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사주는 없다』를 쓴 이재인 박사를 만났다. 그는 사주 관련 공부를 할수록 "과학적 통계를 기반으로 한다"는 일부의 주장과 달리 오히려 허점투성이였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 퇴행의 시대. " 여야 막론 저질·막말로 얼룩진 정치 분야뿐 아니라 우리 사회는 지금 곳곳에서 퇴행을 겪고 있다. '근대에서 전근대로의 역행'이라 불러도 무방할 역술(曆術)·무속(巫俗)의 대중적 인기도 그중 하나다. 역술·무속이 우리 생활 주변에서 사라진 적은 물론 없었다. IMF 경제위기 땐 대학에 관련 학과가 생기는 등 반짝 붐이 불었다. 하지만 구한말 서양의학의 보급과 일제의 미신 타파 정책 이후 오로지 음지에서, 그것도 정치인·사업가 등 일부에서만 암암리에 행해져 왔다. 무당과 역술인은 천시받았고, 그들의 고객 역시 사회적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드러내놓고 점사(占辭)를 믿는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 그런 역술·무속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칩이 등장하고 인공지능(AI)이 이미 인간의 많은 기능을 대신하는 첨단과학의 시대에 양지로 올라온 것으로도 모자라 아예 대세로 자리 잡았다. '범죄도시4'를 누르고 올해 가장 많은 관객(1191만명)을 동원한 영화는 무당과 풍수사가 한국에 자리 잡은 일본 귀신과 맞서는 '파묘'이고, '나는 솔로'를 누르고 화제성 1위를 한 연애 프로그램은 외모가 매력적인 힙한 MZ세대 무당·퇴귀사·역술가를 등장시킨 '신들린 연애'이니 하는 말이다. 정치권의 무속인 관련 루머도 유례없이 심해졌고, 세계를 호령하는 K팝 기업에서조차 무속 경영 얘기가 나온다. AD ■ 음지에서 대세 떠오른 역술·무속 지식인 가세로 더 큰 대중적 인기 근거·통계 없이 "과학" 과대포장 사회적 책임감 있는지 자문해야 ![]() 지난달 공개돼 큰 화제를 모은 SBS 연애 리얼리티 그런데, 이런 폭발적인 역술·무속 트렌드에 정색하고 반기 든 인물이 있다.『사주는 없다』를 쓴 독일 유학파 이재인 박사(64·베를린공대 인문학부)다. 박사 후 10년 넘게 정식으로 사주를 공부한 이력도 흥미롭지만, "당장 돗자리 펴도 되겠다"는 찬사를 듣던 그가 10년 공부를 스스로 허무는 책을 왜 썼는지 궁금했다. 지난 5일 서울에서 만나 들은 얘기를 그의 시각에서 정리했다. 안혜리 논설위원 ━ 말하나 마나 한 운명을 거부 원래 거부감이 없었다. 전처 등 점집 좋아하는 지인도 많아, 점 보러 자주 다녔다. 그중 인상적인 게 유학 중이던 1990년대 중반 '해방 후 역술인 빅3'로 꼽힌 도계 박재완(1903~92)의 제자로, 내로라하는 정치인·기업인을 단골로 뒀던 노석 류충엽(1931~2008) 선생을 만나러 서울 역문관을 찾았을 때다. 그는 "당장 귀국하라"고 했다. 이 말 듣고 귀국할 바보가 있나 싶어 독일로 돌아갔다. 만약 그 말을 따랐다면 지금 다른 삶을 살겠지만 뭐가 더 나은 삶인지 알 수 없다.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아무리 많은 말을 해도 하나 마나 한 말이다. 역술인이 말하는 운명이란 이런 것 아닐까. 하나 마나 한 말. 진짜 운명은 한참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된다. ![]() 내로라하는 정재계 인사들을 단골로 뒀지만 스스로를 ″미신 종사자″라 불렀던 류충엽의 1997년 출판기념회 모습. 그는 6.25 때 인민군 총을 맞고 팔다리 장애를 얻었다. [중앙 포토] 공부가 더뎌 이 바닥 최고로 통하는 계룡산 감로사의 낭월 박주현(67) 스님을 찾았고, 우여곡절 끝에 600만원을 내고 일주일에 2시간씩 12회 개인 수업 듣는 거로 본격적인 공부에 발을 들였다. 10주는 사주, 나머지 2주는 작명·타로(오쇼젠)·택일·오주괘(시간으로 점 치는 법)였다. 그렇게 방향 잡고 낭월과 공부를 이어가며 5년쯤 지나 궤도에 올랐을 때 사람들 사주를 봐주면 "족집게"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나중에 철학관 차리면 용돈이라도 벌겠다, 싶었다. 간혹 "안 맞는다"는 이를 만나면 공부 부족이라 생각했다. 몇 년 더 흘러 사주 여덟 글자와 삶의 연관성, 무엇보다 사주 이론 자체의 근거에 의문을 품은 사건이 생겼다. 2021년 한 달 정도 외출과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된 채 여러 사람과 합숙할 적에 심심풀이로 사주를 봐줬다. 평소 보던 만세력(60갑자로 구성된 사주팔자 보는 달력)이 없어 정확한 사주명식(四柱命式)을 못하고 자료실에서 찾은 오래된 만세력으로 했다. 봐준 8명 중 7명이 "대체로 맞는다"고 했고, 서너 명은 "소름 끼치게 맞다"고 감탄했다. 나중에 최신 만세력을 확인했더니 사주명식이 모두 틀렸다. 그런데 다 맞다니, 이게 뭘까. ━ 지식인의 혹세무민이 문제 지난 몇 년 동안 사주명리학 뿌리를 찾으려고 도서관을 뒤져 춘추전국시대부터 진한시대까지 중국 문헌 수십 권 등을 살펴봤다. 하지만 어디에도 근거는 없었다. 오히려 공부할수록 허점투성이였다. 내 책 속 학술적 설명도 굳이 할 필요 없이 "사주는 통계"라는 세간의 믿음부터 그렇다. 수천 년 축적된 학문이라면 통계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없다. 사주는 경우의 수가 51만 8400가지 있다. 한 명이 한 번씩만 간명(看命·운명을 본다)해도 118년 걸리니 불가능한데, 세대를 이어 축적된 자료도 없다. 또 통계라면 개인적 경험을 넘어 누가 해도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역술인마다 다르다. 과학적 증거를 제시 못 한다면 과학이 아니다. 인과적 연관성 없는 점술일 뿐이다. 이렇게 지난 1천여 년 동안 적중률은 높아지지 않았다. ![]() 지난 2019년 tvN 예능 그리고 무엇보다 진지하다. 만담처럼 얘기하면 재미로 넘기면 된다. 유명 칼럼니스트 조용헌이 대중과 역술인에 끼친 영향력은 훨씬 더 커도 그를 비판하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사회적 지명도에 더해 전문가의 권위까지 누리는 이들이 본인의 명리학책을 기반으로 고액의 강연·방송을 활발히 하며 "운명의 우주적 거래"(고미숙)라거나 "내 출생의 비밀을 밝히는 학문"(양창순)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퍼뜨리는 건 사회적 책임감이 결여된 혹세무민이다. 특히 양창순은 의학 박사라 역술인에 비할 바 없이 큰 신뢰를 줘서 문제다. 설령 치료에 순기능이 있어도 "우주의 기(氣)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수 있다"며 임상에 활용해선 안 된다. ![]() 구독자 198만명인 ━ 양심상 접은 노후보장 구상 과학도 통계도 아니라 말하면 "귀신같이 맞다"며 반박하는 사람이 있다. 