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미사일 공방 속 우리는 안전한가

2026.03.22 10:11 | 조회 1181

     

                                  중동 미사일 공방 속 우리는 안전한가

 

   경북 성주에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발사대 6기가 중동지역으로 반출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1일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C-5 수송기가 계류되어 있다. 최근 미국은 주한미군의 지대공 방공 무기 패트리엇(PAC-3)에 이어 사드 장비 일부까지 중동으로 차출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는 1943년 '어린왕자'에서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 우물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낭만적인 서사와 달리 오늘날 중동 사막은 밤하늘 아름다운 별도 미사일 섬광에 가려 희미하다. 비행기 조종을 즐겼던 프랑스 국민작가 생텍쥐페리도 지금처럼 토마호크 미사일이 무방비 학교를 폭격하는 시대였다면 사막을 비행하며 아름다운 이야기를 상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천일야화'라는 중동지역 민담집을 통해 어린 시절 사막 곳곳의 오묘한 여정을 상상했었다. 하지만 현재 사막은 지혜가 넘치며 재미있는 일화가 가득한 동화 이야기의 무대가 아니다.

   오늘날 중동이 복잡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국경선과 민족이 일치하지 않는다. 1차 대전 중에 영국은 중동의 세 집단에 이율배반적인 약속을 했다. 1915년 아랍지도자 후세인과 팔레스타인을 포함하여 독립국 수립을 약속하는 후세인·맥마흔 서신을 교환했다. 1916년에는 프랑스와 비밀리에 중동 분할에 합의한 사이크스·피코협정을 맺었다. 1917년에는 유대인들에게 팔레스타인 땅을 '민족적 고향(nation home)'으로 약속하는 벨포어 선언을 발표했다.

   오늘날 유대인과 아랍인들 간 갈등의 씨앗이다. 1차 대전 승전국인 영·불은 중동에서 민족과 종교를 구분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경계를 그었다. 쿠르드족, 수니파, 시아파 등을 민족과 종교가 다른데도 한 국가로 묶어 버렸다.

   1962년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주인공인 영국 장교 로렌스는 오스만 제국을 붕괴시킨 후 국경선 획정에 참여했다. 영화의 원작은 1922년 로렌스의 자서전인 '지혜의 일곱 기둥'이다. 그는 책에서 아랍인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자신이 그들을 배신했다는 죄책감을 토로했다.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을 엿볼 수 있다.

   둘째, 중동은 민주주의 경험이 없으며 부족형 지도자가 통치한다. 부족 구성원의 생존을 책임진 부족의 지도자는 절대복종의 대상이다. 사막에서 수천 년을 그렇게 살아왔다. 하루아침에 부족원의 다수결에 따르는 민주주의는 맞지 않는다.

   셋째, 사막에 석유 매장량이 엄청나다. 사막 밑에 우물뿐만 아니라 석유가 있다는 것은 지정학에 서 중요하다. 중동 석유는 경제력의 원천으로 각국의 신격화된 왕정 지도자가 군사력을 구비할 수 있는 힘이다. 미국과 연계한 강력한 이스라엘의 대응 역시 세 가지 이유와 맞물려 무력 충돌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복합적인 이유다.

   이역만리 먼 나라 미사일 전쟁이 나비효과를 통해 한반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순한 원유 공급 차질뿐만 아니라 우리 안보에도 직접 충격을 주었다. 이란 지도자 하메네이 제거 및 핵시설 타격이란 초유의 군사작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미군은 북한을 겨냥한 우회적 경고를 보냈다.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서 이란의 쌍둥이 같은 존재인 북한에 대해 핵무기 관련 오판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다.

   미국의 연이은 경고는 중동 전쟁으로 한반도에서 주한미군 전력의 이동에 따른 공백을 북한이 악용하지 말라는 의미다. 미군은 한반도에서 저고도 방어체계인 패트리엇(PAC-3) 미사일과 150㎞ 이상을 방어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포대를 중동으로 옮겼다. 한반도의 전력 공백이 발생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우리가 미국의 무기 철수를 말리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고백했다.

   북한은 '국제적 사변'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이란 최고지도자의 폭사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국제적 분쟁 발생 시 은둔했던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취역을 앞둔 5,000톤(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에 올라 "해군의 핵무장화는 만족스럽게 수행되고 있다"고 했다. 화상으로 미사일 발사를 지켜보며 핵 무력의 다각적 운용을 지시했다. 미국과 기싸움을 하며 평양과 테헤란은 다르다는 입장을 과시했다. 중동사태의 장기화는 한반도의 경제와 안보를 어렵게 한다.

   동시다발 국제분쟁 시대에 한국 안보의 수호신은 재래식 자주 국방력과 첨단장비·핵 공유가 가능한 한미동맹의 양대 축이다. 한국이 이를 망각하면 안보에 빨간불이 들어온다. 봄날 중동 사막의 모래바람이 전하는 교훈적 메시지다.<남성욱, “중동 미사일 공방 속 우리는 안전한가”, 한국일보, 2026.3.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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