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갈등 관리하는 통합의 리더십
2013.10.09 13: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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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갈등 관리하는 통합의 리더십/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서울신문 2013-10-05 02:07
[서울신문]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학문 간 융합연구에는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사람과 진보적인 사람의 뇌 구조는 다른가를 탐구하는 분야가 있다. 연구 결과는 대체로 보수의 뇌와 진보의 뇌는 다르다는 것이다. 뇌 특정부위의 발달 정도가 달랐고, 같은 이슈를 접했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가 달랐다. 보수와 진보의 뇌가 다른 게 타고난 것인지 아니면 성장과정에서 사회적으로 형성된 것인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뇌 구조부터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여전히 치열한 이념 대립에 시달리는 우리 사회에 주는 교훈은 명확한 것 같다. 보수와 진보의 ‘다름’을 먼저 인정하고 이렇게 서로 다른 이념을 관리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이다.
본디 보수든 진보든 이념이 지향하는 가치는 아름다운 것이다. 보수가 추구하는 안정과 점진적 변화, 자유, 시장 중시, 작은 정부, 규율과 절제, 가족가치 등과 진보가 추구하는 평등과 사회 개혁, 정의, 분배 중시, 정부의 역할, 개성의 표출 등은 모두 다른 차원의 것이지만 살 만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동일한 지향점을 두고 있다. 사실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가치들은 배타적이고 대립적이기보다는 중첩되기도 하고 보완적인 성격도 가지고 있다. 보수와 진보는 서로 다르지만, 똑같이 아름다운 가치들을 놓고 서로 ‘다름’을 관리하면서 선의의 경쟁 속에 보다 품격 있고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이념적 가치가 추해지는 것은 사람들이 이념을 놓고 갈라지고 싸우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명패를 걸고 배타적 집단화하고 집단의 명운을 건 정치적 싸움이 시작되면, 이념적 가치들은 추구되는 것이 아니라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고 만다. 그때 사람들은 이념의 가치를 추구하는 주인이 아니라 이념의 노예 또는 희생자가 되고 만다. 거의 모든 문제가 이념적 갈등과 대립, 싸움으로 귀결되는 우리 사회는 극심한 이념 정쟁 속에 이념 가치의 실종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일제 식민지와 한국전쟁, 독재를 경험하고 분단 상황에 놓여 있는 한국 사회의 이념은 북한과 미국,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태도에서 극명하게 갈린다. 개인, 가족, 자유, 평등 등 다양한 사회적 이념 가치가 발달한 서양 선진국들과 확실히 다른 점이다. 한국 사회는 북한-미국-박정희에 대한 태도를 중심으로 정당, 언론, 시민사회가 좌파와 우파 진영으로 분열돼 모든 사회문제를 분파적 진영논리로만 풀어내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보수든 진보든 아름다운 이념적 가치를 돌보고 꽃피울 기회를 거듭 상실하고 있다.
최근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 채택 논란은 좌파와 우파의 싸움만 난무할 뿐 그 속에서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지, 그것을 비판하는 진보의 가치는 또 무엇인지 성찰할 여지는 거의 없다. 이승만-박정희 대통령 지지파와 반대파의 정쟁만 있을 뿐이다. 박근혜 정부의 기초노령연금 문제는 누가 보수고 누가 진보인지 이념적 가치의 혼동을 일으키는 가운데 서로 진영 간 공방에만 몰두하고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설과 사퇴외압설은 검찰의 독립에 관한 민주주의의 가치, 가족 중시, 사생활 보호 등 이념적 가치들을 돌아볼 여지가 거의 없이 보수와 진보 진영의 세력 다툼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념적 갈등과 대립의 자제와 중단을 호소하는 것은 헛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이념적 갈등과 대립은 이미 역사적 연원을 가진 것이어서 단기적인 캠페인이 아니라 정치적·사회적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 다스릴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정파적·이념적 초월이 가능한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박정희 대통령의 딸,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은 고질적인 이념갈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개인적 정치 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는 태생적 보수집단의 일원인 박 대통령이 진보집단과도 가치를 공유하는 통합의 정치를 구현하는 것이고, 둘째는 사회적 약자의 인권, 가족 가치, 불량 식품 등 사회적 이념 가치를 확대하는 정치를 실천하는 것이다. 이는 최근 위기에 처한 대통령의 내치(內治) 리더십의 근본적인 타개책도 될 것이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31005026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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