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26.01.17 22:15 | 조회 1541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어떤 숫자가 나올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어찌 됐든 격변의 2026년이 밝았다. 지난 35년간 분리된 후 가까운 이웃으로 지내던 대전과 충남이 다시 한 가족이 된다. 같은 뿌리이긴 하지만 때론 경쟁적 관계에 있던 두 자치단체가 하나로 통합, 수도권 대항마로 같은 목소리를 낼 날이 머지않았다. 시간표상 7월 1일 가칭 '대전충남특별시' 출범이 목표다. 관련 법안 통과 등 물리적 시간이 빡빡하긴 한 데, 그래도 정부와 여야가 의기투합을 했으니 부지런을 떨면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물론 통합의 취지에 맞게 충실한 내용 반영에다 속도감까지 겸비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들고 나왔을 때 주변 반응은 시큰둥했다. 지역민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같은 당 소속 자치단체장의 '정치쇼'라며 박하게 평가절하하는 얘기가 많았다. 여기에 지난해 6월 정권이 바뀌면서 야당이 된 자치단체장의 행정통합 구상에 대해 성사될 것이라 본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 9월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40명이 넘는 야당 의원들이 공동 발의에 이름을 올린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제대로 된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국회 절대다수가 포진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참여가 단 한 명도 없어 특별법 통과는 요원한 상태였다. 충청권 여당 의원들조차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기류가 삽시간에 바뀐 건 대통령의 말 한마디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충남 천안시에서 열린 도민들을 대상으로 한 타운홀 미팅에서 "대전충남을 모범적으로 통합해보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5극 3특과 맥을 같이하는 연장선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지목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 발언 뒤에 민주당은 바로 충청권 의원을 중심으로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발전특별위원회'를 가동했다. 야당이 발의한 특별법안과는 별개로 새로운 특별법안을 만들어 3월 중 통과시킨다는 계획도 잡았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부정적 기류가 강했던 여당은 이 대통령의 통합 논의에 야단법석하는 꼴이다. 시쳇말로 '숟가락 얹기' 같은 느낌이다. 애초에 관심이 없던 터라 대전과 충남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특별법안에 담을 수 있을지 심히 걱정도 된다. 그만큼 제사에만 관심을 둬야지 잿밥에만 눈독을 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대전충남을 시작으로 부산경남, 광주전남 등 전국에 통합의 불씨가 붙는 양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자꾸만 인구가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일지 모른다.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지방균형발전 등 지방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인다 해도 지방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인구 감소로 지방이 쪼그라들수록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으로 인구 쏠림 현상은 더 나타났고,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은 간극이 더 벌어지고 있다. 수도권의 힘을 빼 지방으로 나눠주자는 공감대는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춘 상황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오죽했으면 수도권 일극 체제란 말이 나왔겠는가.

  공공기관 이전만 봐도 그렇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전과 충남이 제2차 혁신도시로 지정이 됐으나 5년이 넘도록 허송세월 시간만 보냈다. 희망고문이란 말이 괜한 얘기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공약사항인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을 했다.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업무보고에서 2026년 2차 공공기관 이전을 발표하고, 2027년부터 착수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그 약속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만 지방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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