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박물관 수메르관 보고 충격
2011.08.02 15:35 |
조회 11394
한민족 뿌리 캐는 역사작가 변신
10년 만에 소설 ‘수메르’ 펴낸 윤정모 작가
“인류 최초의 문명 수메르는 고대 한국인이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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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hoto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
‘반미(反美)작가’ 윤정모씨가 약 10년간의 오랜 침묵을 깨고 세 권짜리 신작 ‘수메르’를 내놨다. 작풍도 미군 기지촌 여성, 일본군 종군위안부 등 현재 및 가까운 과거의 사회문제를 다루던 것에서 우리 민족의 뿌리를 짚어보는 것으로 확 바꿨다.
수메르 문명은 인류 처음으로 역사시대를 열었다고 알려져 있다. 설형(楔形·쐐기)문자를 발명했으며 도시국가를 건설하고 연방제를 실시했다. 민회와 장로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해 왕을 선출했다. 문학과 신학, 수학, 천문학, 12진법은 물론 처음으로 법전까지 만들었다. 도시 상하수도 시설이 완비돼 있었고 달력에 행성들의 움직임까지 기록했다.
윤정모씨의 소설 ‘수메르’의 바탕에는 한민족이 수메르 문명을 건설했다는 재야 사학계의 가설이 깔려 있다. 그가 수메르 문명을 다룬 책을 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02년부터 수메르 문명을 소재로 하는 소설 집필에 착수했고 2003년 11월 ‘오마이뉴스’에 소설 ‘수메리안’ 연재에 들어가, 2005년 7월에는 같은 제목으로 상하 두 권의 책으로 펴낸 바 있다. 그러니까 이번에 펴낸 세 권짜리 소설 ‘수메르’는 수메르 문명을 다룬 두 번째 작품인 셈이다.
대영박물관 수메르관 보고 충격
소설 ‘수메르’는 2005년 출간한 ‘수메리안’(전2권)을 한 권으로 줄인 제1권, 2007년 선보인 ‘길가메시’를 다듬은 제2권, 새로 집필한 제3권으로 이뤄진 3부작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 12월 27일 주간조선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뜻밖에 “예전에 ‘수메리안’을 사신 분들은 출판사(다산책방)에 연락하면 ‘수메르’ 세 권 중 제1권을 드리겠다”며 “출판사가 전액 부담하기로 했는데, 분량이 많으면 내가 절반 부담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예전 작품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뜻이다.
“2005년에 ‘수메리안’ 상하를 내고 나서 다시 읽어봤는데 자료집 같은 느낌밖에 안 들었어요. 죽고 싶었습니다. 일곱 달을 부끄럼병을 앓아 머리가 다 빠졌어요. 새로 쓰자고 마음을 고쳐먹고 2007년 가을부터 ‘수메르’를 쓰기 시작해서 올 10월 16일에 탈고했습니다.” 그가 근 10년 만에 작품을 내놨다고 표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소설은 머리카락이 검고, 순장(殉葬) 풍습을 가지고 있으며, 청회색 토기 문화를 이룬 수메르인들의 뿌리를 한민족에서 찾는다. 소를 신성시했던 수메르인들이 ‘소머리’라는 말을 차용해 지은 국호가 변형돼 ‘수메르’가 됐다는 유래도 전한다. “수메르의 지도자들은 동이족으로 불리던 우리 조상들입니다.”
그는 역사와는 아무 상관 없는 문예창작과 출신이다. 작풍도 기지촌 여성의 삶을 다룬 ‘고삐’, 일본군 종군위안부 출신 한국여성의 참혹한 삶을 그린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 등 여성작가 중 손꼽히게 사회비판적이었다. 참고로 ‘조센삐’는 한국인 종군위안부를 멸시하는 일본어 속어다. 이랬던 그가 세계사 시간에 잠깐 배웠던 수메르에 ‘삘’이 꽂힌 데는 특이한 사연이 있다.
