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월북한 마르크스주의 경제사학자 백남운

2026.01.20 15:31 | 조회 1573


                               자진 월북한 마르크스주의 경제사학자 백남운

 

   해방정국에서 자진월북한 대표적 지식인으로 백남운(白南雲)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최초로 사적유물론에 입각한 <조선사회경제사>를 펴냈고 경제연구회를 만들어 반일활동을 지도하다가 구속됐다. 해방 후에는 좌익정당을 운영하다가 남북연석회의 때 북으로 가서 눌러앉았다. 북에서 초대 교육상, 최고인민회의 의장까지 지내며 숙청의 칼날을 피한 관운 좋은 인물이다.

   백남운은 1894년 전라북도 고창에서 태어났다. 엄격한 봉건 양반가문에서 16세까지 한학을 배우다 서울 종로 YMCA 종합부에 입학해 2년간 공부했고 19세에 수원농림학교에 들어갔다. 24세 때인 1918년 일본 유학길에 나서 동경고등상업학교와 도쿄 상과대학(현재의 히토쓰바시대)을 졸업했다. 일제와 친일지주의 억압에 반항한 백남운은 당시 신사조인 마르크스주의에 심취했고 그 입장에서 조선경제사를 정립하고자 했다.

   1925년 졸업하고 연희전문학교 교수로 부임한 이후 백남운은 공산주의 항일운동가로 전념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사를 가르치면서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경제연구회를 만들었다. 그는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민족개량주의자들의 자치론과 참정권을 비판하는 여러 글을 발표했다. 식민지정책의 합리화를 위한 일제의 ‘일선동조’론과 최남선이 펼친 ‘문화사관’의 부당성을 논증했다. 1933년에는 유물사관과 계급투쟁 관점에서 <조선사회경제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논문을 통해 일제의 개입이 없이도 조선은 독자적 사회경제적 발전 법칙에 따라 진행됐음을 서술했다. 1937년에는 <조선사회경제사>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조선봉건사회경제사>를 내놨다.

   그는 경제연구회를 비합법적 적색연구회로 발전시켜 나갔다. 적색연구회는 공산혁명을 위해 회원들에게 공산주의사상 주입과 선전활동을 계속했다. 1938년말 일제는 그를 적색연구회의 비밀결사 혐의로 구속했다가 1941년 풀어 줬다. 출감 후 그는 일제 패망 때까지 은거했다.

   해방 직후 백남운은 인공(인민공화국) 건국의 이론을 뒷받침하면서 좌익 공산당 활동으로 반건국세력에 가담했다. 그는 조선학술원을 창설하고 경성대학 법문학부 교수로 부임, 인공 건설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일에 전념했다. 모스크바 3상회의 이후 반탁을 주장했다가 나중에 찬탁을 지지하면서 스탈린-김일성 노선에 합류, 정치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중국 옌안에서 이북으로 귀국한 김두봉·최창익·허정숙 등과 연계를 맺고 조선독립동맹 경성특별위원회를 구성, 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남조선신민당으로 개편, 당대표로 활동했다.

   백남운은 여운형과는 원만하게 관계를 유지했지만, 박헌영과는 끝내 거리를 두었다. 1946년 백남운은 박헌영의 독선과 분파행위에 분노해 조선공산당·조선인민당·남조선신민당의 3당 합당에서 이탈해 사회노동당을 창당했다. 1947년 4월 사회노동당을 해체, 여운형과 함께 1947년 5월 근로인민당을 결성해 부위원장을 맡았다. 그 후 근로인민당 등 12개의 정당협의회는 미·소 양군 철수와 민주주의 통일정부 수립을 행동강령으로 제시하고 그 실천을 위한 투쟁을 호소했다.

   남한의 5·10총선에 반대한 백남운은 1948년 4월 남북연석회의에 참가했다. 백남운은 미리 북한에 가족들을 도피시켰으며, 심지어 남한의 많은 지식인들을 포섭해 그들이 북쪽으로 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역사학자·섬유 분야 권위자·물리학자·기술자·예술인 등의 월북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북연석회의 이후 김구·김규식 등은 서울로 귀환했으나 백남운은 홍명희·이극로·김원봉 등과 함께 평양에 남았다. 그는 북에서 1974년부터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의장으로 활동하다 1979년 시망했다. 백남운은 공산주의 항일운동을 했지만 건국과는 아무 관련 없는, 오히려 방해꾼이었던 인물이다.<이주천, “자진 월북한 마르크스주의 경제사학자 백남운”, 자유일보, 2023.10.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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