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있다 --중앙일보 칼럼
2011.03.16 13:54 |
조회 10195
[박보균의 세상탐사] 일본은 있다
박보균
편집인
일본은 자극적이다. 일본의 자연 재난은 이질적이다. 쓰나미·지진·화산 폭발은 한국인에게 낯설다. 때문에 재해에 대응하는 일본인의 방식은 새롭고 강렬하게 다가온다.
거대한 재앙을 흡수, 극복하는 일본의 문화는 특별하다. 위기 대처에 무기력하지 않으면서 침착하다. 줄 서기와 순번 지키기에 착실하다. 주유소·수퍼마켓의 새치기·끼어들기도 없다. 상점 약탈도 찾기 힘들다. 개인의 이기적 돌출도 없으며 이웃을 생각한다. 생사의 다툼 앞에서 그 같은 집단적 질서 의식은 경이롭다.
국가적 슬픔의 무게는 엄청나다. 하지만 절망의 한복판에서 울부짖음이 없다. 흐느낌은 작고 슬픔을 삭인다. 일본 TV에서 유가족의 통곡을 찾을 수 없다. 시신(屍身)은 방영하지 않는다. 절규와 분통, 고함과 호들갑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충격적 인상을 남긴다.
일본 동부 대지진 직후다. 인천공항으로 일본에서 한국인들이 귀국했다. 어머니가 딸을 안고 안도의 큰 울음소리를 낸다. 한국의 TV 뉴스 장면이다. 그 어머니의 반응은 이해할 만하다. 우리 TV 카메라는 그런 모습을 찾아 찍기에 충실해 왔다. 하지만 그런 보도 행태의 격조는 형편없이 떨어진다. 그런 취재 관행은 어설프고 초라해졌다.
일본인의 침착과 질서는 배려 정신의 승리다.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일본인은 본능적으로 꺼린다. ‘메이와쿠(迷惑·미혹)가케루나(폐를 끼치지 마라)’ 교육 덕분이다. 탄식과 절규는 전염병처럼 전파된다. 동요와 무질서, 공포와 흥분을 야기한다. 때문에 슬픔을 삭이고 표출을 자제한다. 감정의 전염병을 이웃에게 옮기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 극단적 절제는 감탄을 일으킨다. 세계는 문화 충격을 받고 있다. 일본의 저력이다. 일본인은 그렇게 존재한다. 그것은 일본의 국격과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그 풍경은 우리 시민의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천재지변 탓에 비행기 출발이 늦어도 창구에 몰려가 항의하는 가벼움과 어이없음, 준법 대신 목소리 큰 사람이 행세하는 떼 법, 끼어들기 주행, 남 탓하기의 풍토를 부끄럽게 한다. 우리 부모 세대들은 그렇지 않았다. 자기 탓, 자기 책임부터 먼저 생각했고 염치를 지키려 했다. 그들은 한강의 기적과 국가적 풍모를 만든 세대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 남 탓하기와 떼 법의 억지와 선동의 싸구려 사회 풍토가 득세했다. 일본발 문화 충격은 그 저급함을 퇴출시키는 자극이 될 것이다.
일본은 역사적 자극제다. 일본의 성공은 한국을 분발시켰다. 소니, 도요타, 일본의 스포츠도 한국을 자극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야구의 성취는 분발과 경쟁의 산물이다. 일본은 한국과 함께 동아시아를 경영한다. 역사의 공동 연출자면서 주연이다. 그 역할의 비중이 한쪽으로 기울면 거센 파란이 인다. 전쟁이 나고 비극적 역사가 전개된다. 임진왜란과 한·일 강제병합이 그랬다. 독도 문제는 그 후유증이다. 진정한 평화는 국력이 비슷할 때 유지된다. 이제 한국은 커졌고 성숙해 있다. 우리 국민 사이에 ‘힘내라 일본(간바레 닛폰)’ 운동이 퍼지고 있다. 자발적 확산이다.
