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인문주의 (네오 휴머니즘)'시대,틀과 판이 바뀐다.

2012.01.04 06:26 | 조회 10434

월요아침]‘새 인문주의(네오 휴머니즘)’ 시대, 틀과 판이 바뀐다.
새전북신문
[0호] 2012년 01월 01일 (일) 17:02:37 김도종 원광대 철학과 교수 APSUN@sjbnews.com

역사를 보면 "틀과 판"이 바뀌는 시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에 틀과 판이 바뀐다는 사상운동을 전개한 사람들이 있다. 정역(正易)사상, 후천개벽사상이 그것이다. 유럽에서는 이보다 훨씬 앞선 14세기 후반에 르네상스 운동을 일으켜서 틀과 판을 바꾸었다. 유럽의 르네상스 운동은 신을 중심으로 한 사고방식에서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사고방식으로 바꾸는 인문주의 운동이었다. 크리스트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질서를 사람들의 현실적 삶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질서로 바꾸는 운동이었다. 과거 유럽의 르네상스 시기에 생각의 틀이 바꿔진 것은 과학의 발달과도 관계가 있다. 땅은 고정되어 있고 하늘은 움직인다는 천동설에서 지구는 둥글고 움직인다는 지동설로 바꿔졌고, 신의 의지로 우주를 창조했다는 목적론적 세계관으로 부터 자연 그 자체의 인과법칙에 따라 움직인다는 인과론적 세계관으로 바꿔졌다. 정치, 경제의 판은 스페인, 포루투칼, 이탈리아 등의 남부 유럽으로 부터 영국, 프랑스 등 북부 유럽이 주도하는 판으로 옮겨 갔다.

그러나 르네상스 이후 오랜 시간동안 사람을 중심에 놓는 학문, 정치, 경제, 사회를 만들어 왔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개인의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명목상으로만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개인과 가족의 행복을 성취하려고 한다. 그리하여 개인과 공동체, 개인과 개인의 소통이 가능한 적절한 규모의 사회 단위를 추구한다. 그것이 지역 공동체요, 지역 자치다. 거대한 중앙집권적인 국가의 틀에서의 개인은 투표 한 번 하고 나면 아무런 의사표현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대부분의 시민은 여전히 따돌려진 상태로 머물렀다. 그리하여 개인이 수시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작은 공동체, 즉 지역자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영어로 ‘국제’를 뜻하는 ‘인터내셔널(inter-national)'이란 말도 ’인터 커뮤니티(inter-community)'라는 표현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사회가 중앙정부를 통하지 않고 다른 지역공동체들과 교류하는 국제관계의 틀이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관점에서 보면 중앙정부만 바라보고 있는 우리나라 지방정부, 지방 주민들의 모습은 후진적인 것이다.

수백 광년 떨어진 곳에서 또 다른 태양을 발견하고 지구와 닮은 도 다른 행성도 찾아내고 있다. 탄소섬유와 같은 새로운 소재, 새로운 에너지를 찾아내고 다품종 소량생산의 방식으로 생산양식도 달라지고 있다. 개개인의 소비취향에 맞는 맞춤형 생산이 가능해진 시대다. 화석연료와 원자력으로 부터 자연을 이용하는 신재생에너지로의 큰 변화도 시작되고 있다. 사회적 의사소통의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대중매체가 아니라 개인매체의 시대가 되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소통방식의 혁명이다. 사람들은 의식주(衣食住)의 물질적 욕구와 함께 진선미(眞善美)의 정신적 욕구를 추구하게 되었다. 공개된 정보와 지식, 개인의 감성적 균형을 만들어 주는 미학적 소비와 생산, 윤리와 도덕의 기본이 갖추어진 모든 사회질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산업지본주의와 금융자본주의 시대를 지나 문화자본주의 시대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아메리카 중심의 국제 질서는 동아시아 중심의 국제 질서로 재편되고 있다. 군사력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상생과 관용의 힘으로 공존하는 국제질서가 등장하는 것이다.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군사력이 아니라 공개된 지식과 균형 잡힌 감성, 정직함과 상생을 이끌어내는 문화의 힘이 세계를 주도하는 세기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새 인문주의’ 시대가 열렸다고 하는 것이다. 틀과 판이 바뀌는 커다란 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오고 있다. 임진년! 흑룡의 해다. 아직 까지 이무기의 상태로 움츠리고 있는 우리나라가 문화의 힘으로 용이 되어 선진 대한민국으로 솟아오를 것을 믿는다.

/김도종 원광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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