그는 1984년 겨울 우연히 ‘수메르 역사’라는 책을 접한다. 역사학자 문정창씨가 쓴 책으로, 수메르 문명은 고대 동이족이 건설했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그는 이때는 그러려니 하고 무심코 넘겼으나 14년이 흐른 1998년 봄 대영박물관 수메르관(館)을 지나다가 전시된 두개골을 보고 목덜미가 서늘해지면서 예전에 읽었던 책 내용이 떠올랐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수메르어와 한국어는 동일한 교착어로 그 어근이 같다고 명백히 밝혔음에도 우리나라 제도권 학자들은 이것을 거론한 적이 없다.”
수메르·한국 닮은 점 많아
수메르 문명은 인류 처음으로 역사시대를 열었다고 알려져 있다. 설형(楔形·쐐기)문자를 발명했으며 도시국가를 건설하고 연방제를 실시했다. 민회와 장로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해 왕을 선출했다. 문학과 신학, 수학, 천문학, 12진법은 물론 처음으로 법전까지 만들었다. 도시 상하수도 시설이 완비돼 있었고 달력에 행성들의 움직임까지 기록했다.
윤정모씨의 소설 ‘수메르’의 바탕에는 한민족이 수메르 문명을 건설했다는 재야 사학계의 가설이 깔려 있다. 그가 수메르 문명을 다룬 책을 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02년부터 수메르 문명을 소재로 하는 소설 집필에 착수했고 2003년 11월 ‘오마이뉴스’에 소설 ‘수메리안’ 연재에 들어가, 2005년 7월에는 같은 제목으로 상하 두 권의 책으로 펴낸 바 있다. 그러니까 이번에 펴낸 세 권짜리 소설 ‘수메르’는 수메르 문명을 다룬 두 번째 작품인 셈이다.
대영박물관 수메르관 보고 충격
소설 ‘수메르’는 2005년 출간한 ‘수메리안’(전2권)을 한 권으로 줄인 제1권, 2007년 선보인 ‘길가메시’를 다듬은 제2권, 새로 집필한 제3권으로 이뤄진 3부작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 12월 27일 주간조선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뜻밖에 “예전에 ‘수메리안’을 사신 분들은 출판사(다산책방)에 연락하면 ‘수메르’ 세 권 중 제1권을 드리겠다”며 “출판사가 전액 부담하기로 했는데, 분량이 많으면 내가 절반 부담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예전 작품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뜻이다.
“2005년에 ‘수메리안’ 상하를 내고 나서 다시 읽어봤는데 자료집 같은 느낌밖에 안 들었어요. 죽고 싶었습니다. 일곱 달을 부끄럼병을 앓아 머리가 다 빠졌어요. 새로 쓰자고 마음을 고쳐먹고 2007년 가을부터 ‘수메르’를 쓰기 시작해서 올 10월 16일에 탈고했습니다.” 그가 근 10년 만에 작품을 내놨다고 표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소설은 머리카락이 검고, 순장(殉葬) 풍습을 가지고 있으며, 청회색 토기 문화를 이룬 수메르인들의 뿌리를 한민족에서 찾는다. 소를 신성시했던 수메르인들이 ‘소머리’라는 말을 차용해 지은 국호가 변형돼 ‘수메르’가 됐다는 유래도 전한다. “수메르의 지도자들은 동이족으로 불리던 우리 조상들입니다.”
그는 역사와는 아무 상관 없는 문예창작과 출신이다. 작풍도 기지촌 여성의 삶을 다룬 ‘고삐’, 일본군 종군위안부 출신 한국여성의 참혹한 삶을 그린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 등 여성작가 중 손꼽히게 사회비판적이었다. 참고로 ‘조센삐’는 한국인 종군위안부를 멸시하는 일본어 속어다. 이랬던 그가 세계사 시간에 잠깐 배웠던 수메르에 ‘삘’이 꽂힌 데는 특이한 사연이 있다.
그는 1984년 겨울 우연히 ‘수메르 역사’라는 책을 접한다. 역사학자 문정창씨가 쓴 책으로, 수메르 문명은 고대 동이족이 건설했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그는 이때는 그러려니 하고 무심코 넘겼으나 14년이 흐른 1998년 봄 대영박물관 수메르관(館)을 지나다가 전시된 두개골을 보고 목덜미가 서늘해지면서 예전에 읽었던 책 내용이 떠올랐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수메르어와 한국어는 동일한 교착어로 그 어근이 같다고 명백히 밝혔음에도 우리나라 제도권 학자들은 이것을 거론한 적이 없다.”