그 바탕에는 한류가 있다. 대중문화 개방은 김대중(DJ) 대통령 시절 때다. 그때 DJ는 이런 내용의 연설을 일본 의회에서 했다. “한·일 관계는 참으로 길고 깊다. 양국은 장구한 교류의 역사를 갖고 있다. 역사적으로 양국 관계가 불행한 것은 400여 년 전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7년간(임진왜란)과 금세기 초 식민지배 36년(한·일 강제병합)간이다.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 이상 걸친 교류와 협력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그 연설은 과감했다. 임진왜란과 병합을 빼면 ‘선린(善隣)의 1500년’이라는 인식은 신선했다. 한·일 관계를 어두움과 갈등에 맞추는 시선을 거부한 것이다. 그 대담한 접근을 확대해야 한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도 일본과의 친선은 긴요하다. 북한 급변 사태 때 주민 탈출의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다. 한국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교차점에 있다. 때문에 일본·중국 모두와 친해야 한다.
남을 돕는 우리 진심을 실감나게 전달해야 한다. 그것은 국가적, 국민적 투자다. 일본은 우리 동반자다. 양국 서로가 미래를 위한 자극이 돼야 한다. 재난을 극복하도록 격려해 주는 사이가 돼야 한다. 그것이 일본 대지진 이후 양국 친선의 롤 모델이다.
박보균 편집인
거대한 재앙을 흡수, 극복하는 일본의 문화는 특별하다. 위기 대처에 무기력하지 않으면서 침착하다. 줄 서기와 순번 지키기에 착실하다. 주유소·수퍼마켓의 새치기·끼어들기도 없다. 상점 약탈도 찾기 힘들다. 개인의 이기적 돌출도 없으며 이웃을 생각한다. 생사의 다툼 앞에서 그 같은 집단적 질서 의식은 경이롭다.
국가적 슬픔의 무게는 엄청나다. 하지만 절망의 한복판에서 울부짖음이 없다. 흐느낌은 작고 슬픔을 삭인다. 일본 TV에서 유가족의 통곡을 찾을 수 없다. 시신(屍身)은 방영하지 않는다. 절규와 분통, 고함과 호들갑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충격적 인상을 남긴다.
일본 동부 대지진 직후다. 인천공항으로 일본에서 한국인들이 귀국했다. 어머니가 딸을 안고 안도의 큰 울음소리를 낸다. 한국의 TV 뉴스 장면이다. 그 어머니의 반응은 이해할 만하다. 우리 TV 카메라는 그런 모습을 찾아 찍기에 충실해 왔다. 하지만 그런 보도 행태의 격조는 형편없이 떨어진다. 그런 취재 관행은 어설프고 초라해졌다.
일본인의 침착과 질서는 배려 정신의 승리다.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일본인은 본능적으로 꺼린다. ‘메이와쿠(迷惑·미혹)가케루나(폐를 끼치지 마라)’ 교육 덕분이다. 탄식과 절규는 전염병처럼 전파된다. 동요와 무질서, 공포와 흥분을 야기한다. 때문에 슬픔을 삭이고 표출을 자제한다. 감정의 전염병을 이웃에게 옮기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 극단적 절제는 감탄을 일으킨다. 세계는 문화 충격을 받고 있다. 일본의 저력이다. 일본인은 그렇게 존재한다. 그것은 일본의 국격과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그 풍경은 우리 시민의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천재지변 탓에 비행기 출발이 늦어도 창구에 몰려가 항의하는 가벼움과 어이없음, 준법 대신 목소리 큰 사람이 행세하는 떼 법, 끼어들기 주행, 남 탓하기의 풍토를 부끄럽게 한다. 우리 부모 세대들은 그렇지 않았다. 자기 탓, 자기 책임부터 먼저 생각했고 염치를 지키려 했다. 그들은 한강의 기적과 국가적 풍모를 만든 세대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 남 탓하기와 떼 법의 억지와 선동의 싸구려 사회 풍토가 득세했다. 일본발 문화 충격은 그 저급함을 퇴출시키는 자극이 될 것이다.
