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3대 악성
2024.07.04 16:36 |
조회 7905
대한민국 3대 악성

- ▲ 1994년 정부가 지정한 왕산악의 표준 영정. 거문고를 연주하는 왕산악의 모습. /국립현대미술관
그렇다면 '3대 악성'은 누구일까요? 악성은 '악지성인(樂之聖人)'의 줄임말로, 음악에서 성인이라고 할 만큼 뛰어난 음악가라는 뜻입니다. 고구려의 왕산악(王山岳), 통일신라의 우륵(于勒), 조선의 박연을 우리나라 3대 악성이라고 부르지요. 3대 악성의 업적을 자세히 살펴볼게요.
검은 학 춤추게 한 왕산악
왕산악은 거문고를 만든 사람이에요. 왕산악과 거문고에 대한 일화는 '삼국사기'에 소개돼 있어요. 중국 진(晋)나라 사람이 줄이 7개 있는 칠현금(七絃琴)이라는 악기를 고구려에 보냈는데, 고구려 사람들은 그것이 악기인 줄은 알았지만 소리를 내는 방법을 전혀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구려 왕은 이 악기의 연주 방법을 알아내는 사람에게 후한 상을 내리겠다고 했어요. 그 소식을 들은 당시 '제2상(第二相)'이라는 벼슬에 있던 왕산악이 그 악기를 뜯어 고쳐 새로운 악기를 만들고, 새 악기로 연주할 수 있는 곡을 100여 곡 지었다고 합니다. 물론 왕에게 후한 상도 받았겠죠.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어요. 어느 날, 왕산악이 자신이 만든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검은 학이 날아와 우아하게 춤을 췄다고 해요. 이것을 본 사람들은 아주 좋은 징조라고 기뻐했고, 그때부터 이 악기를 '현학금(玄鶴琴)'이라 불렀는데, 시간이 지나 줄여서 '현금(순우리말로 거문고)'이라 부르게 됐대요.
현금에서 '현(玄)'은 하늘을 지칭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현금은 '천금(天琴)'을 뜻하기도 하죠. 또 '거문'은 옛 언어로 신성함을 뜻하는 ' '이라고 하니 거문고가 당시에 얼마나 중요한 악기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검은 학이 날아와 우아하게 춤을 췄다는 얘기는 우연일 수도 있지만 정사(正史)에 가깝다고 평가받는 '삼국사기'에 수록돼 있는 걸 보면 지어낸 이야기는 아닌 듯합니다.
왕산악이 만든 거문고는 고구려를 거쳐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러 지배층이 가장 사랑하는 악기로 자리 잡았어요. 조선 시대에는 양반들이 취미나 자기 수양 목적으로 즐겨 연주했습니다.
신라 진흥왕 감동시킨 우륵
우륵은 신라에 멸망한 가야 사람으로, 가야금 연주자이자 작곡가예요. 신라에 망명해 가야의 악기인 가야금의 명맥이 신라에서 이어질 수 있게 한 인물입니다.
우륵과 가야금에 대한 일화도 '삼국사기'에 소개돼 있어요. 신라가 가장 번창했을 때 영토를 크게 확장한 진흥왕은 각 지역을 돌며 국경을 확인하던 중 낭성(현재 충북 청주)이라는 곳에 들렀습니다. 그곳에서 한 신하가 가야에서 망명해온 우륵과 그의 제자 이문이 '금'이라는 악기를 매우 잘 연주한다고 보고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진흥왕은 우륵과 이문을 불러 악기 연주를 부탁했고, 두 사람은 가야에 있을 때 작곡했던 곡들을 연주했어요.
