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후 미국은 확 바뀌고 있다. 세계 경찰 역할을 버리고 자국 이익 중심의 대전환을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아프가니스탄도 철수했다. 동맹국인 한국은 예외라고 다짐하지만 절대적일 수 없다. 이런 중대한 시기에 외교 수장이 미국에 가서 중국,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은 왜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종전 선언에 매달리는 모습도 그렇다. 종전 선언한다고 실제 전쟁이 없어지나? 미국이 떠날 수 있는 명분만 주는 것 아닌가? 미국과 찰떡 관계인 일본은 미국이 언젠가는 떠날 수 있다고 걱정한다는데 우리는 참 가볍다.
위정자들 역사관의 중요성
2021.10.21 04: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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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자들 역사관의 중요성
선진국 진입을 앞둔 우리에게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역사의식이 아닌가 싶다. 고금을 통해 위대한 국가들은 모두 역사를 중시했다. 당나라 태종은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나라의 흥망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고, 처칠은 “더 길게 되돌아볼수록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다” 했다. 미국에서는 역사는 되풀이되는 만큼 백악관에 역사자문회의를 두자는 발상도 나왔다.

이에 반해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역사에 관심이 적다. 유성룡은 임진왜란과 같은 비극이 다신 일어나선 안 된다는 취지에서 징비록을 썼지만 이 책은 정작 조선보다 일본에서 유행했다고 한다. 역사를 소홀히 하고, 무관심했기에 300년 후 다시 당했다.
지금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구한말 조선이 왜 망했는지는 관심이 없고 그저 ‘나쁜 일본’이라는 감정적인 프레임만 강조한다. 죽창가를 부르고, 토착 왜구를 물리치자는 등 허황된 소리만 하지 역사에서 교훈을 찾을 생각은 없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저자세이다. 정치인들은 시진핑이 주창한 중국몽을 칭송하기 바쁘다. 중국몽에는 우리를 과거처럼 속국으로 삼겠다는 의미가 있는데도 말이다. 더 나아가 ‘한·중이 운명 공동체’라고까지 말하는 것은 무엇을 도모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역사적으로 보면 중국은 자기중심의 매우 무서운 나라이다. 우리가 굽실거린다고 우리 편 되지 않는다. 그동안 사드 보복, 한한령, 북핵 위협을 보더라도 나아진 것이 없다. 경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지만, 일본의 경우 대중 수출 비율이 20%(한국은 25%)에 달해도 나름 원칙을 가지고 중국을 대한다. 미국의 대중 압박에 가담해도 중국은 일본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대중 수출 비율이 35%나 되는 호주 역시 마찬가지이다. 중국으로부터 무역 보복을 당했지만 모리슨 총리는 “중국의 압박 때문에 우리의 가치관을 팔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나서자 중국이 도리어 난처해졌다. 우리의 경우에도 중국에 당당히 대했던 MB 정부가 가장 대접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대미 관계도 주의를 요한다. 많은 사람들은 지정학적 이유로 주한미군은 한국을 떠날 수 없다고 낙관한다. 과연 그럴까? 역사를 보면 미국은 세 차례 우리를 버렸다. 첫째는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다. 미국이 필리핀을 갖는 대신 일본의 한국 지배를 용인했다. 둘째는 1945년 얄타회담이다. 소련의 요구를 받아들여 38도선이 결정되었다. 셋째는 1950년 에치슨 라인이다. 한반도를 태평양 방위선에서 제외했고, 곧이어 6·25전쟁이 발발했다. 세 번 다 우리에게는 말할 수 없는 비극을 초래했다.
빈약한 역사의식은 국내 정치에서 더 기승을 부린다. 해방 이후 현대사는 우리가 사상 처음 중국보다 잘사는 시기이지만, 우리끼리 분열하면서 망가뜨리고 있다. 성공 역사를 계승 발전시킬 생각은 안 하고 ‘친일 대 반일’ ‘친미 대 반미’ ‘재벌 대 노동자’ 같은 대립각 세우는 데만 열중이다. 어떤 대선 후보는 대한민국을 ‘친일 세력과 미 점령군의 합작품’이라고 인식한다니 할 말이 없다.
지금 진보 진영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친일’ 프레임을 보면 과거 군사정부가 사용한 ‘빨갱이’ 프레임과 닮았다. 방향만 다를 뿐 본질은 똑같다. 모두 자기 진영 정권 연장이다. 이런 잘못된 프레임으로 대한민국이 멍들고 있다. 과거 ‘빨갱이’ 프레임이 한반도 분단 고착화에 기여했다면, 지금의 ‘친일’ 프레임은 한·미·일 동맹 관계를 훼손시키며 미래 안보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난 수 천년간 인류 사회는 송두리째 변했지만 바뀌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고 한다. 인간의 본성이다. 그래서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정치인들이 자기들만의 이익을 위해 역사를 왜곡하고 이용하려 한다면 고통의 역사는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 이런 정치인들을 솎아내는 것은 오로지 국민의 몫이다.
<참고문헌>
1. 김대기, "위정자들의 그릇된 역사관, 나라를 멍들게 한다.", 조선일보, 2021.10.20일자. A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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