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숭배의 나라 -중앙일보(2010.9.27)
2011.01.31 15:53 |
조회 8781
[송호근 칼럼] 조상숭배의 나라
지난 추석 명절을 잘 쇠셨는지, 부모와 일가친척은 평안하신지, 조상은 만나뵈었는지, 그리고 청명해진 가을밤 그윽한 달빛을 맞으셨는지. 우리 정서엔 꼭 들어맞는 이런 인사의 뒤편에는 앞앞이 말 못하는 갑갑증과 파열음이 꿈틀대고 있다.
부모, 친지와의 만남이 항상 저 환한 달빛과 같으면 좋으련만, 가족사엔 언제나 기대와 원망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 서로의 감정선을 건드리지 않으려면 남다른 노력이 필요한 게 명절이다. 말이 명절(名節)이지 수백 년 대물림된 행사를 치러야 하는 그 시간은 누구에게나 흐뭇한 시간이 아닐 수도 있다. 한국만큼 명절이 제례(祭禮), 특히 조상 제사로 일관되는 나라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말 개화기 선교사들은 아름다운 자연과 미몽의 백성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 ‘은자의 나라’로 뭉뚱그려 묘사했는데, 세계에서 유례없는 조상숭배 열기만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 유교 문명의 종주국인 중국은 물론 주변국인 일본과 월남에서도 조상 제사를 목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교문화권, 아니 세계에서 한국이 조상 제사를 지내는 유일한 나라가 된 까닭, 오늘날까지도 후손들이 위패
한말 개화기 선교사들은 아름다운 자연과 미몽의 백성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 ‘은자의 나라’로 뭉뚱그려 묘사했는데, 세계에서 유례없는 조상숭배 열기만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 유교 문명의 종주국인 중국은 물론 주변국인 일본과 월남에서도 조상 제사를 목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교문화권, 아니 세계에서 한국이 조상 제사를 지내는 유일한 나라가 된 까닭, 오늘날까지도 후손들이 위패
앞에 은덕을 비는 나라가 된 까닭을 정작 우리도 잘 알지 못한다. 얼마나 감격스러운 풍경인가라고 어른들은 짐짓 위엄스러운 표정을 짓겠지만, 남녀 간 불합리한 역할, 가족 간 불공평한 노력봉사와 비용조달에 가슴앓이하고 시간을 쪼개 품앗이해야 하는 번거로움에 소소한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게 요즘의 추세다.
아마 귀경길에서 언쟁깨나 했을 부부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 소중한 시간을 의례에 쏟아붓고 허둥지둥 돌아설 때 그런 회의가 들지 않겠는가. 우리는 왜 이렇게 유별난 ‘조상숭배의 나라’가 되었을까?
1894년 영국의 지리학자 비숍 여사는 오백 년 도읍지 한양에 종교시설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종교 없는 제국은 없다는 문명사적 시선으로 보면, 사찰은커녕 공자 사당 하나 없는 유교국가의 수도가 이상했을 것이다. 대신 그녀는 무속과 민간신앙에 푹 빠져 있는 조선인들을 목격했다.
1894년 영국의 지리학자 비숍 여사는 오백 년 도읍지 한양에 종교시설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종교 없는 제국은 없다는 문명사적 시선으로 보면, 사찰은커녕 공자 사당 하나 없는 유교국가의 수도가 이상했을 것이다. 대신 그녀는 무속과 민간신앙에 푹 빠져 있는 조선인들을 목격했다.
콜레라가 습격한 마을엔 고양이 그림이 붙어 있을 정도였다. 가는 곳마다 무당이 있었고, 으슥한 곳마다 귀신이 살았다. 귀신 종류도 다양해 그녀는 36가지 귀신 이름을 세다가 그만두었다. 이 과도한 무속과 민간신앙을 조상제례로 전격 대치한 계기가 바로 조선 건국이다. 고려 말까지도 명절은 하늘과 자연을 경외하는 집단축제였다.
불교에서 유교로 전환한 조선은 민간신앙을 일소할 방법을 주자학에서 찾았다. 제천(祭天)과 제사(祭祀)가 그것이다. 경복궁 우측에 사직단을 지어 하늘신과 토지신에게 제례를 올리고, 좌측에 종묘를 지어 제사의 기원을 마련했다. 15세기 말 성종은 아예 『경국대전』을 편찬해 국법으로 반포했다.
불교에서 유교로 전환한 조선은 민간신앙을 일소할 방법을 주자학에서 찾았다. 제천(祭天)과 제사(祭祀)가 그것이다. 경복궁 우측에 사직단을 지어 하늘신과 토지신에게 제례를 올리고, 좌측에 종묘를 지어 제사의 기원을 마련했다. 15세기 말 성종은 아예 『경국대전』을 편찬해 국법으로 반포했다.
