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 르네상스 300년 주기설을 아십니까
2024.10.26 10:28 |
조회 6387
한국 문화 르네상스 300년 주기설을 아십니까
때론 가까운 곳에 명소가 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산다. 지난주 방문한 수원 화성이 그랬다. 화성행궁 옆 에어비앤비에 묵게 된 나는 모처럼 수원 화성의 위용을 코앞에서 확인하고 청량한 기운에 흔들리는 갈대숲의 풍광과 성곽 위로 펼쳐지는 불꽃놀이를 즐기며 가을 정취에 흠뻑 빠져들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보러 외국을 가면서도 정작 바로 옆의 유네스코 문화유산을 이제야 제대로 보다니, 부끄럽기까지 했다.
한때 주택을 허물지 않고 구조를 살려 개조한 숙박 시설은 어느 관광객이 와도 불편함이 없는 시설과 센스 있는 인테리어로 시스템 운영되고 있었다. 요즘 명소로 떠오른 행궁동 주변은 서울 익선동과 북촌, 가로수길과 경리단길과 한옥 마을을 버무려놓은 인상이다. 역사와 함께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가 넘쳐 젊고 늙은 이들을 불러 모으는, 그야말로 ‘문화 융성’의 현장이다.
행궁(行宮)이란 왕이 지방에서 임시 거처하는 궁으로, 화성행궁은 정조의 비전과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향한 효심으로 유명한 곳이다. 수원 화성이 있는 팔달구 남창동의 거리명 주소는 정조로와 행궁로 등. 아무리 권세가라도 30년이면 잊히는 세태에 정조라는 이름은 18세기 문예부흥기의 유산과 함께 300년을 가고 있다.
그보다 300년 앞선 15세기 역시 괄목할 만한 문화 중흥의 세기였다. 그때 세종대왕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글’이라는 훈민정음을 창제해 국민의 입과 귀를 열어주었고, 농사짓는 백성을 위해 측우기와 천체 관측 기구를 제작했다. 서양보다 앞서 음악을 기록한 정간보를 창안했고, 관현악 곡을 작곡해 문화를 고양했다. 세종대왕 역시 광화문광장의 한가운데 동상으로, 매일 만지는 만원권의 초상으로 우리 옆에서 600년을 살고 있다.
그때부터 300년이 흐른 21세기 현재, 왜소하고 추한 정치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문화 중흥기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을 발견한다. 소설가 한강이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고, 리스트가 환생한 것 같다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쇼팽의 음반으로 그라모폰상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 윤여정은 오스카상을, 박찬욱 감독은 칸영화제 감독상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은 비영어권 첫 에미상을 받았다. 사실 그런 수상 소식은 이제 별로 새롭지도 않다. 이른바 ‘K컬처’가 세계로 뻗어나가며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오랜 장기인 춤과 노래는 우리 아이돌에게 전 세계 팬이 열광하게 만들고, 영화와 드라마는 창의적 상상력으로 신선한 충격을 던진다. 수출한 웹툰은 우리가 이른바 원조이자 플랫폼이다. 그 밑에는 우리 문화의 축적된 근육이 있다. 15세기에는 한글 창제로 문화적 반석을 다지고 18세기 영·정조 때 문예를 부흥시킨 데 이어 21세기 다시 한국 문화의 중흥을 예감한다는, 이른바 ‘한국 문예부흥의 300년 주기설’이 일리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사실 이 개념은 한국미래학회 회장을 지낸 최정호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1997년 새 대통령에게 띄우는 공개 서한에서 제시한 것이다. ‘21세기 한국 문화의 중흥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공개 서한에서 최 교수는 다가오는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로 전망하고, 민족사에서 한국 문화의 제3 르네상스가 될 기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아울러 “군주의 마음이 바르지 못하면 만사가 뒤틀리고 인심이 순하지 못하여 악기(惡氣)가 올 것”이라는, 조선 중기 문신 이언적의 일강십목소(一綱十目疏)를 인용하며, 밀레니엄을 열 새 대통령에게 새 천 년을 이끌 ‘심지(心志)’와 ‘심술(心術)’을 주문하고 있다.