수메르·한국 닮은 점 많아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수메르가 한국과 닮은 점은 언어 외에도 많다. 검은 머리, 청회색 토기, 순장문화, 씨름, 설형문자와 팔괘 등.
그는 수메르를 소재로 하는 소설을 써야겠다고 결심하고 국내외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우선 국내 자료부터 공부했다. 그는 우리 고대사의 스케일이 생각보다 크다는 점에 놀랐는데, 특히 환단고기(桓檀古記)에 수메르가 언급돼 있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환단고기는 위서(僞書) 논란이 있지 않냐”고 묻자 그는 단호히 대답했다. “환단고기가 위서라면 수백 년 전에 쓰여진 책에 수메르를 뜻하는 ‘수밀이국(須密爾國)’이란 말이 왜 나옵니까? 그때는 수메르라는 문명이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그는 격앙된 표정을 짓고 “동이족 문명이 수메르에 있다고 대만학자 쉬량즈(徐亮之)까지 언급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안 믿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영어학자 우에노 가게토미(上野景福·1910~1996)는 수메르에서 사용한 설형문자는 태호 복희의 팔괘부호와 흡사하다고 했으며, 쉬량즈도 저서 ‘중국전사화(中國前史話)’에서 태음력은 동이족 영웅 태호(太昊)에서 비롯돼 소호(少昊)가 계승, 역정관(歷正官)을 두어 크게 발달시켰다고 했습니다.”
그는 “예전부터 규원사화(揆園史話), 태백일사(太白逸史) 같은 책의 내용도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우리 역사 공부를 했더니 굉장히 신났다”고 말했다.
국내 도서관은 물론, 터키 앙카라 대학과 아나돌루 히사르 박물관을 돌면서 유물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해외 자료는 주로 영문 자료를 참조했는데 런던에서 고미술학과 인류학을 전공한 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영미권에서 워낙 수메르를 연구한 사람들이 많아서 자료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주위의 반응이었다. “제 지인 중에는 아무도 수메르에 관심이 없더라고요. 뭐하러 골 아프게 그런 걸 하느냐는 핀잔만 받았습니다.”
삶의 바닥으로 떨어지다
가정 환경도 열악했다. 식당, 활어판매 등을 하던 남편의 사업이 IMF 외환위기 때 망하는 바람에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특히 2000년 겨울부터 1년간은 담뱃값도 없을 정도로 비참한 지경에 놓였다. 그는 스물한 살 때부터 담배를 피웠다. “사람이 공중분해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살한) 나혜석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신혼 때부터 뜻이 안 맞았던 아홉 살 연하의 남편과는 결국 이혼했다.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그를 구한 것은 수메르였다. 고난의 시기에 예술혼이 더 불타오른다는 말은 맞나보다. 그는 수메르에 혼신의 정열을 쏟아부었다. “얼마나 이 갈리게 썼던지 덕분에 치과에 오래 다녔어요.” 작가로서 그를 괴롭힌 것은 얼마나 쉽고 재미있게 쓰느냐는 것이었다. “수메르문명이 워낙 오래전 이야기고 지역적으로도 우리나라에서 엄청 멀리 떨어져 있잖아요. 이걸 어떻게 잘 버무려야 독자들이 공감할지 난감했어요. 다행히 우리 딸이 이해를 할 것 같다고 하더군요.”
현대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비판하던 작가가 아득한 상고시대의 수메르를 다루는 것은 얼핏 보면 생뚱맞아 보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민족문제에 관심이 있는 작가가 자기 역사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기 민족의 역사를 기록한 민족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는 그것을 정리한 것뿐이죠.”
덕분에 그는 국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수메르 전문가가 됐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지도가 머릿속에 들어있어 눈 감고도 외울 정도다. 앞으로도 수메르를 다룬 작품을 낼 거냐고 묻자 황급히 손사래를 친다. “수메르를 쓰느라 너무 고생을 해서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요. 기회가 되면 소호는 연구하고 싶어요.”
