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자 "북벌" 소설-드라마 인기소재로
2011.08.07 07:09 |
조회 13498
다시 보자 ‘북벌’
“우리나라 정예 군사와 강한 화살에 화포와 조총까지 곁들이면 진격하기에 충분하다. 병사 1만 대(隊)를 뽑아 북경으로 간 후, 바다 건너 대만과 함께 청나라를 공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이덕일·역사서 ‘윤휴와 침묵의 제국’)
최근 발간된 역사소설 ‘북벌’의 주인공 윤헌은 나선정벌(羅禪征伐)을 승리로 이끈 신유 장군(1619∼1680)과 함께 전쟁에 참여해 청병(淸兵)의 실태와 조선 군대의 실전 능력을 파악한 뒤 북벌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나선정벌은 효종 때 조선 군이 청나라 군과 함께 중국 연해주 헤이룽(黑龍) 강 일대에서 러시아 군을 정벌한 역사적 사건. 역사서 ‘윤휴와 침묵의 제국’도 숙종 때 구체적인 북벌 안이 담긴 상소를 올린 조선시대 유학자 윤휴(1617∼1680)를 조명한다.
SBS 인기드라마 ‘무사 백동수’에서도 북벌의 꿈을 지니고 무인대국을 꿈꾸는 사도세자 세력과 이를 저지하려는 노론이 효종 때 만들어진 병법서 ‘북벌지계’를 둘러싸고 혈투를 벌인다. 최근 발행된 역사소설 ‘남이’는 효종의 북벌정책은 아니지만 조선 세조 때 고구려 옛 도읍지인 올라산성을 점령함으로써 실제 북벌을 감행한 남이 장군(1441∼1468)의 일대기를 다룬다.
최근 북벌을 소재로 한 소설과 역사서, 드라마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북벌정책은 조선 효종과 숙종 초 청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수립됐지만 실현되지는 못했다. 지금까지 대체로 ‘조선 내부 통치를 위한 명분론’으로 여겨져 온 북벌이 왜 갑자기 관심을 끄는 것일까.
소설가 오세영 씨는 “북벌의 키워드는 강력한 ‘무(武)’를 기반으로 한 자립”이라고 강조했다. 거세지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독도 영토 주장 등을 겪으면서 ‘힘을 갖춘 자립’에 대한 열망이 강해지기 시작했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북벌을 긍정적으로 다룬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인기를 얻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는 “당대의 북벌론은 관념적이고 내치적인 성격이 강했지만 지금의 북벌론은 역사적 사실과 별개의 문제다. 강한 나라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열망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는 “남북 간 긴장 상태가 심해진 것도 북벌 붐의 한 요인”이라며 “남북 평화 공존 시대엔 북벌보다 (청나라의 앞선 문물을 배우려 한) 북학이 많이 다뤄졌다”고 덧붙였다.
이덕일 씨는 북벌을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벌론을 무모한 치기로 보는 것은 북벌의 명분을 중시하면서도 막상 그 실행은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한 조선시대 서인, 즉 노론의 입장이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 후 주류 역사관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 북벌을 꿈꾼 북벌론자를 긍정하는 것은 새롭지만 진실에 가까운 시각이며 민족적 자긍심도 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책이나 드라마 등에서 북벌과 같은 남성적이며 역사적인 이슈가 늘어난 건 이 같은 소재를 좋아하는 40, 50대 남성 독자와 시청자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기사입력 2011-08-04 03:00:00 기사수정 2011-08-04 09:16:53
■ 소설-드라마 인기 소재로
“윤헌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저 따위 오합지졸이라면 병자년의 수모를 갚는 게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았다. 북벌(北伐)은 주상(효종)의 꿈이다.”(오세영·소설 ‘북벌’)“우리나라 정예 군사와 강한 화살에 화포와 조총까지 곁들이면 진격하기에 충분하다. 병사 1만 대(隊)를 뽑아 북경으로 간 후, 바다 건너 대만과 함께 청나라를 공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이덕일·역사서 ‘윤휴와 침묵의 제국’)
최근 발간된 역사소설 ‘북벌’의 주인공 윤헌은 나선정벌(羅禪征伐)을 승리로 이끈 신유 장군(1619∼1680)과 함께 전쟁에 참여해 청병(淸兵)의 실태와 조선 군대의 실전 능력을 파악한 뒤 북벌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나선정벌은 효종 때 조선 군이 청나라 군과 함께 중국 연해주 헤이룽(黑龍) 강 일대에서 러시아 군을 정벌한 역사적 사건. 역사서 ‘윤휴와 침묵의 제국’도 숙종 때 구체적인 북벌 안이 담긴 상소를 올린 조선시대 유학자 윤휴(1617∼1680)를 조명한다.
SBS 인기드라마 ‘무사 백동수’에서도 북벌의 꿈을 지니고 무인대국을 꿈꾸는 사도세자 세력과 이를 저지하려는 노론이 효종 때 만들어진 병법서 ‘북벌지계’를 둘러싸고 혈투를 벌인다. 최근 발행된 역사소설 ‘남이’는 효종의 북벌정책은 아니지만 조선 세조 때 고구려 옛 도읍지인 올라산성을 점령함으로써 실제 북벌을 감행한 남이 장군(1441∼1468)의 일대기를 다룬다.
2차 정벌을 이끈 신유 장군이 남긴 출병일지 북정록(北征錄).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소설가 오세영 씨는 “북벌의 키워드는 강력한 ‘무(武)’를 기반으로 한 자립”이라고 강조했다. 거세지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독도 영토 주장 등을 겪으면서 ‘힘을 갖춘 자립’에 대한 열망이 강해지기 시작했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북벌을 긍정적으로 다룬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인기를 얻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선정벌은 효종 때 조선 군대가 청나라군대와 함께 1, 2차에 걸쳐 중국 연해주 헤이룽 강 일대에서 러시아 세력을 정벌한 사건이다.
이덕일 씨는 북벌을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벌론을 무모한 치기로 보는 것은 북벌의 명분을 중시하면서도 막상 그 실행은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한 조선시대 서인, 즉 노론의 입장이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 후 주류 역사관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 북벌을 꿈꾼 북벌론자를 긍정하는 것은 새롭지만 진실에 가까운 시각이며 민족적 자긍심도 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책이나 드라마 등에서 북벌과 같은 남성적이며 역사적인 이슈가 늘어난 건 이 같은 소재를 좋아하는 40, 50대 남성 독자와 시청자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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