한 나라의 문화적 중흥을 이끌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전제가 있는데,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발전이 그것이다. 정치권력은 도덕적이어야 하고, 경제는 풍요롭고 안정적이어야 한다. 경제 정책과 문화 정책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세종은 중농 정책을 통해 보여주었다고 최 교수는 역설한다. 문화와 경제의 시너지는 사실 이미 증명이 끝난 명제라고 할 수 있다. 위 설명에 따르면 지금 우리가 구가하는 문화 중흥은 격동 속에서도 민주화를 향해 꾸준히 발전해 온 우리의 정치와, 눈부신 산업화와 정보화로 이룬 경제적 성공에 힘입은 것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토끼가 가져다준 문화 부흥인 것이다. 국가 간 경제 발전 차이를 연구한 공으로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아제모을루 MIT 교수도 한국을 바람직한 제도에 기반해 세계 역사상 가장 놀라운 경제적 성공을 이룬 나라로 확인해 주지 않았나.
아제모을루 교수가 잘 모르는 게 하나 있다. 21세기 문화 중흥 토대를 마련한 사람은 주로 예전 지도자이며, 근래 정치인은 국민의 평균에도 못 미치는 도덕적 기준과 상실을 지닌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애국심과 비전, 도덕성과 공적 의식, 자기희생과 염치, 그 어느 것 하나에서도 옛 지도자들에게 못 미치는 깜냥의 사람들이 요즘 정치인의 평균이다. ‘정치꾼’은 자신의 선거를, ‘정치가’는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는데, 요즘 정치인들은 전자에 가깝다. 그래서 다시 그에게 질문하고 싶어졌다. 그의 연구에서 지도자 요인은 통제된 변인이었는지, 모자라는 정치인들이 계속 집권해도 문화 강국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말이다.
세상 곳곳이 전쟁으로 어지러운 이 즈음, 300년 만에 찾아온 문화 르네상스를 축복처럼 누리면서도 정치 쪽을 바라보면 그 축복이 얼마나 지속될지 불안해진다. 어느 자리에서 누군가 말했다. “우리나라는 정치만 바뀌면 돼.” 나도 동감이다.
<참고문헌>
1. 박성희, "한국 문화 르네상스 300년 주기설을 아십니까", 조선일보, 2024.10.25일자. A28면.
전체 5,456건 (343/364페이지)
326
아바타(Avatar)에 대한 소묘..
[1]
2010.09.12,
조회 10414
[자유게시글]
홍문화
작년 겨울부터 올해 초까지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카메룬 감독이 만든 아바타(Avatar)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최고의 성공을 거둔
역작이라고 말들을 한다.
아바타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글...
325
생각의 진화에서 의식의 진화로
[1]
2010.09.12,
조회 11102
[자유게시글]
홍문화
우리가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생각하고, 배우고, 연습하고, 느끼는 것은 모두 뇌속에서 정리가 되어서 개인만의 능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쉬운 말로 이 모든 것은 개인 마다 고유한 것이어서 개성이라고 표...
324
스펀지에 소개 되었던 최초의 대한제국악보와 가사
[1]
2010.09.11,
조회 11370
[자유게시글]
손성일
최초의 애국가
곡설명 / 프란츠 에케르트 작곡, 작사자 미상. 우리나라 최초의 공식 국가(國歌). 1902년 8월 15일 대한제국 정부에 의해 공식 국가로 제정 및 공포가 되었다.
원래의 가사는 황제에 대한 충성심...
323
아리랑의 몸짓 김연아선수의 아름다운연기
[1]
2010.09.10,
조회 10964
[자유게시글]
손성일
한국 대표음악 아리랑을 준비하는 연아선수의 연기입니다.
온 인류역사의 새로운 시대 가을개벽의 새 이야기처럼
고개 고개를 넘어서 시련을 극복하고
미래를 힘차게 아름답게 맞이하는
한민족의...
322
그 쇳물 쓰지마라 - 용광로에 녹아 죽은 청년의 한(恨) !!
[1]
2010.09.10,
조회 10810
[자유게시글]
진성조
용광로 청년 향한 가슴 저미는 조사가 넷심을 울렸다
.article, .article a, .article a:visited, .article p{ font-size:14px; color:#222222; line-height:24px; }...
