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송구봉 / 시대가 저버린 높은 학문
2011.09.23 02:14 |
조회 10677
| 역동의당진역사20장면]⑩구봉 송익필 | ||
| 한 많은 삶 역사에 묻혀 시대가 저버린 높은 학문 | ||
구봉의 약전은 이렇다. 1534년 본관이 여산(礪山)인 송사련과 연일정씨의 4남1녀 중 3남으로 출생한다. 소과초시에 아우 한필과 함께 합격한다(25세). 조정 일부에서 비첩의 자손에게 과거허용을 문제 삼자 대과를 포기한다(26세). 사계 김장생을 제자로 받아들인다(27세). 파주의 구봉산 근처다. 구봉이란 호는 여기에 연유한다. 노비신분이 돼 도망 신세가 되고(53세) 체포되고(56세) 풀려난다(57세). 다시 피신해 자수한 후(58세) 희천으로 유배되고(59세) 풀려난다(60세). 현재 당진군 송산면 매곡리 김진려의 농막에 거처를 정한(63세) 후 사망한다(66세). 이런 정도라면 구봉 선양사업회 발족이 의아하다. 그러나 한 껍질 벗겨내고 구봉에 한 발 다가가면 사정이 조금 달라진다. 20세 전후해서 우계 성혼, 율곡 이이 등과 친교를 맺는다. 이들과는 친교정도가 아니라 학문과 예학, 경세(經世)를 논하며 마음을 주고받는다. 송강 정철과도 마찬가지다. 20대에 당대 8문장으로 칭송받는다. 구봉의 제자는 사계 김장생, 사계의 아들 신독재 김집 등이 있다. 우암 송시열은 사계의 제자다. 토정 이지함은 “나의 벗 우계, 율곡, 구봉은 학문이 높고 밝으며 행실이 세상의 모범이 된다”고 했다. 역사에 자주 이름이 거명되는 당대의 유명인들이 구봉의 학문을 칭송하고 있다. 이런 구봉이 왜 역사에 묻혔을까. 약전에서 보듯 비첩(婢妾)의 후손이란 점 때문이다. 구봉의 할머니 감정(甘丁)은 좌의정을 지낸 안당의 부 안돈후와 비첩인 중금 사이에 난 천인이었다. 즉 안씨 집안의 사노비였던 것이다. 할아버지 송인이 감정과 혼인으로 아버지 송사련을 낳았다. 그러나 더 큰 원인은 아버지가 저지른 거짓 고변으로 맺어진 안씨 집안과의 원한 관계 때문이었다. 송사련은 거짓 고변으로 정3품 당상관으로서 ‘부귀영화’를 누렸다. 그러나 원한은 구봉 대에 터져 나왔고 송사 끝에 결국 구봉과 그 일가 70여명은 노비란 나락으로 떨어져 도망자의 신세가 된다. 돌파구는 있었다. 이산해가 구봉에게 죽은 율곡을 부정하라는 권유였다. 율곡 사후 서인에서 동인으로 변절한 정여립과 이순인처럼 되라는 것이었다. 물론 구봉은 거절했다. 중봉 조헌이 나섰다. 중봉은 스승인 토정으로부터 구봉과 사우(師友)하면 성현의 경지에 이른다는 권고를 받아들인다. 중봉은 구봉을 하늘처럼 받든 친구이자 제자다. 중봉은 “이 상소가 틀리다면 이 도끼로 내목을 쳐라”라는 지부상소(持斧上疏)로 유명하다. 율곡의 학문을 잇겠다는 의미에서 옥천에 후율당(後栗堂)을 세우고 제자를 가르치기도 했다. 중봉(重峯)이란 호도 구봉의 높은 뜻을 잇겠다는 의미에서 가장 늦게 쓴 호다. 영규대사와 함께 금산칠백의총의 주인공이다. 중봉이 세 차례에 걸쳐 구봉의 학덕을 기리고 구봉이 붕당의 폐해로 억울한 죄명을 받았다고 호소하며, 풀어주고 장수로 맡기라고 상소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조 때 김장생·서성·정엽·유순익·심종직 등 즉 구봉의 제자들이 구봉은 문장과 학식이 세상에 보기 드물다, 율곡과 우계도 존경하는 벗이었다, 붕당정치로 법률이 잘못 집행됐다, 아비가 지은 죄를 자식에게 적용시키는 것을 옳지 않다는 내용으로 상소했다. 인조는 인정하지만 선대(선조)의 일을 가볍게 논의해서는 안된다며 불허됐다. 1750년 돼서야 충청감사 홍계희의 상소로 1752년 사헌부 지평이란 관직을 얻어 명예를 회복한다. 1910년에는 ‘학문과 지조가 백세에 모범이 된다’며 정2품 자헌대부 규장각제학에 특증되고 문경(文敬)이란 시호를 받는다. 사후 311년만에 신원과 포증은 마무리됐다. 구봉의 일생도 파란만장했을 뿐만 아니라 신원과정도 그러했다. 구봉은 시 500여수를 남겼다. 매월당 김시습, 추강 남효온과 시의 산림 3걸로 일컬어질 정도다. 망월(望月)을 보자. “未圓常恨就圓遲(미원상한취원지)/ 圓後如何易就虧(원후여하이취휴)/ 三十夜中圓一夜(삼십야중원일야)/ 百年心思摠如斯(백년심사총여사)” 서툰 솜씨로 풀어보면 이렇다. “둥글기 전에는 언제나 더디 둥글어짐을 한스러워했네/ 둥글어지면 어찌 그리 쉬 이글어지나/ 서른 밤중에 둥근 날은 하루뿐이니/ 인생 백년 심사 모두 이와 같다네” 정도 될 듯하다. 