예제(禮制)에 이런 조항이 있다. ‘6품 이상 문관이나 무관은 3대까지 제사 지내고 7품 이하는 2대까지, 일반 서민은 부모에게만 제사 지낸다.’ 잡신을 섬기는 자는 처벌되었다. 빈곤한 서민은 위패를 모시고, 명절 땐 두어 가지 음식으로 족했다. 굶는 판에 더 차릴 것도 없었다.
그러던 것이 양반이 향촌을 장악해 가는 과정에서 봉제사는 충군효친의 규율 수단이 되었다. 오늘날과 같은 엄격한 격식과 요란한 상차림이 강제됐다. 조상숭배가 통치 이데올로기의 중심에 놓이자 봉제사는 곧 가문의 위세경쟁으로 변했다.
유교는 내세관이 없는 게 특징이다. ‘조상숭배의 나라’에서 불교와 주술신앙이 사라지지 않은 이유다. 미국 선교사 헐버트는 『대한제국멸망기』에서 ‘코레아인들은 사회생활에서는 유교에, 사고방식은 불교에 속하며, 곤경에 빠지면 귀신을 믿는다’고 썼다.
유교는 내세관이 없는 게 특징이다. ‘조상숭배의 나라’에서 불교와 주술신앙이 사라지지 않은 이유다. 미국 선교사 헐버트는 『대한제국멸망기』에서 ‘코레아인들은 사회생활에서는 유교에, 사고방식은 불교에 속하며, 곤경에 빠지면 귀신을 믿는다’고 썼다.
21세기 대명천지에 귀신을 믿는 사람은 이제 없어졌고, 외래종교가 유입되자 한국은 다종교사회로 변했다. 그런 와중에 유교는 제천(祭天) 기능을 다른 종교에 넘겨주고 주로 생활의례, 특히 제례(祭禮)로 살아남았다. 명절이라는 축제의 시간을 제사로 종종걸음을 쳐야 하는 ‘조상숭배의 나라’가 된 역사적 배경이다.
이런 내력을 알았다고 해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조상을 기리는 방식은 여럿인데 왜 반드시 상차림 형식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조상숭배가 왜 자기 가문(家門)에만 국한돼야 하는가. 전자는 덮어두고라도 후자는 의미심장하다.
이런 내력을 알았다고 해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조상을 기리는 방식은 여럿인데 왜 반드시 상차림 형식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조상숭배가 왜 자기 가문(家門)에만 국한돼야 하는가. 전자는 덮어두고라도 후자는 의미심장하다.
탁월한 학자와 선비, 그리고 민족 영웅과 구국의 정치가들이 가득한 오천 년 역사에서 국민 모두가 사랑하고 존경할 선현들을 기리는 데는 인색했다. 명절마다 천여만 명이 이동하고, 집집마다 족보 하나쯤은 갖춘 세계 유일의 ‘조상숭배의 나라’에서 다 같이 숭배할 조상이 이처럼 없는 것도 너무 특이하지 않은가.
---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
---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
전체 5,456건 (350/364페이지)
221
인생에 관한 명언 - 쇼펜하우어 철학 중에
[1]
2010.06.11,
조회 16208
[자유게시글]
진성조
# 나는 내 의지대로 된다 이 세계는 내 의지의 표상(表像)이다# 눈물을 모르는 눈으로는 진리를 보지 못하며, 아픔을 겪지 아니한 마음으로는 사람을 모르리라# 눈물 흐르는 소리, 고통의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
220
누구나 카리스마를 가질수 있다. 그 방법은?
2010.06.11,
조회 10562
[자유게시글]
진성조
1. 카리스마의 정체는 무엇일까?
을 발표했던 로버트 하우스는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의 특징을 7가지 항목으로 정라했다.1) 믿음을 준다.2) 신념을 갖고 있다.3) 의심을 하지 않는다.4) 모두에게 애정을 보인다.5...
219
예수님의 진짜 가르침-"네속의 하나님은 바로 너"
2010.06.11,
조회 10905
[자유게시글]
진성조
## 아랫~ 한겨레 신문의 '기독교 토론' 칼럼에서 메모할만한 구절은~
(참고로, 은 카톨릭 교황청에서 '정경'으로 인정치않는 비공식적 '외경'~ 도올선생 김용옥에 의해 최근 출판되었죠~) 오 교수는 “공...
218
아이폰4 vs 갤럭시S 정밀 비교 분석
2010.06.09,
조회 10693
[자유게시글]
유종안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휴대폰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신형 스마트폰이 8일 국내시장에 동시에 공개됐기 때문이다.애플의 아이폰4와 삼성전자의 갤럭시S가 그 주인공.아...
217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스케이터의 신(神)이 사랑한 두 소녀
2010.06.09,
조회 11797
[자유게시글]
진성조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21994950여기 주소- 다음 동영상이 나옵니다,
일본방송에서 제작한 [김연아와 아사다마오의 히스토리] 라는 5분 다큐멘타리 인데요~~끝에 가면 "스케이터의 신神이...