나도 그랬다. 그건 보편적 특성을 고유한 특성으로 해석하는 바넘 효과(포러 효과)에다 우연이 겹쳐서다. 용한 점쟁이는 있어도 '항상' 용한 점쟁이는 없는 이유다. 누군가 겪은 우연은 그냥 우연으로 두면 되는데, 셀럽 지식인들이 쓸데없는 의미 부여하며 대중을 현혹한다. 나를 알 수 없는데, 자꾸 진정한 나를 찾느니 출생의 비밀을 알 수 있느니 하며 혹세무민한다. 무엇보다 자꾸 운명 타령하게 하는 폐해가 크다. 물론 순기능도 있다. 내가 독일에서 처음 공부했던 '언어와 현실의 관계'와도 관련 있다. 현실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건 언어이고, 우린 그 언어를 통해 현실을 인식한다. 언어의 힘이다. 사주풀이도 이런 언어의 힘에 의존한다. 가령 점쟁이한테 "내년에 좋은 일이 생길 거"란 말을 들으면 내년이 와야 진짜 좋은 일이 생기는 게 아니라 지금부터 기분이 좋다. 반대로 "재수 없는 일에 휘말린다" 소리를 듣는 순간 재수가 없다. 언어와 현실의 이런 관계를 잘 활용하면 힘든 이들에게 따뜻한 말로 희망을 준다. 음지에 있을 땐 실제 이런 기능을 하면서 본질에 더 가까웠다. 양지로 나온 지금은 허세만 부린다. 이걸 다 알아버리고 나니, 양심상 입 다물고 버티다 나중에 조그만 철학관이라도 하겠다는 터무니없는 욕심은 부릴 수 없다. 그런데 셀럽 지식인들이 쓴 책 서평이나 강연 유튜브 댓글을 보면 이미 대중을 완전히 홀린 거 같아 걱정스럽다. ![]() 이재인 박사가 역술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스승을 모신 감로사의 낭월 스님. 그는 사주를 비판하는 이 박사 책에 대해 "사주 미신에 빠진 사람들에게 경종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사진 이재인] 사주를 비판하는 책을 쓰는 데 2~3년 걸렸다. 다 써놓고 스님에게 누가 될까 봐 낭월 스님이 내 스승인지 밝힐지를 놓고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런 고민을 내비치니 "밝혀도 괜찮다"며 오히려 "이 책이 사주 미신에 빠진 사람들에게 경종이 됐으면 한다"는 덕담을 했다. 모르면 믿게 되고, 믿으면 매이게 된다. 유명세만 믿고 운명 타령하는 대신 모두 팔자에 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았으면 한다. <참고문헌> 1. 안혜리, "사주가 과학이고 통계라고? 그게 혹세무민", 중앙일보, 2024.7.31일자. 24면. |
『사주는 없다』쓴 이재인 박사 인터뷰
2024.08.01 05:32 |
조회 8966
전체 5,456건 (14/364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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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기념하며크리스마스(영어: Christmas,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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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보다 젊은 뇌를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생활습관
202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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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보다 젊은 뇌를 유지하는 데에는 생활 습관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쌓아온 경험과 습관에 따라 뇌는 실제 나이보다 몇 년 더 젊거나 늙어 보이는 상태를 나타낼 수 있다.충분한 수면, 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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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耘谷) 원천석(元天錫, 1330-?)의 생애와 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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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耘谷) 원천석(元天錫, 1330-?)의 생애와 업적 운곡(耘谷) 원천석(元天錫)은 본관이 원주(原州).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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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촌 이암의 생애와 업적
20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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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암(李嵒, 1297년 ~ 1364년)은 고려 말의 문신이다. 본관은 고성(固城), 호는 행촌(杏村), 시호는 문정(文貞)이다. 행촌이란 호는 자신이 유배되었던 강화도의 마을 이름을 따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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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단고기』를 보면 영양가가 풍부하다.
20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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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단고기』를 보면 영양가가 풍부하다. 고단백질에다가 칼슘, 아연, 마그네슘이 함유되어 있다. 콘텐츠의 창고다. 콘텐츠는 무엇인가? 재미가 있으면서도 다른 것과는 구별되는 그 어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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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역사기관 "환단고기는 위서…연구한 적도 없고 할 계획도 없어
