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義
2010.08.26 11:38 |
조회 10313
[한자로 보는 세상] 義 [중앙일보]
[오피니언]
한자로 보는 세상책 ‘정의란 무엇인가’가 널리 읽히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칸트 등에 이르기까지 ‘정의(justice)’에 대한 서양 사유 방식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동양에서의 ‘정의’란 무엇인가?
‘義’는 羊(양)과 무(武)가 결합된 단어다. 양은 고대 중국의 희생(犧牲·동물의 피를 신령에게 바침) 의식에서 제물(祭物)로 쓰인 동물이다. 제단에 오른 양을 칼(武)로 잡으려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를 두고 중국의 유명 문화학자인 이중톈(易中天) 교수는 “글자 ‘義’에서는 피 냄새가 난다”고 했다. 고대 자전 『설문(說文)』은 ‘엄숙한 용모와 장중 있는 태도(威儀)’라고 의를 설명한다.
‘의’에 철학적 의미를 부여한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BC384~BC322)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맹자(BC372~BC289)다. 그는 공자의 핵심 사상인 인(仁)에 ‘의’를 더해 ‘인의(仁義)’를 근간으로 한 유가 사상의 깊이를 더했다.
‘인’은 사랑이다.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惻隱之心)이다. 그러나 사랑만으로 복잡하게 얽힌 사회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맹자는 ‘자기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羞惡之心)’도 가져야 한다고 말했으니, 그게 바로 ‘의’다. 나뿐만 아니라 타인의 잘못에도 분개하고, 기꺼이 칼을 뽑아들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맹자는 『孟子』 ‘고자(告子)상편’에서 ‘의’를 이렇게 설명한다. “생명은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의’ 역시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양자가 함께 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면 나는 목숨을 버리고 ‘의’를 선택할 것이다(生,亦我所欲也.義亦我所欲也.二者不可得兼,舍生而取義者也.) 나를 버려서라도 선택해야 하는 것, 그게 바로 ‘의’인 것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다는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정신 세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이 공동 선(善)을 고민하고, 시민자치에 참여하고, 공동체의 운명을 걱정하도록 이끄는 게 정치의 목적’이라고 했다(‘정의란 무엇인가’). 공동선을 위한 헌신이 곧 그의 정의였다. 맹자가 말한 ‘의’와 서로 통한다. 2300여 년 전 동시대를 산 이들 동·서양 철학자가 본 ‘정의’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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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9.0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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