12개 줄이 끊어질 듯이 옮겨지며 이어지는 가야금 소리에 사람들은 숨을 죽였습니다. 모두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죠. 서라벌 궁으로 돌아온 진흥왕은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었고, 신라인들도 빨리 그 아름다운 가락을 배우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륵을 불러 오늘날 충북 충주에 해당하는 국원이라는 곳에 집을 지어주고 계고, 법지, 만덕이라는 높은 신분의 세 사람을 보내 각각 가야금, 노래, 춤을 배우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우륵의 음악을 '번잡하고 음란하다' '우아하고 바르다고 할 수 없다'고 평가하며 허락도 없이 편곡했습니다. 이를 알게 된 우륵은 처음에 화를 냈지만, 결국 '즐겁지만 무절제하지 않고, 슬프지만 비통하지 않으니 가히 바른 음악이다'라는 소감을 남겼다고 해요. 스승의 음악을 마음대로 바꾼 것도, 우륵이 이런 반응을 보인 것도 이해가 잘 안 되지요. 우륵은 망한 나라에서 망명한 사람이었고, 우륵의 음악은 가야의 음악이었으므로 신라 사람 입장에서는 이국적이면서도 어색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진흥왕은 편곡된 음악을 신라 궁중 음악으로 삼았고, 그 후 가야금은 한반도를 대표하는 악기가 되어 오늘날까지 명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종대왕이 무한 신뢰한 박연
처음에 소개했던 박연은 세종대왕의 어명을 받아 제사 음악인 '아악'을 완벽 하게 정비한 인물입니다. 우리나라 음악사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 아닐까 합니다. 박연 덕분에 우리가 지금까지 접하는 수많은 전통 악기의 복원과 제작, 국악의 음높이 설정, 제사 음악의 정비가 모두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세종대왕은 즉위 후 아악을 바로잡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는데, 이를 위해선 음악성이 뛰어난 신하가 필요했어요. 원래 박연은 음악 관련 일을 하던 관리가 아니었는데, 세종대왕에게 발탁돼 이 일을 맡게 됩니다. 박연은 먼저 율관(律管)을 제작했어요. 율관이란 음악에 쓰는 율, 즉 기본이 되는 12음을 불어서 낼 수 있는 원통형 대나무 관을 말해요. 박연은 율관에서 나는 음을 기반으로 편경, 편종 같은 중요한 아악기를 제작했어요. 그 외에도 고려 후기 이후 망가지거나 없어졌던 수많은 아악기들을 복원했죠. 세종대왕은 그런 박연을 무한 신뢰했다고 합니다.
영동에 가면 그의 호 '난계'를 딴 '난계국악박물관' '난계국악축제' '난계국악단' '난계국악기제작촌' '난계사' 등 다양한 명칭이 있답니다. 오스트리아 빈에 가면 모차르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듯이, 박연의 흔적은 영동에 가면 쉽게 찾을 수 있죠. 박연이 있었기에 국악이 존재할 수 있게 됐다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닙니다.

- ▲ 1977년 정부가 지정한 우륵의 표준 영정. /국립현대미술관

- ▲ 박연을 그린 조선 후기 그
- <참고자료>
- 1.이동희, "얼씨구 국악] 왕산악 거문고 제작, 우륵 가야금 전파, 박연은 아악 정비", 조선일보, 2024.7.4일자. A27면.
전체 5,456건 (27/364페이지)
5066
[이한기] 어버이날에 생각하는 나의 아버지(거제저널)
[1]
2025.05.08,
조회 3037
[좋은글]
신상구
5월8일, 올해도 어김없이 어버이날이 다가왔다. 어버이날을 맞는 풍경은 정겹고 훈훈하고 감격스럽기까지 하다.부모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은혜를 기리는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풍경이다.지...
5065
어버이날, 급격히 변모하는 가정을 생각한다
2025.05.08,
조회 2657
[좋은글]
신상구
오늘은 쉰 번째 맞는 어버이날이다. 어버이가 살아계실 때 효도하는 것을 잊지 말라는 뜻에서 제정됐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공경심이 곧 효도다. 몇 천 년 전의 가르침이지만 핵가족 시대인 오늘날에 더 절실한 가르...
5064
【한광옥 특별칼럼】제53회 어버이날을 맞아
2025.05.08,
조회 2720
[좋은글]
신상구
【한광옥 특별칼럼】제53회 어버이날을 맞아 한광옥 본지 특별고문(전 김대중 청왇대 비서실장 국민통합위원장.민주당대표.4선국회의원등) 승인 2025.05.08 14:47 댓글 0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
5063
인하대 복기대 교수 < 한국에서 본 이키섬의 역사> 발간
2025.05.05,
조회 4620
[역사공부방]
신상구
목차Ⅰ. 이키는 어떤 섬인가1. 이키섬의 지리적 환경2. 이키섬의 역사 및 고고학조사 현황Ⅱ. 한국 관련 기록1. 교류에 관한 기록1) 선사시대2) 신라시대 이전3) 고려시대4) 조선시대2. 왜구의 본거지1) 고려말 조선초...
