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있다 --중앙일보 칼럼
2011.03.16 13:54 |
조회 10217
[박보균의 세상탐사] 일본은 있다
박보균
편집인
일본은 자극적이다. 일본의 자연 재난은 이질적이다. 쓰나미·지진·화산 폭발은 한국인에게 낯설다. 때문에 재해에 대응하는 일본인의 방식은 새롭고 강렬하게 다가온다.
거대한 재앙을 흡수, 극복하는 일본의 문화는 특별하다. 위기 대처에 무기력하지 않으면서 침착하다. 줄 서기와 순번 지키기에 착실하다. 주유소·수퍼마켓의 새치기·끼어들기도 없다. 상점 약탈도 찾기 힘들다. 개인의 이기적 돌출도 없으며 이웃을 생각한다. 생사의 다툼 앞에서 그 같은 집단적 질서 의식은 경이롭다.
국가적 슬픔의 무게는 엄청나다. 하지만 절망의 한복판에서 울부짖음이 없다. 흐느낌은 작고 슬픔을 삭인다. 일본 TV에서 유가족의 통곡을 찾을 수 없다. 시신(屍身)은 방영하지 않는다. 절규와 분통, 고함과 호들갑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충격적 인상을 남긴다.
일본 동부 대지진 직후다. 인천공항으로 일본에서 한국인들이 귀국했다. 어머니가 딸을 안고 안도의 큰 울음소리를 낸다. 한국의 TV 뉴스 장면이다. 그 어머니의 반응은 이해할 만하다. 우리 TV 카메라는 그런 모습을 찾아 찍기에 충실해 왔다. 하지만 그런 보도 행태의 격조는 형편없이 떨어진다. 그런 취재 관행은 어설프고 초라해졌다.
일본인의 침착과 질서는 배려 정신의 승리다.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일본인은 본능적으로 꺼린다. ‘메이와쿠(迷惑·미혹)가케루나(폐를 끼치지 마라)’ 교육 덕분이다. 탄식과 절규는 전염병처럼 전파된다. 동요와 무질서, 공포와 흥분을 야기한다. 때문에 슬픔을 삭이고 표출을 자제한다. 감정의 전염병을 이웃에게 옮기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 극단적 절제는 감탄을 일으킨다. 세계는 문화 충격을 받고 있다. 일본의 저력이다. 일본인은 그렇게 존재한다. 그것은 일본의 국격과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그 풍경은 우리 시민의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천재지변 탓에 비행기 출발이 늦어도 창구에 몰려가 항의하는 가벼움과 어이없음, 준법 대신 목소리 큰 사람이 행세하는 떼 법, 끼어들기 주행, 남 탓하기의 풍토를 부끄럽게 한다. 우리 부모 세대들은 그렇지 않았다. 자기 탓, 자기 책임부터 먼저 생각했고 염치를 지키려 했다. 그들은 한강의 기적과 국가적 풍모를 만든 세대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 남 탓하기와 떼 법의 억지와 선동의 싸구려 사회 풍토가 득세했다. 일본발 문화 충격은 그 저급함을 퇴출시키는 자극이 될 것이다.
일본은 역사적 자극제다. 일본의 성공은 한국을 분발시켰다. 소니, 도요타, 일본의 스포츠도 한국을 자극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야구의 성취는 분발과 경쟁의 산물이다. 일본은 한국과 함께 동아시아를 경영한다. 역사의 공동 연출자면서 주연이다. 그 역할의 비중이 한쪽으로 기울면 거센 파란이 인다. 전쟁이 나고 비극적 역사가 전개된다. 임진왜란과 한·일 강제병합이 그랬다. 독도 문제는 그 후유증이다. 진정한 평화는 국력이 비슷할 때 유지된다. 이제 한국은 커졌고 성숙해 있다. 우리 국민 사이에 ‘힘내라 일본(간바레 닛폰)’ 운동이 퍼지고 있다. 자발적 확산이다.
그 바탕에는 한류가 있다. 대중문화 개방은 김대중(DJ) 대통령 시절 때다. 그때 DJ는 이런 내용의 연설을 일본 의회에서 했다. “한·일 관계는 참으로 길고 깊다. 양국은 장구한 교류의 역사를 갖고 있다. 역사적으로 양국 관계가 불행한 것은 400여 년 전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7년간(임진왜란)과 금세기 초 식민지배 36년(한·일 강제병합)간이다.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 이상 걸친 교류와 협력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그 연설은 과감했다. 임진왜란과 병합을 빼면 ‘선린(善隣)의 1500년’이라는 인식은 신선했다. 한·일 관계를 어두움과 갈등에 맞추는 시선을 거부한 것이다. 그 대담한 접근을 확대해야 한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도 일본과의 친선은 긴요하다. 북한 급변 사태 때 주민 탈출의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다. 한국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교차점에 있다. 때문에 일본·중국 모두와 친해야 한다.
