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2010.10.01 15:35 |
조회 11004
김수덕님의 에세이 '살아 있으라 아이처럼 살아 있으라'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우리가 역사공부를 하는 이유와 바른 역사를 아이들에게 알려 줘야 하는 이유를 잔잔하지만 감동 깊게 적은 글이라 생각됩니다.
- 이하 인용문 -
웃말 공원의 소나무 아래 앉아서 가만히 우리 동네를 내려다봅니다. 예전에는 저 마을의 삭막함과 어수선함이 진저리나도록 싫었습니다.
그래서 수없이 얽힌 관계의 그물망을 거두고 혼자 앉아서 명상에 잠기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행복과 자유를 얻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복잡한 세상사에서 될수록 멀리 떨어져 아무 훼방도 받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으면 그것이 행복이고 자유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철이 들수록 나 혼자만이 가슴속에 품고 있는 진리는 너무나 약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나 혼자만이 지키려고 애쓰는 정의는 너무나 힘이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됩니다.
아무리 개인이 바르게 살려고 해도 더불어 살고 있는 사람들과 사회가 뒷받침 해주지 않으면 그 개인의 노력은 무력한 것이 되고 말지요. 개인의 의식은 항상 집단의식과 환경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정한 행복과 삶의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일수록 공동체의 집단의식을 성장시키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민족은 역사 속에서 수많은 공포와 좌절, 불안과 수치 등을 겪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 지금의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그런 역사적 경험들이 내 피 속에서 앙금처럼 가라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수치심이나 열등감 같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부의식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누구나 개인적, 집단적 경험에서 유래한 상처가 있습니다. 그것은 정신적인 것이며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것은 잠재의식의 세계에서 가라앉아 있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의식의 표면으로 떠올라 말로, 행동으로 표정으로 나타납니다. 우리의 집단의식 속에는 죄의식, 냉담, 슬픔, 공포, 욕망, 분노, 자존심 이런 것들이 다 들어 있습니다.
역사를 인간의 집단적 경험에 대한 기억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집단적 경험에 대한 기억이 잊혀지거나 무시될 때 우리 삶은 기초가 부실해 흔들리는 집과 같이 됩니다. 마치 집단적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들처럼 스스로가 누군지, 또는 어떻게 하여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전혀 알 수가 없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수많은 선인들이 겪은 고난으로 고통과 수치심 속에서 살아왔지만 그 상처를 위무하고 치유하며 ,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깨우쳐주고, 다시 자존심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했습니다. 지난 백 년 동안 오염된 우리 민족의 정신세계를 바로 잡는 노력을 너무나 게을리 해 왔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지금의 나는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이 민족의 뿌리에서부터 시작된 수 천년의 역사가 내 피, 내 정신 속에 녹아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리하여 이 순간의 내 삶이 수 천년의 과거와 연결되고 또한 수천 년의 미래와 연결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민족의 상고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 시대가 우리 역사에서 가장 평화롭고 사랑에 넘치는 시대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라는 사상으로 서로 어우러졌던 공동체의 기억을 되찾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 정신, 바로 인류 공동체 의식과 사람 안의 하늘(신성神性)에 대한 신념으로 모든 사람들이 어울려 살았던 시대라고 믿기 때문이지요.
확인할 수 없는 과거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 아니라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삶의 지표와 정신적 구심점에 대한 갈망이 먼 역사를 더듬게 하는 것이지요.
우리가 오늘 함께 겪는 이 시련도 우리의 민족사에, 가족사에, 그리고 개인사에 새겨질 또 하나의 배움의 기회입니다. 지금 여기의 우리의 삶은 수 천년의 시간을 흘러 우리 후손들의 피 속에, 정신 속에 깃 들게 될 기억입니다. 오늘 우리는 천 년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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