얻지 못함을 한탄하다 얻은 후에는 얻음도 잠깐임을 깨닫거나 정상에 오르려고 바동거리다 올라보면 금방 내리막길을 걷는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노래한 시로 해석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구봉이 자신의 일생을 간단히 정리한 시로 여겨진다. 그러나 홍산(鴻山)이란 시는 시대의 한계와 자신의 업보를 받아들인듯하나 여운을 남긴다. “기러기 품은 뜻 하늘 능가할만하나/ 장차 꽁꽁 묶여 던져 지겠구나/ 새장 열릴 날 반드시 있으리니/ 단숨에 바다와 산에 바람 일으키리라” 구봉의 높은 뜻은 결국 서얼제도라는 한계를 넘지 못하고 좌절됐다. 그러나 새장이 열리는 날, 상황은 달라질, 아니 다르게 할 것이란 염원이자 다짐이기도 하다. 구봉은 왜 당진에 오게 됐을까. 구봉은 토정과 함께 임진왜란 발발을 10여 년 전에 예언했다는, 홍주목 신평현에 살고 있는 김복선을 방문한 인연으로 전해지고 있다. 구봉이 거처를 정한 지금의 송산면 매곡리에는 숨은골(隱谷)이란 마을이 있다. 구봉이 숨어 지냈다 해서 ‘숨은골’이 ‘수머골’ ‘수미골’로 변했다. 구봉이 이처럼 지내자 우계는 편지를 보내 김진려는 어질고 착하며 수학하고자 찾는 이도 많다고 하니 만년에 그를 만난 것은 다행이라는 말로 위로했다고 한다. 성리학(도학·예학) 테두리 안에서 구봉은 일가를 이뤘다. 그러나 세상은 구봉을 성리학이란 좁은 틀에 가두어 두지 않는다. 토정의 수제자 고청 서기는 제자들에게 “제갈공명의 실상을 알려거든 구봉을 보면 된다. 그러나 구봉이 제갈공명을 닮은 것이 아니라 제갈공명이 구봉을 닮았다”고 할 정도다. 중봉이 상소에서 “구봉은 장수의 재목”이라는 주장도 같은 맥이다. 선조 때 구봉에 얽힌 일화를 보자. 율곡이 구봉을 인재로 자주 천거하자, 선조가 만나보게 된다. 불려온 구봉이 눈을 감은 채 말을 하자 선조가 이유를 물었다. 구봉은 눈을 뜨면 주상이 놀랄까 염려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도 눈을 뜨라고 다그치자 눈을 떴고, 선조는 안광에서 쏟아지는 강렬한 기운에 놀라 용상에서 떨어졌고, 구봉을 다시 보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또 있다. 구봉이 이순신에게 거북선 제조법을 가르쳐 주었다는 이야기, 김덕령을 훌륭한 장수로 키웠다는 이야기, 이여송에게 다른 뜻을 품지 못하게 타일렀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유학과는 사뭇 다른 면이다. 구봉을 가린 껍질을 또 한 꺼풀 벗기면 지금도 그렇다. 유학 쪽에서는 나름대로 도학·예학의 최고봉으로 친다. 그러나 종교계와 단학계 등 수련단체의 구봉에 대한 평가는 유학과는 다른 면이 많다. 우리 민족이 현생인류의 종주국이라고 주장하는 증산도의 경전인 ‘도전(道典)’ 신도와 조화정부편에는 구봉의 능력을 다음처럼 그리고 있다. “‘지난 임진왜란에 정란(靖亂)의 책임을 ‘최풍헌(崔風憲)이 맡았으면 사흘 일에 지나지 못하고 진묵(震默)이 맡았으면 석 달을 넘기지 않고 송구봉이 맡았으면 여덟 달 만에 끌렀으리라.’ 하니 이는 선도와 불도와 유도의 법술(法術)이 서로 다름을 이름이라.” 단학계는 구봉을 ‘조선 5백년 유교역사상 최고의 도인’이라고 평한다. 야사는 구봉의 모습을 제갈공명을 뛰어넘는 이적과 선술의 소유자로서 국난을 걱정하고 대비했던 인물로 그리고 있다. 계룡산 일대에 전해지는 계룡구선(鷄龍九仙)도 그렇다. 계룡구선은 구봉 송익필·율곡 이이·우계 성혼·남명 조식·토정 이지함·고청 서기·중봉 조헌·제봉 고경명·기허당 영규 등이다. 계룡구선은 생전에 계룡산 수정봉에서 만나 7월 칠석 전후로 사흘간 선계인들과 함께 놀았다는 것이다. 또 수정봉에서 수련, 성도하고 국조단군(國祖檀君)이래 전해지는 국선풍류(國仙風流)의 도맥을 중흥시킨 장본인이라 것이다. 근래 들어 구봉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진행되고 구봉을 기리는 단체도 결성했다. 그러나 구봉에 대한 유교적 연구 외에는 소홀히 취급되는 아쉬움이 있다. 더구나 유학에서 최고봉이라고 말하면서도 국가적 대접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구봉의 진면목은 무엇인지 여전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지 않다. 글·사진=오융진 기자 yudang@daejonilbo.com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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