소호는 수메르 이전에 중국 산둥성에 있던 동이족의 나라 이름이다. “사견이지만 한민족이 이동하면서 사마르칸트에 소호 별읍을 조성했고 이것이 각 지역으로 퍼져나간 것 같아요. 뉴욕과 런던 등지에 소호(Soho)라는 이름이 남아 있는 것도 그 영향이라고 봅니다.”
다음 소설은 ‘고려장클럽’
그는 1946년생이니 60대 중반이다. 경기도 양주시에 사는 그는 “이제 내 나이 때 작품을 써야 한다”며 “다음 작품으로 사연 많은 동네 할머니 4명의 이야기를 산뜻하게 묘사한 ‘고려장클럽’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소설에 나오는 4명은 모두 실존 인물이다. 그는 굉장히 유명인사인데도 “제가 그냥 아줌마처럼 지내서 그런지 동네에서는 제가 소설가 윤정모와 동일인인지 모른다”며 “슈퍼 가서도 산에 가서도 노인정 가서도 동네사람을 쉽게 사귀는데 이들이 좋은 작품 소재가 된다”고 말했다. 스물한 살 때부터 소설을 써온 그가 굉장히 부지런한 작가인 것은 수메르에 몰두하기 이전인 1990년대까지만 해도 2년에 한 번꼴로 작품을 발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고삐 등 문제작이 많은데 모두 그가 직접 또는 간접 경험한 것들을 소재로 한 것이 특징이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듯싶다.
요즘 그의 최대 고민거리는 외동딸(윤솔지·33)의 결혼이다. 그는 40년간 피워온 담배도 2007년에 딸을 위해 단칼에 끊을 만큼 모성애가 강하다. “당시 우리 애가 영어학원을 운영했는데 엄마가 담배를 피면 우리 애가 학원 가서 담배냄새 날 것 아니냐는 생각에 바로 담배를 끊었습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런 말을 했다. “우리 딸은 한국에서도 알아주는 영어 전문가예요. 우리 딸이 똑똑하고 키도 크고 인물도 예쁘고 천하의 효녀인데 아직 시집을 안 갔어요. 누구 좋은 사람 없어요?” 웅대한 스케일의 역사 판타지소설 ‘수메르’로 보는 이를 압도하던 작가 윤정모도 알고 보면 과년한 딸을 결혼시키려고 고민하는 보통 엄마, 보통 할머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는 수메르를 소재로 하는 소설을 써야겠다고 결심하고 국내외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우선 국내 자료부터 공부했다. 그는 우리 고대사의 스케일이 생각보다 크다는 점에 놀랐는데, 특히 환단고기(桓檀古記)에 수메르가 언급돼 있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환단고기는 위서(僞書) 논란이 있지 않냐”고 묻자 그는 단호히 대답했다. “환단고기가 위서라면 수백 년 전에 쓰여진 책에 수메르를 뜻하는 ‘수밀이국(須密爾國)’이란 말이 왜 나옵니까? 그때는 수메르라는 문명이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그는 격앙된 표정을 짓고 “동이족 문명이 수메르에 있다고 대만학자 쉬량즈(徐亮之)까지 언급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안 믿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영어학자 우에노 가게토미(上野景福·1910~1996)는 수메르에서 사용한 설형문자는 태호 복희의 팔괘부호와 흡사하다고 했으며, 쉬량즈도 저서 ‘중국전사화(中國前史話)’에서 태음력은 동이족 영웅 태호(太昊)에서 비롯돼 소호(少昊)가 계승, 역정관(歷正官)을 두어 크게 발달시켰다고 했습니다.”
그는 “예전부터 규원사화(揆園史話), 태백일사(太白逸史) 같은 책의 내용도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우리 역사 공부를 했더니 굉장히 신났다”고 말했다.
국내 도서관은 물론, 터키 앙카라 대학과 아나돌루 히사르 박물관을 돌면서 유물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해외 자료는 주로 영문 자료를 참조했는데 런던에서 고미술학과 인류학을 전공한 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영미권에서 워낙 수메르를 연구한 사람들이 많아서 자료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주위의 반응이었다. “제 지인 중에는 아무도 수메르에 관심이 없더라고요. 뭐하러 골 아프게 그런 걸 하느냐는 핀잔만 받았습니다.”
