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자형 경제’의 경고음

2026.01.06 14:32 | 조회 824


                                         ‘K자형 경제’의 경고음

 

   K-팝, K-뷰티, K-푸드, K-증시, K-방산까지.

 

   ‘K’는 한국의 경쟁력과 자신감을 상징하는 접두사가 됐다. 그런데 새해 반갑지 않은 ‘K’가 등장했다. ‘K자형 경제 회복’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신년사에서 글로벌 반도체 경기에 힘입어 성장을 주도하는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하면 성장률은 1.4%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의 공식 성장률 전망 1.8%와는 격차가 크다. 이 총재는 “부문 간 회복 격차가 커 체감경기와 괴리가 클 것”이라며 “이러한 ‘K자형 회복’은 결코 지속 가능하고 완전한 회복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계했다. 잘나가는 일부 수출기업 등에 온기가 쏠리고 소외되는 부문은 더 소외되는 구조적 양극화가 ‘K자형’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다. 

   K자형 경제란 같은 경제 안에서 서로 다른 회복 속도와 방향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자산 규모, 산업, 기업 규모, 소득 계층에 따라 빠르게 경제적으로 이득을 취하는 부류와 소외돼 아래로 처지는 양극화가 심화하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경제를 분석하며 ‘상위 소득층과 대기업은 호황을 누리지만, 중하위 계층과 중소기업은 여전히 회복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이코노미스트 역시 ‘2026 세계 대전망’에서 ‘회복은 진행 중이지만 균등하지 않다(uneven recovery)’는 표현으로 세계 경제의 분절화를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 ‘성장률 자체보다 성장의 질과 분포가 더 중요한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국가, 특정 산업, 특정 계층에 성과가 집중될수록 경제의 내구성은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거시경제의 총량 숫자 이면에서는 충격에 취약한 구조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 경제에서 K자형 회복의 상징은 반도체다. 지난해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12월 수출 중 반도체 비중은 약 30%에 달한다. 반도체를 걷어내면 내수, 비(非)반도체 제조업, 자영업, 지방 경제의 빈약한 모습이 드러난다.

   이런 K자형 회복 속에 전문가들은 숫자가 주는 착시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출 총액과 주가지수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일부 대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경제 전반이 살아나고 있다는 착시가 생긴다. 그러나 한 산업의 성공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결국 위험 요인으로 돌아오며, 대가를 치르는 사례는 세계 경제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기술 사이클이 꺾이거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거나,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는 순간이 오면 쏠림의 반대편에 있던 경제의 취약성이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올해는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산업으로부터 온기가 경제 전체로 확산하도록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혁신과 구조조정을 통해 제조업의 저변을 넓히고,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반도체의 사이클이 흔들릴 때도 한국 경제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새해 한국 경제를 열고 있는 ‘K자형 경제 회복’은 자랑스러운 K의 시대에, 가장 경계해야 할 K를 일깨우고 있다.<박세영, “‘K자형 경제’의 경고음”, 문화일보, 2026.1.6일자.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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