일본은 역사적 자극제다. 일본의 성공은 한국을 분발시켰다. 소니, 도요타, 일본의 스포츠도 한국을 자극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야구의 성취는 분발과 경쟁의 산물이다. 일본은 한국과 함께 동아시아를 경영한다. 역사의 공동 연출자면서 주연이다. 그 역할의 비중이 한쪽으로 기울면 거센 파란이 인다. 전쟁이 나고 비극적 역사가 전개된다. 임진왜란과 한·일 강제병합이 그랬다. 독도 문제는 그 후유증이다. 진정한 평화는 국력이 비슷할 때 유지된다. 이제 한국은 커졌고 성숙해 있다. 우리 국민 사이에 ‘힘내라 일본(간바레 닛폰)’ 운동이 퍼지고 있다. 자발적 확산이다.
그 바탕에는 한류가 있다. 대중문화 개방은 김대중(DJ) 대통령 시절 때다. 그때 DJ는 이런 내용의 연설을 일본 의회에서 했다. “한·일 관계는 참으로 길고 깊다. 양국은 장구한 교류의 역사를 갖고 있다. 역사적으로 양국 관계가 불행한 것은 400여 년 전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7년간(임진왜란)과 금세기 초 식민지배 36년(한·일 강제병합)간이다.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 이상 걸친 교류와 협력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그 연설은 과감했다. 임진왜란과 병합을 빼면 ‘선린(善隣)의 1500년’이라는 인식은 신선했다. 한·일 관계를 어두움과 갈등에 맞추는 시선을 거부한 것이다. 그 대담한 접근을 확대해야 한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도 일본과의 친선은 긴요하다. 북한 급변 사태 때 주민 탈출의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다. 한국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교차점에 있다. 때문에 일본·중국 모두와 친해야 한다.
남을 돕는 우리 진심을 실감나게 전달해야 한다. 그것은 국가적, 국민적 투자다. 일본은 우리 동반자다. 양국 서로가 미래를 위한 자극이 돼야 한다. 재난을 극복하도록 격려해 주는 사이가 돼야 한다. 그것이 일본 대지진 이후 양국 친선의 롤 모델이다.
박보균 편집인
전체 5,456건 (26/364페이지)
5081
<특별기고>5.18광주민주화운동 45주년을 기념하며
2025.05.19,
조회 4672
[역사공부방]
신상구
<특별기고>5.18광주민주화운동 45주년을 기념하며 ...
5080
&amp;lt;특별기고&amp;gt;동학농민혁명 131주년의 역사적 의의와 기념 행사
2025.05.19,
조회 4441
[역사공부방]
신상구
<특별기고>동학농민혁명 131주년의 역사적 의의와 기념 행사 &nbs...
5079
신상구 박사 대힉원 박사과정 스승 명단
2025.05.19,
조회 10089
[자유게시글]
신상구
신상구 박사 대힉원 박사과정 스승 명단 일지 이승헌, 복기대, 조남호, 정경희, 임채우, 김강린, 김동환, 조창희  ...
5078
항일독랍투사 민충기
2025.05.19,
조회 4171
[역사공부방]
신상구
민충기(閔忠基)1888년(고종 25)∼1932년. 조선 후기의 독립운동가. 본관은 여흥(驪興). 자는 효서(孝恕), 호는 금포(錦圃).1888년(고종 25) 회덕군수(懷德郡守)를 지낸 아버지 민병성(閔丙...
5077
박정희 대통령 공과
2025.05.17,
조회 5071
[역사공부방]
신상구
박정희는 현대 한국사에서 공과 과가 극명하게 평가되는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경제 발전의 상징으로 칭송받기도 하고, 권위주의적 통치자로 비판받기도 한다. 그의 정권이 남긴 경제적 성과는 분명 한국의 성장 기...
5076
천운 오천석
2025.05.15,
조회 4436
[역사공부방]
신상구
해방이 되고 마침내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을 때 우리나라에는 민주 교육을 위한 삼총사가 건재하였다. 이 박사 세 분은 국민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큰 스승이었다. 성함은 백낙준, 김활란, 오천석인데 나는...