남을 돕는 우리 진심을 실감나게 전달해야 한다. 그것은 국가적, 국민적 투자다. 일본은 우리 동반자다. 양국 서로가 미래를 위한 자극이 돼야 한다. 재난을 극복하도록 격려해 주는 사이가 돼야 한다. 그것이 일본 대지진 이후 양국 친선의 롤 모델이다.
박보균 편집인
거대한 재앙을 흡수, 극복하는 일본의 문화는 특별하다. 위기 대처에 무기력하지 않으면서 침착하다. 줄 서기와 순번 지키기에 착실하다. 주유소·수퍼마켓의 새치기·끼어들기도 없다. 상점 약탈도 찾기 힘들다. 개인의 이기적 돌출도 없으며 이웃을 생각한다. 생사의 다툼 앞에서 그 같은 집단적 질서 의식은 경이롭다.
국가적 슬픔의 무게는 엄청나다. 하지만 절망의 한복판에서 울부짖음이 없다. 흐느낌은 작고 슬픔을 삭인다. 일본 TV에서 유가족의 통곡을 찾을 수 없다. 시신(屍身)은 방영하지 않는다. 절규와 분통, 고함과 호들갑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충격적 인상을 남긴다.
일본 동부 대지진 직후다. 인천공항으로 일본에서 한국인들이 귀국했다. 어머니가 딸을 안고 안도의 큰 울음소리를 낸다. 한국의 TV 뉴스 장면이다. 그 어머니의 반응은 이해할 만하다. 우리 TV 카메라는 그런 모습을 찾아 찍기에 충실해 왔다. 하지만 그런 보도 행태의 격조는 형편없이 떨어진다. 그런 취재 관행은 어설프고 초라해졌다.
일본인의 침착과 질서는 배려 정신의 승리다.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일본인은 본능적으로 꺼린다. ‘메이와쿠(迷惑·미혹)가케루나(폐를 끼치지 마라)’ 교육 덕분이다. 탄식과 절규는 전염병처럼 전파된다. 동요와 무질서, 공포와 흥분을 야기한다. 때문에 슬픔을 삭이고 표출을 자제한다. 감정의 전염병을 이웃에게 옮기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 극단적 절제는 감탄을 일으킨다. 세계는 문화 충격을 받고 있다. 일본의 저력이다. 일본인은 그렇게 존재한다. 그것은 일본의 국격과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그 풍경은 우리 시민의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천재지변 탓에 비행기 출발이 늦어도 창구에 몰려가 항의하는 가벼움과 어이없음, 준법 대신 목소리 큰 사람이 행세하는 떼 법, 끼어들기 주행, 남 탓하기의 풍토를 부끄럽게 한다. 우리 부모 세대들은 그렇지 않았다. 자기 탓, 자기 책임부터 먼저 생각했고 염치를 지키려 했다. 그들은 한강의 기적과 국가적 풍모를 만든 세대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 남 탓하기와 떼 법의 억지와 선동의 싸구려 사회 풍토가 득세했다. 일본발 문화 충격은 그 저급함을 퇴출시키는 자극이 될 것이다.
일본은 역사적 자극제다. 일본의 성공은 한국을 분발시켰다. 소니, 도요타, 일본의 스포츠도 한국을 자극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야구의 성취는 분발과 경쟁의 산물이다. 일본은 한국과 함께 동아시아를 경영한다. 역사의 공동 연출자면서 주연이다. 그 역할의 비중이 한쪽으로 기울면 거센 파란이 인다. 전쟁이 나고 비극적 역사가 전개된다. 임진왜란과 한·일 강제병합이 그랬다. 독도 문제는 그 후유증이다. 진정한 평화는 국력이 비슷할 때 유지된다. 이제 한국은 커졌고 성숙해 있다. 우리 국민 사이에 ‘힘내라 일본(간바레 닛폰)’ 운동이 퍼지고 있다. 자발적 확산이다.
그 바탕에는 한류가 있다. 대중문화 개방은 김대중(DJ) 대통령 시절 때다. 그때 DJ는 이런 내용의 연설을 일본 의회에서 했다. “한·일 관계는 참으로 길고 깊다. 양국은 장구한 교류의 역사를 갖고 있다. 역사적으로 양국 관계가 불행한 것은 400여 년 전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7년간(임진왜란)과 금세기 초 식민지배 36년(한·일 강제병합)간이다.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 이상 걸친 교류와 협력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그 연설은 과감했다. 임진왜란과 병합을 빼면 ‘선린(善隣)의 1500년’이라는 인식은 신선했다. 한·일 관계를 어두움과 갈등에 맞추는 시선을 거부한 것이다. 그 대담한 접근을 확대해야 한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도 일본과의 친선은 긴요하다. 북한 급변 사태 때 주민 탈출의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다. 한국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교차점에 있다. 때문에 일본·중국 모두와 친해야 한다.
남을 돕는 우리 진심을 실감나게 전달해야 한다. 그것은 국가적, 국민적 투자다. 일본은 우리 동반자다. 양국 서로가 미래를 위한 자극이 돼야 한다. 재난을 극복하도록 격려해 주는 사이가 돼야 한다. 그것이 일본 대지진 이후 양국 친선의 롤 모델이다.