321
떨어지는 낙엽으로 천하의 가을을 알듯이...
2010.09.09,
조회 10147
[자유게시글]
진성조
오늘자 (9월8일) 한겨레신문 34면 -우희종의 세상읽기 제목의 글중에
"..... 떨어지는 낙엽으로 천하의 가을을 알듯이....."라는 표현이 있던데,
사람은 원래부터 우주최고의 영적 존재라서, 천지 변...
320
세계최고의 물리학자 -호킹 "신은 불필요하다?"
[2]
2010.09.09,
조회 11592
[자유게시글]
진성조
호킹 “과학은 신을 불필요하게 만든다”‘무신론’ 논쟁 속 직접 자신의 견해 밝혀“물리학 법칙이 인간 존재이유 설명할 것” 김영희 기자 (한겨레 신문) »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
319
신비스러운 천지의 대공사 무신납월공사
[2]
2010.09.07,
조회 11599
[자유게시글]
손성일
3
공사를 마치고 말씀하시기를 “이번 공사는 무신납월 공사(戊申臘月公事)니 무신납월 공사가 천지의 대공사니라.” 하시되 자세히 말씀치 않으시니라.
천·지·인 삼계...
318
정의란 무엇인가 - 1. 무엇을 정의라고 부를 것인가?
[2]
2010.09.07,
조회 10002
[자유게시글]
박신욱
때가 오면 나에게 절하게 되리라
하루는 형렬이 여쭈기를 “세상 사람들이 선생님을 광인(狂人)으로 여기나이다.” 하니 크게 웃으며 말씀하시기를 “신축년 이전에 민생을 가련히 여겨 광구천하하려고 사방으로...
317
우리 대중문화는 10대가 주도한다(아이돌 스타 대세). 왜일까요?
2010.09.04,
조회 10185
[자유게시글]
진성조
오마이뉴스의 기사 " 한국 대중문화는 걸그룹의 가슴골 논쟁 수준~' 이라는 담다디의 가수, 이상은씨가
비판한 기사에 붙은 댓글 중 하나 인데~~ 우리 대중문화의 현주소를 잘 지적한듯한 내용 입니다.
##...
316
신간 책- 조선인의 사상과 성격
[2]
2010.09.04,
조회 8886
[추천도서]
진성조
0.0 | 네티즌리뷰 0건
조선총독부 저 | 김문학 역 | 북타임 | 2010.08.29
기본정보 더보기
정가 25,000원
책정보
네티즌 리뷰
책소개
식민 시대, 일제가 본 한국인론일제...
315
꿈, 정체를 밝혀라
[1]
2010.09.04,
조회 11375
[자유게시글]
유종안
최근에 나온 꿈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올려 봅니다.
댓글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면 좋겠습니다.
|
영화 인셉션
[꿈의 세계] 영화 개봉후 미지의 영역에 대한 논란 불붙여무의식적...
314
우리가 배워야 할 12가지 동물의 정신
[1]
2010.09.03,
조회 10701
[자유게시글]
유종안
【우리가 배워야 할 12가지 동물의 정신】1.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양치기개신입사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감을 키우고 상사와 동료에게 신임을 주고 인정을 받는 것이다, 배우려는 욕심과 무엇이든 하...
313
스티븐 호킹- "우주는 신이 창조하지 않았다"
2010.09.02,
조회 10419
[자유게시글]
진성조
해외화제
스티븐 호킹, "우주는 신이 아니라 물리학 법칙이 만들었다"
권승준 기자 virtu@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기사
100자평(59)
입력 : 2010.09.02 15:39
▲ 영국 우주...
312
영혼을 담는 그릇, 몸
[4]
2010.09.02,
조회 11316
[자유게시글]
김선임
우주만큼이나 신비한 인간의 몸. 그 무궁한 신비의 세계를 밝혀내려는 인간의 노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도대체 우리 몸은 어떻게 조직되어 있고 어떤 메커니즘으로 움직이기에 그 많은 음...









댓글 0
댓글 내용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