이 왕국 마르게리타 여왕 은혼식(銀婚式·결혼 25주년 기념식)을 축하하기 위해 열린 미술전이 시초라고 해요. 그런데 1930년대 이탈리아에 파시스트 정부가 들어서면서 베네치아 영화제가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아요. 1934년부터는 영화제 최고상 이름을 독재자 무솔리니 이름을 딴 '무솔리니 상'으로 정했어요. 1938년엔 심사위원들 의견과 무관하게 무솔리니 아들이 후원한 이탈리아 전쟁 영화 '파일럿, 루치아노 세라'와 나치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주제로 만든 다큐멘터리 '올림피아'에 무솔리니 상이 돌아가자, 프랑스·영국·미국 등 심사위원단은 "다시는 베네치아 영화제에 참여하지 않겠다"면서 베네치아를 떠나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후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프랑스 예술부 관료 필리프 에를랑제는 "정치적 목적을 배제한 영화제를 만들자"면서 프랑스 교육부 장관에게 새로운 영화제 창설안을 제출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게 칸 영화제입니다.
- 1회 칸 영화제는 원래 1939년 9월 열릴 예정이었지만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2차 세계대전이 터져 미뤄졌고, 전쟁이 끝난 뒤인 1946년 비로소 열립니다. 칸 영화제는 중간에 예산 문제로 잠시 중단된 적도 있지만, 1968년에 당시 프랑스에서 불어닥친 '68운동' 파장으로 개막 후 중단이란 사태를 맞습니다.
- 반전·평화 외친 68운동 영향 받아
- '68운동'은 프랑스 칸 대학과 파리 대학 낭테르 분교 학생 시위에서 시작했어요. 1968년 벌어진 일이라 '68운동'이란 이름이 붙었죠. 1968년 3월 프랑스 대학생 8명이 미국 베트남 전쟁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는데 이들이 경찰에 체포되자 수천 명 학생과 교사 등 시민들이 석방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죠. 경찰이 시위대를 최루탄과 곤봉으로 제압하고 이런 장면이 언론을 통해 퍼지자 분노한 시민들이 더 쏟아져 나왔고 시위가 점점 커집니다.
- 반전(反戰)을 외치던 시위는 프랑스 보수주의 체제를 비판하는 방향으로 흘러갔고, 교육 개혁과 남녀평등, 사회·문화 전반에서 변화를 촉구하는 데까지 나아갔죠. 1960년대 프랑스는 지금과 달리 상당히 보수적인 사회였습니다. 남편 동의 없이 여성이 은행 계좌를 열거나 직업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게 1965년이었을 정도니까요. 시위대는 "금지함을 금지하라" "구속 없는 삶을 즐겨라" 등 급진적인 구호를 외치며 직장을 버리고 시위에 동참했습니다. 이 시기 프랑스에서 400만명이 파업과 공장 점거, 시위에 참여했다고 해요. 파업과 시위뿐 아니라 음악·저작물·예술 작품 등을 통해서도 주장을 알렸습니다. '68운동'은 프랑스뿐 아니라 독일과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졌고, 기존 가치관이나 제도를 부정하는 '히피 운동(Hippie Movement)'도 이 물결 속에 같이 있습니다.
- 1968년 2월 드골 정부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설립자이자 운영자인 앙리 랑글루아를 "직무에 충실하지 않다"며 해임하겠다고 발표해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영화 유산을 보관·보존하는 기관으로 "젊은 감독들의 가장 훌륭한 학교"이자 "영화의 성전(聖殿)"으로 통했는데, 영화인들은 "정부의 권위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행위"라며 분노했죠. 정부가 한발 물러서 4월에 해임을 취소했지만 '랑글루아 사건'은 정부에 대한 반감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어요. 그리고 5월 10일 21회 칸 영화제가 열리자 '68운동' 시위 소용돌이 속에 있던 영화 비평가와 감독들은 영화제를 중단하라고 요구해요. 유명 감독이던 장뤼크 고다르와 프랑수아 트뤼포는 "학생과 노동자들이 목숨 걸고 시위하는데 영화제를 계속하는 게 맞느냐"는 취지로 주위를 설득했고, 많은 영화인이 동조하면서, 영화제는 폐막식을 하지 못하고 급히 막을 내리게 됩니다. 그 뒤 칸 영화제가 중단된 적은 없는데, 2020년에는 코로나로 열리지 않았답니다.
- 베네치아 영화제도 '68운동' 후폭풍을 겪었습니다. 시위에 나선 학생들이 자본주의 상업 영화 퇴출을 외치며 "베네치아 영화제가 예술의 상품화를 조장한다"면서 항의했고 그 여파로 1969년부터 1979년까지는 상을 아예 안 주거나 영화제 자체가 취소되기도 했답니다.
- [엇갈리는 68운동 평가]
- 프랑스에서는 68운동에 대해 다수는 "보수적인 사회 관습을 바꾼 문화 혁명"으로 기억하지만, "공중도덕을 무너뜨린 무질서하고 목적 없는 폭력 시위"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긴 있어요. 또 68운동이 촉발된 원인 중 하나가 "미국이 벌이는 베트남 전쟁이 정당한가"라는 비판이었는데, 베트남이 사실 오랫동안 프랑스 식민지였기 때문이죠. 심지어 프랑스와 베트남도 1946년부터 1954년까지 전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프랑스에서 그렇게까지 격렬하게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미국이 전쟁을 하자 비난하고 나선 건 어딘지 도덕적으로 모순이 있다는 얘기죠.

- ▲ 68운동의 문구였던 ‘금지함을 금지하라(Il est interdit d’interdire)’ 글귀가 쓰인 벽면. /위키피디아

- ▲ 제2차 세계 대전 종전 후인 1946년 열린 첫 번째 칸 영화제에서 배우 그레이스 무어가 노래하는 모습이에요. /위키피디아

- ▲ 제1회 칸 영화제의 포스터. /칸 영화제 홈페이지
- <참고문헌>
- 1. 윤서원, "영화제 정치화 반대하며 시작.....반체제 시위로 한때 중단", 조선일보, 2022.5.25일자. A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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