박보균 편집인
전체 5,456건 (53/364페이지)
4676
만승(萬升) 김현길 국립교통대 명예교수의 향토문화 연구 편력
2024.04.30,
조회 8997
[역사공부방]
신상구
만승(萬升) 김현길 국립교통대 명예교수의 향토문화 연구 편력 만승(萬升) 김현길는 향토사학자로서 45...
4675
젊은이들에게 조국정신이 필요하다!
2024.04.29,
조회 8429
[역사공부방]
신상구
공유메일인쇄URL 복사글자크기 &nbs...
4674
베를린 유학시절 황진남 아인슈타인 처음 만나 조선의 아인슈타인 열풍에 불 지르다
2024.04.29,
조회 9769
[역사공부방]
신상구
베를린 유학시절 황진남 아인슈타인 처음 만나 조선의 아인슈타인 열풍에 불 지르다3 1922년 2월, 베를린 유학생 황진남이 독일 최고 학술 기구 프로이센 과학 아카데미에서 아인슈타인을...
4673
<특별기고> 매헌 윤봉길 의사 상해의거 92주년을 경축하며
2024.04.29,
조회 8450
[역사공부방]
신상구
<특별기고> 매헌 윤봉길 의사 상해의거 92주년을 경축하며 ...
4672
<특별기고>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생애와 업적과 탄신 479주년 기념행사
2024.04.28,
조회 9300
[역사공부방]
신상구
<특별기고>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생애와 업적과 탄신 479주년 기념행사 충청문화역사...
4671
일본어 제친 한국어 열풍, 베트남선 영어와 동급
2024.04.27,
조회 8220
[역사공부방]
신상구
일본어 제친 한국어 열풍, 베트남선 영어와 동급카르멜 멜로사 아르댜푸스타 학생이 19일 중앙일보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어 교재를 보여주는 학생의 모...
4670
기초과학연구원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노벨상 사관학교 구축
2024.04.25,
조회 9156
[역사공부방]
신상구
기초과학연구원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노벨상 사관학교 구축韓-獨 대표 연구소, 세계 최고 기초과학 연구 협력아시아 두 번째 '노벨상 사관학교' 센터...
4669
사라진 판소리 일곱 마당
2024.04.25,
조회 8810
[역사공부방]
신상구
사라진 판소리 7마당▲ 조선시대 판소리 명창으로 꼽히는 모흥갑이 판소리를 하고 있는 모습...
4668
이유립 선생 부인 신매녀 여사 별세
2024.04.24,
조회 9102
[역사공부방]
신상구
이유립 선생 부인 신매녀 여사 별세글씨키우기글씨줄이기메일보내기인쇄하기페이스북트위터구글카카오스토리 ...
4667
학전블루 소극장, 2024년 3월 15일 33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문닫아
2024.04.21,
조회 9120
[역사공부방]
신상구
학전블루 소극장, 2024년 3월 15일 33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문닫아[ 대학로 소극장 학전이 다음 달 15일 33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폐관한다. ...
4666
<특별기고> 제57회 과학의 날의 유래와 기념식 개최 현황
2024.04.21,
조회 9417
[역사공부방]
신상구
<특별기고> 제57회 과학의 날의 유래와 기념식 개최 현황 충청문화역...
4665
<특별기고> 4.19혁명 64주년을 경축하며
2024.04.19,
조회 8754
[역사공부방]
신상구
<특별기고> 4.19혁명 64주년을 경축하며 ...
4664
2024 기지시줄다리기 축제 성료
2024.04.17,
조회 8452
[역사공부방]
신상구
2024 기지시줄다리기 축제 성료
내년 유네스코 등재 10주년 기대감 높여
2024 기지시줄다리기 축제 현장. 사진=당진시
2024 기지시줄다리기 축제 현장. 사진=당진시
20...
4663
한암당 존페 위기 극복 요망
2024.04.16,
조회 8979
[역사공부방]
신상구
한암당 존페 위기 극복 요망&...
4662
한배달 신임 이시장 이종진 박사 초빙 뉴스
2024.04.16,
조회 9267
[역사공부방]
신상구
한배달을 이끌 새로운 이사장 이종진 박사를 초빙하면0북마크공유하기기능 더보기 전임 박정학 이사장님의 병환으...
















댓글 1
일본인들의 이런 재난에 대처하는 훌륭하고 뛰어난 선진국 수준의 국민성은~~정말로 우리 한국사람들이 많이 배워야 할것 같습니다. 무작정 강하게 일본인에 대해 막 욕하고 비판해야만 뭔가 \'자신이 굉장한 애국심? 또는 반일 정열분자? 이다\' 고 착각,환상을 갖는 ~~세속말로 찌찔이^^ 같은 사람들이 많은데..좀 그런 건 삼가하고 ...정말 이렇게 일본인의 좋은점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적극 본받아 배워야 할듯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