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중 김충현’ 탄생 100주년 기념 서울 백악미술관서 특별전 개최
2021.06.09 18:43 |
조회 12106
일중 김충현’ 탄생 100주년 기념 서울 백악미술관서 특별전 개최
일중 김충현이 1938년 동아일보 주최 전조선남녀학생작품전에서 특상을 수상한 ‘수신제가치국평천하’ 한글 서예작품의 일부(오른쪽 사진). 그는 작품 ‘용비어천가’(왼쪽 사진)에서 보듯 한글과 한문을 함께 써야 국문학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백악미술관 제공 |
독립기념관 한글현판, 삼성그룹 로고,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백범 김구의 비문.
근대 서예 대가 일중(一中) 김충현(1921∼2006)이 남긴 서예 작품들이다. 일중은 일제에 맞서 한글서예의 명맥을 이어가는 걸 자신의 사명으로 삼았다. 그의 글씨는 유관순 윤봉길 기념비, 수정아파트 등 700여 개 비문과 동상 등에 남아 있다. 서예에 조예가 깊었던 이승만 대통령은 한강대교 한글 현판 등 국가 주요 건조물에 그의 글씨를 사용하도록 지시했다. 손 글씨보다 컴퓨터 활자가 훨씬 익숙한 시대이지만 우리 일상 곳곳에 일중이 남긴 서예의 흔적이 살아 숨쉬고 있다.
일중선생기념사업회는 8일부터 서울 종로구 백악미술관에서 일중 탄생 100주년 특별전 ‘一中, 시대의 중심에서’를 연다. 일중이 서예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1938년도부터 광복 후 자신만의 독자 서체를 만들어내고 동시대 예술가들과 교류하기까지의 작품 150여 점을 선보인다.
일중은 서예에 눈을 뜬 청소년 시절부터 국한문을 가리지 않고 서예를 익혔다. 17세이던 1938년 그는 동아일보 주최 전조선남녀학생작품전에서 대학에 나오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문구를 한글로 써 특상을 받았다. 같은 공모전에 한문 해서(楷書)체로 쓴 작품도 출품했다. 국한문 서예에 대한 관심은 말년까지 이어져 여러 작품들에 한글과 한문이 섞여 있다.
광복 전 그가 집중적으로 연구한 건 궁체(宮體)였다. 궁체는 한글이 지니고 있는 붓글씨로서의 멋과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글씨체다. 그는 궁체를 한글서예의 근간으로 여겼다. 궁체를 통해 민족의식을 이어가고자 궁체 서법을 정리한 서예 교본을 여럿 편찬했다. 1970년대 한글 고유 글꼴을 찾던 디자인계의 대부 최정호(1916∼1988)는 일중에게 자문해 독특한 궁체를 개발했다.
그는 광복 후 한국적 서체에 더욱 매달렸다. 일제에 의해 억압된 고유문화가 회복되고 독립지사들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 제작이 활발히 이뤄지던 시절이었다. 그는 당시 한글 고체(古體)를 창안한다. ‘용비어천가’ ‘훈민정음’ 등 판본체(초기 인쇄체)에 전서, 예서의 필법을 가미한 것. 고체는 현재까지도 고판본을 붓글씨로 쓰려는 사람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작품 ‘용비어천가’(1960년)에 담긴 고체는 궁체에 비해 웅장해 멀리서도 잘 보인다.
그의 독창성은 비슷한 시기에 쓴 독특한 한문 예서체에서도 드러난다. 전통 예서체에 한글 서체를 혼합한 이른바 ‘일중체’를 창안한 것. 그의 작품 ‘서산만조’(1979년)에서 보듯 직사각형에 가까운 한글의 특징이 반영돼 가장 한국적인 예서체로 평가된다. 1970년대 말 급격한 산업화로 사회가 급변하는 가운데 한국의 정체성을 담으려고 고심한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서예계는 그의 호 일중이 ‘마음(心)에 하나(一)의 중심(中)이 서면 충(忠)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듯 일중의 작품은 한국의 고유성을 일관되게 유지했다고 평가한다.
김현일 백악미술관장은 “다양한 문자가 한 화면에 모여 있는 일중의 작품은 글자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이를 조화롭게 포용하는 서예의 미학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시는 7월 6일까지. 이후 올 10월부터 제주 소암기념관에서 순회전이 열린다.
<참고문헌>
1. 김태언, "가장 아름답고 한국적인 한글 서체", 동아일보, 2021.6.9일자. A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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