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 정신은 과거 유산 아닌 문명 대안

2026.01.26 14:18 | 조회 839


                               선비 정신은 과거 유산 아닌 문명 대안

 

“선비 정신은 과거의 유산이 아닙니다. 불평등과 불의(不義)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보편적 가치이자 문명적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강형원(사진) 포토저널리스트는 한국의 선비 정신을 다룬 영문 저서 ‘성인군자의 길을 간 한국은 선비의 나라(Seonbi Country Korea, Seeking Sagehood)’ 출간을 기념해 미국에서 특별 사진전과 순회 북토크를 연다며 25일 이렇게 말했다.

 

퓰리처상을 2회 수상한 그가 영어문화권에 선비 문화를 소개하는 이유는 글로벌 사회가 직면한 위기의 해답을 그 안에서 찾기 때문이다. 그는 “자유시장 경제가 물질적 풍요를 가져왔지만, 빈부 격차와 불의 같은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배움과 수양을 통해 정직과 절제, 책임을 실천하는 선비 정신은 21세기 세계 문명의 방향을 제시할 이정표이자 가치”라고 강조했다.

 

미국 주요 언론에서 30여 년간 활동해온 그는 2020년 귀국해 우리 문화유산을 사진으로 기록해 알리는 일에 전념해 왔다. 이번 작업에서는 한국인의 정신적 뿌리인 선비 문화를 깊이 탐구했다.

 

그는 선비 정신이 제대로 이해되지 못한 배경으로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형성된 왜곡된 역사 인식이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다. 선비를 양반 계층과 동일시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생존을 위해 원칙을 저버렸던 일부 양반과 달리 선비는 어떤 상황에서도 바른 길을 택했던 ‘지적 용기’의 소유자였다”며 “임진왜란부터 독립운동에 이르기까지 한국을 지켜온 힘은 바로 이 선비 정신에서 비롯됐다”고 역설했다.

 

책에는 한국 전역을 누비며 선비 정신을 포착한 200여 점의 사진이 수록돼 있다. 전시에서는 퇴계 후학들이 갓과 도포 차림으로 죽령재를 오르는 모습, 왕이 선비에게 하사했던 사인검(四寅劍)을 살피는 장인의 손길, 그리고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鶴翼陣)’을 형상화한 학의 비행 장면 등을 선보인다.

 

사진전은 1월 29일부터 3월 10일까지 로스앤젤레스(LA) 한국문화원에서 개최되며, 북토크는 LA(29일)를 시작으로 뉴욕(2월 5일), 워싱턴DC(2월 9일)로 이어진다. 이해돈 LA한국문화원장은 “최근 미국 내 K-컬처 열풍이 한국의 전통과 정신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선비가 지닌 포용과 연대, 연민과 공감, 그리고 비판과 저항의 정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콘텐츠의 생명력과 확장선의 원천”이라고 짚었다.

 

강 포토저널리스트는 “이번 전시와 책을 통해 세계인들이 한국 역사의 깊이를 느끼고, 선비문화가 지닌 보편적 가치를 스스로 성찰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김지은, “선비 정신은 과거 유산 아닌 문명 대안” 동아일보, 2026.1.26일자.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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