20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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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3대 역사기관 "환단고기는 위서…연구한 적도 없고 할 계획도 없어"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업무보고에서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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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일사』를 지은 이맥
202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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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맥은 9천 년 한민족사의 왜곡 날조된 국통맥을 확고히 바로 세운 불멸의 공덕을 세웠다. 그는 신교 문화의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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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애거사(北崖居士) 범장(范樟)
202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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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장(范樟)은 본명이 범세동(范世東)이며, 자는 여명(汝明), 호는 복애(伏崖) 또는 휴애(休崖)로도 불립니다. 고려말에 금성錦城(현 전라남도 나주)에서 태어난 범장은 여말 충신으로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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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머 베절릴 헐버트
202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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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머 베절릴 헐버트(영어: Homer Bezaleel Hulbert, 1863년 1월 26일 ~ 1949년 8월 5일)는 미국의 감리교회 선교사, 사학자,[1] 7개국어를 구사하는 언어학자,[2] 조선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교육자, 독립신문 발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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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연극 스타’ 윤석화 배우 별
2025.12.20,
조회 1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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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그네스>로 유명한 ‘1세대 연극 스타’ 윤석화 배우 별세 12월 19일 연극계에 따르면 뇌종양으로 투병해 온 윤석화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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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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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신화설은 식민사학자들의 왜곡·농간 경기대 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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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30일 전북 익산에서 제13회 세계천부경의 날 기념식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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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100년과 앞으로 100년의 역사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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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김형석 칼럼> 지나간 100년과 앞으로 100년의 역사를 위해서 제2차 세계대전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비극을 남겼다.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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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 통합 논의
20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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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일극 체제가 한국 사회 만악의 근원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려들지만 취업·주거난에 결혼도 출산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런 수도권 집중이 깨지지 않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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