5075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도서관 건립한 길영희 선생
2025.05.15,
조회 4867
[역사공부방]
신상구
인천의 '돌대가리'로 불린 교장이 학교에서 벌인 일[세상과 도서관이 잊은 사람들]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도서관 건립한 길영희 선생 ①글: 백창민(bookhunter) 이혜숙(sugi95) 글씨 크게보기인쇄본문...
5074
길영희 선생
2025.05.15,
조회 4466
[역사공부방]
신상구
길영희 선생은 평안북도 희천 출생. 평양고등보통학교를 거쳐 경성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하였으며, 1학년 때 3·1운동에 학생대표의 1인으로 참여하여 옥고를 치렀다. 경성 의학전문학교에서 퇴학당한 뒤, 배재고등보통...
5073
세종시 ‘한글문화도시센터’ 문 열고 관련사업 본격시동
2025.05.13,
조회 4849
[역사공부방]
신상구
세종시문화관광재단은 3일 어진동 박연문화관 3층에서 ‘한글문화도시센터(이하 센터)’ 개소식을 열고 ‘2025 대한민국 문화도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사진>재단에 따르면 센터는 오는 2027...
5072
한글문화도시 세종특별자치시
2025.05.13,
조회 4829
[역사공부방]
신상구
(세종=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세종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문화도시'에 지정됨에 따라 내년부터 2027년까지 3년 동안 200억원(국비·시비 각각 100억원)을 들여 한글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한다고...
5071
한글문화도시 세종의 지역정체성
2025.05.13,
조회 4759
[역사공부방]
신상구
[개설] 세종특별자치시의 지역정체성은 정치·행정적 측면에서는 행정중심복합도시이지만 문화적 측면에서는 한글문화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한글문화도시라는 지역정체성의 출발점은 국민 공모를 통하여 선...
5070
동학농민혁명 131주년을 기념하며
2025.05.10,
조회 2899
[행사알림]
신상구
&nbs...
5069
새야새야 파랑새야 노래 가사
2025.05.10,
조회 3159
[좋은글]
신상구
새야 새야 파랑새야녹두밭에 앉지 마라녹두꽃이 떨어지면청포장수 울고 간다새야 새야 파랑새야우리 논에 앉지 마라새야 새야 파랑새야우리 밭에 앉지 마라아랫녘 새는 아래로 가고윗녘 새는 위로 가고새야 새야 파...
5068
뽀ㅃ이 이사용 별세
2025.05.09,
조회 4728
[역사공부방]
신상구
근육질 팔을 자랑하던 ‘뽀빠이 아저씨’, 방송인 이상용이 9일 오후 2시 30분께 별세했다. 81세. 소속사 이메이드 관계자에 따르면 이상용은 이날 서울 서초구 자택 인근에 있는 병원에 다녀오던 중에 쓰러져 서울성...
5067
새 교황 레오 14세, 미국 출신으로 페루 빈민가 20년 헌신
2025.05.09,
조회 4837
[역사공부방]
신상구
새 교황 레오 14세, 미국 출신으로 페루 빈민가 20년 헌신첫 미국 출신 교황…미·페루·바티칸 국적트럼프 이주민 정책에 비판 드러내기도최우리기자수정 2025-05-09 17:02등록 2025-05-09 09:258일 저녁(현...










댓글 1
일본인들의 이런 재난에 대처하는 훌륭하고 뛰어난 선진국 수준의 국민성은~~정말로 우리 한국사람들이 많이 배워야 할것 같습니다. 무작정 강하게 일본인에 대해 막 욕하고 비판해야만 뭔가 \'자신이 굉장한 애국심? 또는 반일 정열분자? 이다\' 고 착각,환상을 갖는 ~~세속말로 찌찔이^^ 같은 사람들이 많은데..좀 그런 건 삼가하고 ...정말 이렇게 일본인의 좋은점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적극 본받아 배워야 할듯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