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엘리트에서 대중으로. 생산자에서 사용자로. 정보혁명, 권력을 이동시키다
2010.10.02 11:05 |
조회 8832
엘리트에서 대중으로… 생산자에서 사용자로… 정보혁명, 권력을 이동시키다
정보혁명과 권력변환
김상배 지음|한울|448쪽|3만4000원
퓨처 오브 워크
리처드 던킨|구건서 옮김|한울|376쪽|2만9000원
'아래로부터 네트워크' 가능 사무실→집, 집단→개인… 어디서든 일하는 세상 온다
영국의 성직자 출신 발명가 에드먼드 카트라이트(1743~1823)가 근대 방직기(紡織機)의 기초를 확립했을 때만 해도 그것이 세상의 판도를 바꾸는 계기가 되리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1769년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에 관한 최초의 특허를 얻는 것을 시작으로 약 100년 동안 등장한 각종 기계들에 힘입어 종래의 수공업적인 소규모 생산은 대량생산의 공장제 기계공업으로 전환됐다. 이 같은 '공업화'는 자본주의 확립이라는 사회·경제체제의 변화로까지 이어졌기에 우리는 이를 '산업혁명'이라고 부른다.
전기나 열을 전달하기도 하고(도체·導體), 전달하지 않기도 하는(부도체·不導體), 양립 불가능한 속성을 동시에 갖춘 '마법의 돌' 반도체(半導體)의 존재가 확인되었을 때도 역시 그것이 전 세계의 사회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되리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194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연구팀이 최초의 전자식 컴퓨터 에니악(ENIAC)을 만들어내고, 1969년 미 국방성이 '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network of networks)'로 불리는 인터넷을 선보임으로써 인류는 고도화된 탈(脫)공업사회, 즉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게 됐다. 한마디로 '정보혁명'을 이뤄낸 것이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신간 저서 '정보혁명과 권력변환'은 이러한 정보의 '혁명'이 권력의 '변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탐구하고 있다. 우선 정보혁명은 '아래로부터 구성되는 네트워크'를 가능케 했다. 휴대전화와 유·무선 인터넷으로 무장한 스마트몹(smart mob)들이 깜짝 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놓고 인터넷 토론방에서 의견을 결집해 시청 앞으로 나선 '촛불 집회'가 바로 이 경우였다. 이는 광우병과 외교협상 같은 전문적 지식과 정책의 영역에서 지식 엘리트와 정부관료가 주도하는 기존의 지식생산 방식에 대한 대중의 도전을 의미한다.
이는 소수자에서 다수자로, 생산자에서 사용자로 권력이 이동할 가능성을 발생시킨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의 활동은 지배세력에 도전장을 던진다. 예를 들어 문화 온라인 동호회의 경우 인터넷을 통해서 공연 관람의 소감을 공유하면서 형성되는 담론이 문화 콘텐츠의 가치나 정체성에 대한 나름의 견해를 개진하는 동력을 얻게 된 것이다. 이는 전문비평가들의 '어젠다 설정 권력'에 대항하는 사용자들의 '평판 권력(reputational power)', 또는 전문비평가들을 비평하는 '메타 비평의 권력'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 분야에서도 이러한 권력이동은 기존 전문가들이 행사하던 문화권력에 대한 탈권위화로 나타난다. 간혹 관객이 오히려 연주자보다 내공이 깊은 현상이 발생하고, 인터넷 동호회의 '고수'가 종이신문의 칼럼니스트보다 필명을 드높이기도 한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망제정치(網際政治·inter-network politics)'라는 개념을 내세운다. 정보혁명이 야기하는 권력변환은 '지배'의 네트워크와 '대항'의 네트워크가 경합하는 '네트워크 간(間) 정치'의 모습을 띠게 된다는 것이다.
영국의 칼럼니스트가 펴낸 '퓨처 오브 워크(Future of Work)'는 스마트폰이 가능케 한 '언제, 어디서든 일하는 세상'을 '스마트 워크(smart work)의 시대'라고 명명한다. "산업에서 지식서비스로, 사무실에서 집으로, 집단에서 개인으로, 프로세스에서 프로젝트로, 정규 근무시간에서 자유 근무시간으로, 분리에서 통합으로" 이동하고 있는 시대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변화가 초래할 결과를 잘 간파해야 한다. 저자는 인터넷은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공간이 되어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을 처리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면대면(面對面) 만남의 중요성이나 영향력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터넷이라는 신세계에서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강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비즈니스 회의 분위기에서는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승자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온순한 사람들이 진정한 수혜자로 떠오를 것이다."
당연히 사람들의 직업관도 달라지고 있다. 2008년 17개국 2만3000명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된 '미래에 직면한 젊은 세대'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정보혁명의 세상에서 성장한 세대들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을 직업 선택의 우선순위 1위에 올렸다. 2위를 차지한 것은 건강, 3위는 안정, 4위는 자부심, 5위는 원만한 동료, 6위는 좋은 상사, 7위는 커리어 기회였다. 고액 연봉은 8위였고, 출장기회·고정 근로시간 및 많은 책임감이 부여된 직업은 뒷자리로 밀렸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일의 주인이 되어야지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정보혁명'이라는 양날의 칼을 어떻게 파악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내용을 담고 있는 책들이다. 특히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귀족처럼 자신이 혁명적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것을 아직 절감하지 못하고 있는 이에겐 필독을 권한다.
김상배 지음|한울|448쪽|3만4000원
퓨처 오브 워크
리처드 던킨|구건서 옮김|한울|376쪽|2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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