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중동 리스크, 절실한 전략 재설계

2026.03.31 14:06 | 조회 614


                                      커지는 중동 리스크, 절실한 전략 재설계

 

  5주째 접어든 미국·이란 전쟁 美 지상군 투입 땐 재앙적 여파 홍해 막히면 세계 공급망 충격 더 불안한 세계의 출발점 될 것 대외 의존도 큰 한국에 치명타 산업·민생·안보 새 대책 불가피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합동 군사작전이 5주째를 맞고 있다. 미국의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은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을 통해 적어도 완전한 전략적 굴복을 얻으려는 기대와 달리 이란의 완강한 저항이 계속되면서 빠져나오기 쉽잖은 수렁에 빠진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발전소 시설에 대한 폭격을 이틀 기한에서 닷새로 연장하더니 결국 4월 6일까지 열흘 말미로 최후 통첩했다. 협상 진행이 우선이지만, 한편으로는 특수 정예부대 투입을 저울질하는 등 군사적 옵션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국제사회는 국지적 공습을 넘어선 ‘지상군 투입’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목도할 위기에 처했다. 제한적인 지상군 작전이라도 그 충격은 재앙 수준이 될 것이다. 전 세계 해상 원유 거래의 ¼을 소화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막혀 있고, 현재 무려 5000척의 유조선이 인근 해역에 발이 묶여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는 유가가 산업 원가구조를 압박하면서 민생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란은 전쟁의 수평적·수직적 확전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인접 국가를 공격하고 민간 인프라까지 위협하면서 전장을 넓히는 등 결사 항전 태세다.

  여기에 예멘의 친(親)이란 후티 반군까지 이스라엘을 미사일로 공격하면서 참전을 공식 선언했다. 후티 반군의 공식 참전은 전선 하나가 더 늘었다는 수준보다 훨씬 심각하다. 전쟁의 지리적 범위가 이란-이스라엘 사이를 넘어 예멘·홍해까지 확장됐고, 글로벌 해상 물류와 에너지 시장이 다시 직접적 전장 리스크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후티의 참전은 ‘전쟁의 지속 가능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후티가 수에즈 운하로 이어지는 핵심 병목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무기화’하면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중동의 ‘지역 분쟁’이 아닌 세계 공급망 충격으로 확장되면서 중동발 리스크가 구조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통상 국가이며 94%의 에너지를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 이는 치명타다. 중동 사태가 글로벌 에너지 안보와 가격 안정에 결정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한국은 대외 에너지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특히 원유의 약 70%,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를 중동에서 들여오는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은 결코 먼 바다가 아니다. 국제 유가 인상에 선박 통항과 보험료, 운임이 상승할 경우 정유·석유화학은 물론 철강·시멘트·발전·물류·항공·해운까지 연쇄적인 비용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국제 유가가 주유소나 물가 등 서민 장바구니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환율·금리도 불안하다. 이는 당연히 내수 경기와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지금의 한국 경제는 분명히 최악의 상황, 즉 두 가지 이상의 크고 작은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초대형 위기인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을 맞고 있다. 원래는 기상용어지만, 경제적으로 심각한 위기를 일컫는 이 다중 복합위기는 원유와 LNG 가격 상승은 일단 전기·가스·수송 비용을 자극하고, 이는 다시 식품·생활용품·외식·교통 요금 등 소비자 체감물가를 끌어올리는 파급 경로를 갖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의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유가가 과거로 돌아가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유가 상승과 원화 약세가 겹칠 경우, 중동 리스크는 산업 위기이자 민생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미·이란 전면전의 가장 큰 위험이 단기적 변화가 아니라, 장기적 구조 변화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대부분 에너지를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의 지속 발전을 압박할 것이며, 향후 세계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더 불안한 질서로 이동할 것이다. 최근 우리 LNG 주(主)수입원인 카타르의 ‘수출 불가항력(不可抗力)’ 선언도 같은 맥락이다. 원유·가스 수급 같은 에너지 공급망은 물론 산업 현장 비용 부담 증가 문제, 그리고 민생 에너지 가격과 생활물가까지 동시에 대응하는 다중 방어선이 국가 생존 전략 차원에서 철저히 준비돼야 하는 절박한 이유다.<강준영, 문화일보, 2026.3.31일자.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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