삶의 바닥으로 떨어지다
가정 환경도 열악했다. 식당, 활어판매 등을 하던 남편의 사업이 IMF 외환위기 때 망하는 바람에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특히 2000년 겨울부터 1년간은 담뱃값도 없을 정도로 비참한 지경에 놓였다. 그는 스물한 살 때부터 담배를 피웠다. “사람이 공중분해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살한) 나혜석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신혼 때부터 뜻이 안 맞았던 아홉 살 연하의 남편과는 결국 이혼했다.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그를 구한 것은 수메르였다. 고난의 시기에 예술혼이 더 불타오른다는 말은 맞나보다. 그는 수메르에 혼신의 정열을 쏟아부었다. “얼마나 이 갈리게 썼던지 덕분에 치과에 오래 다녔어요.” 작가로서 그를 괴롭힌 것은 얼마나 쉽고 재미있게 쓰느냐는 것이었다. “수메르문명이 워낙 오래전 이야기고 지역적으로도 우리나라에서 엄청 멀리 떨어져 있잖아요. 이걸 어떻게 잘 버무려야 독자들이 공감할지 난감했어요. 다행히 우리 딸이 이해를 할 것 같다고 하더군요.”
현대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비판하던 작가가 아득한 상고시대의 수메르를 다루는 것은 얼핏 보면 생뚱맞아 보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민족문제에 관심이 있는 작가가 자기 역사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기 민족의 역사를 기록한 민족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는 그것을 정리한 것뿐이죠.”
덕분에 그는 국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수메르 전문가가 됐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지도가 머릿속에 들어있어 눈 감고도 외울 정도다. 앞으로도 수메르를 다룬 작품을 낼 거냐고 묻자 황급히 손사래를 친다. “수메르를 쓰느라 너무 고생을 해서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요. 기회가 되면 소호는 연구하고 싶어요.”
소호는 수메르 이전에 중국 산둥성에 있던 동이족의 나라 이름이다. “사견이지만 한민족이 이동하면서 사마르칸트에 소호 별읍을 조성했고 이것이 각 지역으로 퍼져나간 것 같아요. 뉴욕과 런던 등지에 소호(Soho)라는 이름이 남아 있는 것도 그 영향이라고 봅니다.”
다음 소설은 ‘고려장클럽’
그는 1946년생이니 60대 중반이다. 경기도 양주시에 사는 그는 “이제 내 나이 때 작품을 써야 한다”며 “다음 작품으로 사연 많은 동네 할머니 4명의 이야기를 산뜻하게 묘사한 ‘고려장클럽’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소설에 나오는 4명은 모두 실존 인물이다. 그는 굉장히 유명인사인데도 “제가 그냥 아줌마처럼 지내서 그런지 동네에서는 제가 소설가 윤정모와 동일인인지 모른다”며 “슈퍼 가서도 산에 가서도 노인정 가서도 동네사람을 쉽게 사귀는데 이들이 좋은 작품 소재가 된다”고 말했다. 스물한 살 때부터 소설을 써온 그가 굉장히 부지런한 작가인 것은 수메르에 몰두하기 이전인 1990년대까지만 해도 2년에 한 번꼴로 작품을 발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고삐 등 문제작이 많은데 모두 그가 직접 또는 간접 경험한 것들을 소재로 한 것이 특징이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듯싶다.
요즘 그의 최대 고민거리는 외동딸(윤솔지·33)의 결혼이다. 그는 40년간 피워온 담배도 2007년에 딸을 위해 단칼에 끊을 만큼 모성애가 강하다. “당시 우리 애가 영어학원을 운영했는데 엄마가 담배를 피면 우리 애가 학원 가서 담배냄새 날 것 아니냐는 생각에 바로 담배를 끊었습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런 말을 했다. “우리 딸은 한국에서도 알아주는 영어 전문가예요. 우리 딸이 똑똑하고 키도 크고 인물도 예쁘고 천하의 효녀인데 아직 시집을 안 갔어요. 누구 좋은 사람 없어요?” 웅대한 스케일의 역사 판타지소설 ‘수메르’로 보는 이를 압도하던 작가 윤정모도 알고 보면 과년한 딸을 결혼시키려고 고민하는 보통 엄마, 보통 할머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작년에 제가 운영하는카페에 올린 내용인데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서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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