5062
불기 2569년 봉축법요식 “본래 부처로 살자”
2025.05.05,
조회 3739
[시사정보]
신상구
불기 2569(2025)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이 5월 5일 오전 10시, 총본산인 서울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사찰에서 일제히 봉행됐다. 조계사 대웅전 앞 특설무대에서 봉행된 봉축법요식에서는 총무원장 진우...
5061
2025년 석가탄신일
2025.05.04,
조회 5326
[역사공부방]
신상구
부처님 오신 날, 대한민국의 법정 명칭으로 석가탄신일(釋迦誕辰日)은 불교에서 석가모니가 탄생한 날로, 음력 4월 8일이다. 불교의 연중행사 가운데 가장 큰 명절로서, 기념법회·연등놀이·관등놀이·방생·탑돌...
5060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이하 버크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말 은퇴
2025.05.04,
조회 3527
[시사정보]
신상구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이하 버크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말 은퇴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60년 동안 버크셔를 이끌었다.3일 버핏 회장은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
5059
근로자의 날
2025.05.01,
조회 4671
[역사공부방]
신상구
5월 1일 근로자의날은 모든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하고 근무 의욕을 다지기 위해 제정한 법정 기념일이다. 외국에서는 노동절이라는 이름으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근로자의 날은 쉬는 날이라고 들었...
5058
윤봉길의사 상하이 홍커우 공원 폭탄의거
2025.04.29,
조회 8120
[역사공부방]
신상구
[미디어인천신문 여운민 기자] 훙커우 공원 폭탄의거 사건은 1932년 4월 29일 중국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독립운동가 윤봉길이 일본 천황 생일인 천장절 기념식에 폭탄을 투척해 일본 제국의 주요 인사 파견군 총...
5057
민족경전 천부경의 연구현황
2025.04.27,
조회 5410
[역사공부방]
신상구
민족경전 천부경의 연구현황[이상룡]입력 1989-10-03 | 수정 1989-10-030재생/일시정지평민당, 야 3당 총재회담 동의[양현덕]정부의 눈가림식 공무원 임금 인상[유기철]총무처, 공무원 해외출장과 여행 억...
5056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25만명 참석
2025.04.26,
조회 4316
[역사공부방]
신상구
"그를 지금 성인으로" 울려 퍼졌다, 교황 장례 25만명 참석트럼프·바이든·젤렌스키·마크롱 등 참석바티칸=정철환 특파원입력 2025.04.26. 17:18업데이트 2025.04.26. 20:521626일 오전 바티칸 성베드로 광...
5055
프란치스코 교황, 12년 재임 동안 남긴 '명언 5선' 눈길 끌어
2025.04.26,
조회 4814
[역사공부방]
신상구
전 세계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거를 애도하는 가운데, 그의 12년 재임 동안 남긴 주요 어록들이 주목받고 있다. 악시오스는 지난 21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격식 없는 말투로 유명했던...
5054
洪又 교수 약력
2025.04.25,
조회 4550
[역사공부방]
신상구
◇洪又 동국대 經商大學長略歷(홍우경상대학장약력)▲公州出身(공주출신)(當(당)52歲(세))▲東京立敎大學經濟學部卒(동경입교대학경제학부졸)▲東京東亞經濟硏究所所員(동경동아경제연구소소원)▲高大(고대) 敎授(교수)▲...
5053
영남대 이선근 박사
2025.04.25,
조회 4720
[역사공부방]
신상구
이선근1개 언어문서토론읽기편집역사 보기도구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이선근李瑄根대한민국 제4대 문교부 장관임기1954년 4월 21일 ~ 1956년 6월 7일대통령이승만부통령함태영총리백두진 국무총리변영...
5052
불교학자 이기영(李箕永)
2025.04.25,
조회 4939
[역사공부방]
신상구
불교학자 이기영(李箕永) 인명 2011. 8. 12. 12:46https://blog.naver.com/kwank99/30115448344 이기영(李箕永.1922.2.20∼1996.11.9) 불교학자. 경성제국...








댓글 0
댓글 내용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