216
공병호 박사의 창조적 독서법
2010.06.09,
조회 10480
[자유게시글]
진성조
우리나라에서 로 유명하고, 일종의 을 운영하는 공병호 박사, 잘 아시죠?? 이분의 독서법이 우리 사부님께서 말씀하신 독서법과 너무 유사한게 많아 올립니다.에는 "사부님 도훈 중의 독서법+ 제 자신의 독서법"...
215
안중근, 대한 독립운동사의 불멸의 혼이 되다
[1]
2010.06.09,
조회 14577
[자유게시글]
진성조
안중근, 대한독립운동의 불멸의 혼이 되다
진성조
지금부터 100년 전인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 역에서 천지를 울리는 총성이 퍼져나갔다.
조선과 중국, 동아시아뿐...
214
권력의 칼을 쥔 자는
2010.06.09,
조회 10332
[자유게시글]
진성조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늘 반복되는 일. 그러나 이 단순한 상식을 권력자가 되기만 하면, 치매환자 가 되어 늘 망각하는 일은?
또 망나니 권력자들이 제몸이 두동강 나기전 까지도 모르는 사실은 뭘까요?" 권...
213
서울시 교육감 곽노현, 연산군과 정조
2010.06.09,
조회 10389
[자유게시글]
진성조
## 곽노현 "나는 약자 괴롭히는 강자에게만 강성" --대대적 교육 개혁 예고
----프레시안 2010.6.4
"자율고 추가하지 않겠다" 기사입력 2010-06-04 오전 10:26:05
곽노현 서울시...
212
트위터 초보탈출 동영상 가이드
2010.05.27,
조회 12214
[자유게시글]
웹마스터
처음에 트위터 시작할때 도움이 될 강의영상입니다.. 하나씩 하나씩 보시면서 트위터 시작해보시길 바랍니다 ^^
http://betanews.net/article/494312 (동영상)
아래의 내용도 따라서 해보세요 ^^ 트위터...
211
남북관계 사실상 파탄
2010.05.26,
조회 9965
[자유게시글]
웹마스터
물러섬 없는 强 대 强 대립… 남북관계 사실상 파탄
천안함 사태로 촉발된 남북관계의 위기가 사실상 파탄 국면을 맞게 됐다. 북한 당국이 25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북...
210
세상을 올바로 살아가는 지혜2
2010.05.24,
조회 10807
[자유게시글]
김선경
어떠한 경우에도 뼈있는 말로써남에게 괴로움을 안겨주지 않으며,자신의 책임이나 부담을 남에게 떠넘기지 않는다.
남의 부덕한 행위를 기뻐하는 것이부덕(不德)한 행위 그 자체보...
209
국내 최대 IT전시회 ‘월드IT쇼 2010’ 25일 개막
2010.05.24,
조회 10287
[자유게시글]
웹마스터
| 기사입력 2010-05-23 11:01국내 최대 규모의 정보기술(IT) 전문전시회인 ‘월드 IT 쇼 2010’이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한국무역협회(무협)에 따르면 ‘월드 IT 쇼’는 무협 등 6개 기...
208
홍역 전세계 유행
2010.05.24,
조회 10876
[자유게시글]
웹마스터
퇴치 단계에 근접했다고 믿었던 홍역이 세계적으로 다시 유행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으로 쉽게 예방할 수 있는 전염병인 홍역이 아프리카와 아시아 그리고 일부 유럽 국가에서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고...
207
한글, 훈민정음 창제정신으로 원시반본해야
[2]
2010.05.24,
조회 11861
[자유게시글]
웹마스터
언어는 그 민족의 거울이다. 세종은 말과 글이 다른 언어생활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소리글자인 훈민정음을 만들었다. 훈민정음은 인간의 구강에서 나오는 모든 소리를 다 적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일제의 식민지...








댓글 5
저도 개인적 으론 중앙일보와 송호근교수의 성향은 별로 안 좋아합니다. 아니 싫어하고 탐탁치 않게 생각합니다. 저는 제생각과 반대ㅡ정면으로 부딪치는 정반대 견해면 더더욱 들어보고 알아보고 왜 그런지? 이해 해볼려고 하는 마인드를 가질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왜 그들은 그런 생각을 갖는지? 그 심중을 파악해봐야 하니까요~~
그리고 사실- 위에 올린 송호근 칼럼도 그다지 좋은 내용만 있는건 아닙니다. 그러나 어느 철학자 말대로 \"다른 생각,반대생각도 들어보고 수용할부분은 수용할수 있어야 바다같은 사상을 이룰수 있다는 견지에서 올려봅니다,
상제님 말씀- \"두루 놀아야 신선 이니라\"