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극 없는 상생은 없다?
2010.11.09 08:40 |
조회 9980
상극(相剋) 없는 상생(相生)은 없다
<자유경제스쿨>이기심 없이 자비심만으로 살자는건 포풀리즘
개인간의 상극은 한계를 범하지 않는한 더 큰 상생을 일으켜
개인간의 상극은 한계를 범하지 않는한 더 큰 상생을 일으켜
강위석 경제평론가 (2010.11.09 08: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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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 여기저기가 상생(相生)이란 말로 떠들썩한 가운데 이 대통령이, 상생을 마이크로 오븐에 넣어 한 번 더 데우고 그 위에 소스까지 뿌렸다고나 할까, ‘공정사회’를 차려 들고 나왔다.
상생은 오행론(五行論)에서 유래하였고 오행론은 요즘은 사주(四柱)보는 데서나 응용되는 것이 고작이다. 과학자나 종교인에 따라서는 상생이란 말에서 풍겨나는 미신이나 낡음의 냄새 때문에 거부감(拒否感))이 생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오행론에는 전혀 다른 면모도 있다. 상생과 상극이라는 피드백(feed-back) 작용에 의하여 다섯 원소가 스스로 적응 과정을 순환하는 하나의 복잡적응체계(複雜適應體系, complex adaptive system)1) 가 오행인 것이다.
오행론은 동 아시아 고대문명이 세운 하나의 우주관(宇宙觀) 모델로서 존재론(存在論)과 작용론(作用論), 두 겹으로 되어 있다.
오행의 행(行)은 원소를 뜻한다. 우주의 만물(萬物)은 목(木), 토(土), 수(水), 화(火), 금(金), 이 다섯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
작용론은 이 다섯 원소 사이에는 상생상극(相生相剋) 작용이 쉼 없이 일어나며 이 작용에 의하여 만물이 생멸(生滅)하고 소장(消長)하는 사이클을 그린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사방에서 불어대는 상생 나팔에 실망했던 것은 상생과 짝을 이루어 오행론을 구성하는 상극(相剋)이 편집적(偏執的) 상생 찬양자들에 의해 악(惡)으로 몰려 절단 수술을 당해 버린 탓이다.
상생은 나무는 불을 생하고(木生火), 불은 흙을 생하고(火生土), 흙은 쇠를 생하고(土生金), 쇠는 물을 생하고(金生水), 물은 나무를 생하는(水生木) 사이클이다. 한 상생 사이클은 자신이 자신을 생하는 것으로 마감한다.
상극은 나무는 흙을 극하고 (木剋土), 흙은 물을 극하고(土剋水), 물은 불을 극하고(水剋火), 불은 쇠를 극하고(火剋金), 쇠는 나무를 극하는(金剋木) 사이클이다. 한 상극 사이클은 자신이 자신을 극하는 것으로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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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가>와 <나>는 상생상극을 나타낸 것이다. 여기서 붉은 선은 생을, 검은 색은 극을 나타내며 화살표는 생하는 방향, 극하는 방향을 표시한다.
오행 모델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상생만 있고 상극은 없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상극만 있고 상생은 없는 경우도 없다.
그림 <가>에서는 겉은 상생 작용만으로 이어졌으나 안은 상극으로 가득 차 있다. 반대로 <나>에서는 겉은 상극으로 이어졌으나 그 안은 상생이 가득하다.
상생과 상극은 항상 꼬리를 물고 다니거나 섞여서 다닌다. 상생이 좋은 일이라고 하여 상생만을 일삼더라도 거기에는 저절로 상극이 따라온다. 마찬가지로 상극을 일삼더라도 저절로 상생이 일어난다. 그래서 완벽한 천국이나 지옥은 상정하지 않는다. 지지고 볶고 사는 현세(現世) 만 있다.
오행 모델에서는 존재와 작용이 분리될 수 없다. 목(木), 토(土), 수(水), 화(火), 금(金)은 그 자체로서는 정의(定義)될 수 없다. 상생상극 관계로서만 정의 된다.
예컨대 목(木)은 무엇인가. 토(土)를 극(剋)하고 수(水)에 의하여 생(生)되며 화(火)를 생하며 금(金)에 의해 극되는 것이 목이다. 이와 같이 모든 행(行)은 자신 아닌 다른 네 행과가지고 있는 상생상극 관계에 의해서 존재하고 정의된다. 상생상극은 작용이면서 이들 원소들 사이의 관계다.
현실적 인간 생활에서도 개인을 중시한다면 개인성(individuality)은 다른 개인과 상극을 전제하고서야 성립한다. 거기에는 경쟁이 있고 이기심이 있다. 상생은 자비심으로, 상극은 이기심으로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극(剋)에는 기(氣)가 필요하다. 남을 극하기 위하여 자신의 기를 펼 수 있고, 자신에게 그런 기가 있다면 그것을 자유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기를 꺾는 사회, 개인에게 기가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가 되고 만다.
자유시장경제는 냉혹한 경쟁이 있고 참담한 시장의 실패도 겪는다. 그러나 더 나은 대안이 있을 수 없음과 시장이야 말로 시장의 실패에 적응할 수 있는 가장 알맞은 제도임을 설명하는 데 오행 모델이 도움이 될 것이다.
상극을 제거하면 상생도 없어지고 오행 자체가 모두 없어진다는 것이 오행모델이 궁극적으로 교훈하는 바다. 상극은 그것이 어떤 ‘한계’만 넘지 않으면 상생보다도 더 큰 상생 효과를 가지고 온다.
인간 사회는 이 한계를 진정한 의미의 공공재(公共財)로서 축적해 오고 있다. 이 축적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한다. 어떤 것은 암묵적인 행동 규칙으로서 어떤 것은 명시적 법률로서 축적되어 있다.
공자(孔子)가 선포한‘남이 나에게 가하기를 원하지 않는 행위를 나도 남에게 가하지 않는다.’는 인(仁)의 원칙, 존 스튜어드 밀이 말한 바 ‘남에게 위해(危害)를 끼치지 않는다’는 위해 원칙(harm principle) 등은 이기심 또는 상극의 한계에 관한 대원칙이다.
한마디로 이 한계를 범하지 않는 한 개인 사이의 상극(相剋)은 강력하면 강력할수록 더 큰 상생(相生)을 일으킨다. 아담 스미스가 도축업자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의 이기심 때문에 사람들이 저녁 밥상에서 좋은 고기를 값싸게 먹을 수 있게 된다고 한 말이 바로 이것이다.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는 아마도 한동안 포퓰리즘으로 퇴행하는 국면에 들어선 것 같다. 포퓰리즘은 인기주의, 대중영합주의 등으로 번역되고 있지만 또 하나의 풀이는 기만주의일 것이다. 자기가 속았거나 남을 속이는 것은 둘 다 기만이다. 전자는 무지에서 오는 기만이고 후자는 교활해서 범하는 기만이다.
이기심을 없애고 자비심만으로 살자는 것이 상생론이고 ‘공정사회론’이다. 교활한 포퓰리즘이다.
1) 복잡적응체계에 관한 참조: John H. Holland, "Hidden Order", How Adaption Builds Complexity, Basic Books, 1995, pp10-37.
글/강위석 시인·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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